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추계위에 임상현장 전문가 확대·구성 및 전문성 보장하라

2026-01-15 17:14:55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대한예방의학회·한국정책학회 보건의료융합정책특별위원회가 공동으로 기획해 진행한 세미나 ‘정부 의사인력 수급추계의 문제점과 대안’가 진행되는 동안(2026.1.13.) 보건복지부는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 명의의 ‘의사인력 수급추계 관련 설명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추계위 설명자료에 대해 의료정책연구원은 다음과 같은 입장임을 밝힌다.

의료이용량 추계 모형(ARIMA)의 타당성에 대한 입장

추계위원회는 장기 추계에 적합하지 않아 선진국들조차 의사인력 수급추계에 사용하지 않는 ARIMA 모형을 주 모형으로 사용했다. ARIMA 모형은 시계열 데이터(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록된 데이터)를 분석해 미래를 예측하는 통계 기법중 하나이다. 그러나 이 모형은 과거의 데이터 패턴이 미래에도 그대로 반복될 것이라는 전제하에 작동한다. 

즉 과거 데이터 관성으로 인해 인구구조의 변화나 정책적 개입과 같은 구조적 변화를 반영하기 어렵고, 특수 상황에 대한 특이 값(Outlier)이 미래 예측을 왜곡시킬 수 있다. 이러한 우려와 문제점은 학술적으로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내용이며, 추계위원회 회의 과정에서 추계위원들의 우려도 확인할 수 있다.

일례로 추계위원회 제11차 회의자료에 ARIMA 방식대로 산출된 의료수요(외래일수)를 확인하면, 2050년에는 국민 1명(60-64세 남자 기준)이 연간 34~35일 병원을 방문한다는 비상식적인 결과가 도출된다. 이는 외래에만 한정한 것이고 만약 입원까지 포함하면 그 일수는 더 증가한다. 미래 인구 감소를 무시하고 의료 이용이 무한대로 폭증할 것이라는 비과학적 전제를 깔고 있다. 팬데믹 등 최근의 특수 데이터를 포함시켰다고 생색내지만, 결과적으로는 과거의 폭증하던 기울기를 미래로 연장시켜 '의사 부족'이라는 결론을 정해놓고 짜 맞춘 것에 불과하다.

데이터 사용 기간(2000~2024)에 대한 입장

‘통계적 신뢰도’를 핑계로 ‘구조적 변화’를 은폐한 명백한 왜곡이다. 추계위는 샘플 크기를 이유로 2000년부터의 데이터를 고집하지만, 이는 의료이용 패턴이 2010년을 기점으로 완전히 달라졌다는 ‘구조적 변화’를 무시한 처사다. 의정연이 자료확보의 한계로 2000년부터가 아닌 2004년부터 분석한 결과, 2004~2010년 입원일수 연평균 증가율은 11.8%로 폭발적이었으나, 2010~2023년 입원일수 연평균 증가율은 1.9%로 안정화됐다. 

추계위가 과거 어느 시점부터의 자료를 사용하는 것이 적합한지에 대한 최소한의 민감도 분석은 수행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그저 확보할 수 있는 자료가 2000년부터이고 장기간 자료를 활용하는 것이 유리해서 단순히 2000년부터 사용한 것이 아니길 바란다. 예측의 정확도는 ‘데이터의 길이’가 아니라 ‘데이터의 적합성’에서 나온다.

입원·외래 업무 조정비 산출에 대한 입장

진료비는 병원의 매출이지, 의사의 노동투입량이 아니다. 추계위는 미래의 적정 의사인력을 추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추계위는 진료비가 의사의 노동투입량을 대리할 수 있는 현시점에서의 가장 객관적인 지표라고 주장하나, 이는 의사의 노동과 무관한 고가 장비비(MRI, CT 등)와 재료비를 의사의 노동투입량으로 둔갑시킨 명백한 통계 왜곡이다. 

현재의 입원·외래 업무조정비(3.9:1)는 단순히 의사가 오더만 내리면 기계가 수행하는 고비용 검사가, 의사가 직접 환자를 진료하는 시간보다 더 큰 업무량으로 계산되는 구조다. 이는 돈(비용)을 땀(노동)으로 치환해 필요 의사 수를 인위적으로 부풀리기 위한 편의적 발상에 불과하다.

추계위 설명자료는 상대가치점수(RVU) 자료가 불완전해 노동투입량의 대리지표에서 배제했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의료행위에 국한해 ‘의사업무량 점수’나 ‘진료비용 중 보조의사 점수’를 활용하면 의사 투입 시간을 활용해 업무조정비를 충분히 보정할 수 있었다. 추계위는 상대가치점수 자료 확보를 위한 노력을 논의 초반부터 시도하지 않았고 활동이 끝나가는 시점에야 확인하고 불가함을 위원회에 보고하였다. 정교한 분석을 포기하고 '진료비' 자료를 대리지표로 쓴 것은, 자료의 한계가 아니라 분석센터 또는 정부의 의지 부족과 직무유기 문제다.

의사 생산성 향상과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논의

추계위 결과는 AI 생산성 근거(6%) 및 근무일수 감소(5%)를 동시 적용했다. 추계위에서 근거로 한 OECD 문건의 ‘10년간 보건의료 생산성 6% 향상’은 Filippucci et al.(2024)의 연구를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보건(Health/Social) 부문에 있어 예측값이며 AI로 인한 의사의 생산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의사뿐만 아니라 간호사, 행정직 등을 모두 포함한 보건의료 전체 인력에 대한 평균치다(연평균 약 0.6%p). 

