억울함→의료왜곡까지…사지로 내몰린 중증심장질환 치료 현장

2025-10-23 08:10:16

대한심장학회 추계학술대회 보험세션 성료


전문질환으로 인정받지 못한 중증 심부전은 의료왜곡을 만들어냈고, ‘기능’ 검사임에도 ‘영상’ 검사로 취급되는 심초음파 검사는 일선 현장의 의료진들을 사지로 내몰았다. 환자는 늘고 중증도는 높아지지만, 의료현장은 여전히 낡은 수가 체계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중증환자를 진료할수록 손해를 보게 하는 구조부터 고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심장학회는 추계학술대회에서 필수의료 중증심장질환 개선안을 짚어보는 보험세션을 개최하고, 현 시점에서 심장내과 질환과 검사 중 수가개선이 꼭 필요한 부분에 대해 논의했다.

먼저 양산부산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이수용 교수는 심부전의 전문질환군 전환을 촉구하며 여러 개선안들을 제시했다.

첫번째 개선안으로는 “심부전 진단명이 DRG A(전문진료질병군)에 포함돼야 한다”며 “모든 심부전을 다 포함시키지는 못하더라도 중증인 HFrEF(LVEF<40)%라도 포함됐으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두 번째로는 중증심부전과 심인성쇼크는 KTAS 1단계 혹은 2단계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했다. 또 여기에는 응급환자 분류 개편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세 번째로는 “중증 심부전을 분류하는 새 진단명(코드)가 필요하다”면서 “1년에 2번 이상 입원하거나 환자의 심기능이 상당히 저하된 환자들의 경우 따로 코드를 생성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KDRG에 포함될 수 있는 근거가 될 전망이다.

또한 “현재는 시술에만 묶여있는데, 환자가 외래가 아닌 중환자실, 응급실을 통해 입원하는 경우에는 중증으로 해달라”고 제시했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심장내과 손정우 교수는 현재 심초음파 수가 체계의 문제점을 짚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손 교수는 “종별 가산에서 폐지된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며 “심초음파 검사는 사실상 기능검사인데도 영상검사로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심초음파가 비급여였던 2012년 당시 보건사회연구원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회계조사에서는 급여만 포함돼 조사가 진행됐고, 해당 조사를 통해 영상유형이 과평가돼있다는 결론이 나온 바 있다. 

그러나 심초음파 검사는 조사에도 포함되지 않은 행위인 만큼, 종별가산 폐지 항목에 포함된 것은 잘못된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또 중중, 중환자에 대한 보상이 존재하는 외국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장비에 대한 투자가 보전되지 않은 상태임에도 더 많은 인력과 시간을 사용했지만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일반적인 종별과 똑같은 수가를 받는 것은, 의료진을 사지로 내모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새로운 중증 세부 상병으로 수가 코드를 주는 방법이나 환자의 상태에 따라 중증 초음파를 처방할 수 있게 하거나, 추가적인 문구를 통해 중증에 대한 문제들을 살릴 수 있다면 중증-중환자의 수가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패널토론에서 경희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한미영 교수는 소아 심장수술은 난이도와 배상 위험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수가가 매우 낮고, 지역의 소아심장의료가 붕괴됐다고 꼬집었다.

한 교수는 “소아심장 의료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 거점 소아심장센터 구축과 네트워킹이 필요하다. 어느정도 인프라를 갖고, 거기서 일할 수 있는 인력을 구축할 수 있게 정부에서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심지영 교수는 “심부전 질환을 비롯해 시술도 수술도 받지 못하는 중증 심질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대한 관심을 가져달라”며 “저평가당하는 부분이 없는지 살펴달라”고 호소했다.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양정훈 교수는 “현재 심부전, 심인성쇼크는 모두 전문질환이 아닌 것으로 분류돼있다. 그런데 KTAS 2단계에 속하는 심근경색증은 심인성쇼크의 원인 중 70%나 된다”며 “중증도를 대변하는 질환의 카테고리가 일반 카테고리로 들어가 있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심부전 환자가 응급실로 왔을 때 심부전 코드를 달고 입원하면 전문질환군으로 인정받지 못해 상급종합병원 지정에 영향을 준다. 때문에 현장에서는 심부전에 대한 근거자료를 만든 후에 그 질환으로 옮기는 ‘의료왜곡’이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좌장들 역시 이에 공감했다. 좋은삼선병원 순환기내과 배장환 소장은 “중증질환군 특성에 맞는 분류 방법을 내세우지 않으면 수가문제를 떠나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국민들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며 “심부전 사망률 상승을 대비하기 위해 정부와 학회가 손잡고 나아가자”고 당부했다. 

대한심장학회 강석민 이사장은 “만성 심장질환 ‘쓰나미’가 올 것”이라고 표현하며 “정부의 뚜렷한 정책 기조가 없으면 10~20년 후에는 보험 재정에 어마무시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결과가 도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영희 기자 nyh2152@medif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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