그러나 국제 논문들에 의하면 실제 AI로 인한 의사의 생산성 향상은 30~50%로 보고되고 있다. 설사 인용한 OECD의 10년간 6%를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추계위에서는 OECD 근거인 10년이 아닌 15년 기간을 임의로 늘려 적용함으로써 연간 증가율을 고의로 희석시켰다. 결과적으로 연복리 0.04%라는 지극히 낮은 수치만 반영된 셈이다.

또한, 2024년 데이터에 이미 AI 효과가 반영돼 있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의료 AI 도입은 이제 시작 단계라는 것이 정설이며, 현재 빅5 병원을 중심으로 실증이 가속화되고 있는 시점이다. 마치 2024년을 AI 기술이 완성된 시점인 것처럼 전제해 미래의 폭발적인 기술 발전 기여분을 0에 가깝게 취급한 것은 미래 예측의 기본을 망각한 것이다.

추계위 결과는 AI로 인한 생산성 향상을 의사의 근로시간 단축으로 상쇄시켰다. 즉 AI로 생산성이 높아져도 미래 근무일수가 줄어들 것이라며 두 요인을 복합 적용했다. 그러나 의사의 근무일수 감축은 제도화가 확정된 정책이 아니다. 의사의 근무일수 감축을 국가에서 강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이를 추계에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실제 제도화 후에 적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근로시간 감축이 국민 불편을 초래하는지에 대해 고민했는지 의문이 든다. 현재는 국민들 대부분이 토요일 진료가 가능하나, 앞으로는 토요일에도 응급실을 전전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이러한 환경변화를 염두에 두기나 했는지 의문이다.

조성법 시나리오 적용 방식에 대한 입장

추계위 설명자료는 조성법이 결정론적 모형이라 시나리오 적용이 부적절하다고 주장하나, 이는 불리한 추계 결과를 감추기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 이미 보험, 재정 등 타 분야에서는 결정론적 모형에도 변수 조정을 통한 시나리오 분석을 통상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조성법(2024년 고정)은 ARIMA 모형에 비해 의사 부족분이 현저히 적게 산출되거나, 심지어 공급 과잉 가능성까지 내포하고 있는 모형이다. 

만약 여기에 미래 의료환경 변화(AI 등)에 의한 생산성 증가와 보건의료 정책변화로 인한 의료수요 감소 시나리오까지 적용한다면, 의사 공급 과잉 결론이 명백해지기 때문에, 추계위는 방법론적 적절성을 핑계 삼아 시나리오 적용을 원천 봉쇄한 것이다.

조성법이 2024년의 의료이용 수준을 고정한다고 해서, 미래의 의사 생산성까지 2024년에 묶어두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정부는 2037년, 2040년의 미래를 예측하면서도 AI 도입의 효율성이나 보건의료 정책변화의 효과를 연간 1%도 반영하지 않겠다는 억지 논리를 펴고 있다. WHO와 OECD의 방법론을 거론하며 시나리오 미적용을 합리화하고 있으나, 정작 선진국이 필수적으로 활용하는 정교한 추계 방식인 ‘마이크로 시뮬레이션(Micro-Simulation)’ 도입 요구에는 데이터가 없다는 핑계로 일관했다. 유리할 때만 국제 기준을 들먹이고, 불리할 때는 외면하는 정부의 이중적인 태도는 이번 추계가 답을 정해놓은 요식행위였음을 자인하는 꼴이다.

FTE 사용 여부에 대한 입장

추계위 설명자료는 공식 통계가 없어 가장 정교한 방식인 FTE(전일제 환산)를 적용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은 이미 조사를 통해 의사의 근무시간 자료를 2016년부터 확보하고 있다. 또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상대가치점수 자료에는 의사의 투입 시간이 명시돼 있다. 정부가 심평원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해 자료를 확보했다면, 이를 통해 간접적 추계가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다. 

정교한 분석을 포기하고 ‘자료 부재’ 탓만 하며 합리적이지 않은 분석 방법을 채택한 것은, ‘의사 부족’이라는 결론에 방해가 되는 정확한 데이터 사용을 회피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일례로 미국 보건의료인력자원을 총괄하는 보건자원서비스청(HRSA)의 보건인력시뮬레이션모델(HWSM)에서는 FTE 방식을 활용해 의사인력을 추계하되 근무시간 자료 확보를 위해 미국의사협회(AMA)의 회원자료(Physician Masterfile)와 설문조사(Physician Practice Benchmark Survey, PPBS) 자료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참고하기 바란다.

보건복지부에 바란다

정부는 명확한 의료정책의 목표와 방향 설정없이 ‘장래의 의사인력 수급 추계’라는 중요한 과업을 추계위원회에 떠넘겼다. 특히 추계를 할 수 있는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하려는 노력조차 없이 한정된 기간에 맞춰 결과를 도출하도록 종용했다. 수급추계센터 역시 정부 산하 국책의료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담당함에 따라 결과의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도 아니다.

정부는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가 전문성, 독립성을 확보하고, 다양한 연구개발을 할 수 있도록 현장 중심의 다양한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달라. 또한 추계위원회가 다양한 시뮬레이션 적용과 결과를 논의할 수 있도록 임상 현장 전문가를 확대·구성하고, 전문성을 보장하라. 더불어 수급추계센터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민간 기구에 위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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