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암으로 위의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은 뒤, 많은 환자들이 겪는 불편 중 하나가 ‘담즙 역류’다. 쓴맛이 올라오거나 속쓰림, 위 점막 염증으로 삶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이런 문제를 줄일 수 있는 수술 방법이 실제로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학교병원운영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위장관외과 한동석 교수 연구팀은 서울성모병원 서호석·이한홍 교수, 아주대병원 손상용·허훈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박영석 교수와 함께 위암 환자 189명을 대상으로 위 절제 후 재건 수술 방법을 비교한 다기관 무작위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언컷 루와이(Uncut Roux-en-Y)’ 재건술이 기존 수술법보다 담즙 역류를 현저히 줄이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위암으로 원위부 위절제술을 받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세 가지 재건 방법을 비교했다. 기존에 널리 쓰이던 ‘빌로스-Ⅱ(Billroth-II)’ 방식, 여기에 소장을 한 번 더 연결한 ‘빌로스-Ⅱ 브라운(Braun)’ 방식, 그리고 소장을 절단하지 않고 막아 담즙 흐름을 조절하는 ‘언컷 루와이’ 방식이다. 수술 후 3개월과 12개월에 내시경 검사를 통해 담즙 역류 여부와 위 점막 상태를 평가하고, 환자들의 식사량과 증상도 함께 조사했다.
그 결과는 분명했다. 수술 3개월 뒤 담즙 역류 발생률은 빌로스-Ⅱ군 77.6%, 빌로스-Ⅱ 브라운군 63.6%였던 반면, 언컷 루와이군은 6.8%에 불과했다. 12개월 후에도 각각 86.0%, 67.9%, 10.5%로 비슷한 차이가 유지됐다. 즉, 언컷 루와이 수술을 받은 환자들은 장기간에 걸쳐 담즙 역류가 훨씬 적었다.
담즙 역류가 줄어든 만큼, 위 점막에 생기는 알칼리성 위염도 현저히 감소했다. 위 몸통까지 염증이 퍼진 비율은 기존 수술군에서는 20~30% 수준이었지만, 언컷 루와이군에서는 거의 관찰되지 않았다. 위 점막의 심한 발적 역시 가장 낮게 나타났다. 이러한 내시경 소견은 담즙이 위로 역류하지 않도록 구조적으로 차단한 언컷 루와이 방식의 특징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환자들이 체감하는 증상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수술 직후에는 세 그룹 간 큰 차이가 없었지만, 12개월이 지나면서 속쓰림이나 쓴맛 같은 담즙 역류 관련 증상이 언컷 루와이군에서 가장 적게 보고됐다. 반면 식사량 회복이나 덤핑증후군(식후 어지럼, 복통, 설사 등)과 같은 증상은 세 수술법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다. 이는 언컷 루와이가 담즙 역류를 줄이면서도 소화 기능에는 불리하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
다만 언컷 루와이 수술은 재건 과정이 더 복잡해 수술 시간이 평균적으로 더 길었다. 전체 수술 시간은 기존 빌로트-Ⅱ 방식보다 약 20분 정도 더 소요됐다. 연구진은 “수술 시간이 조금 늘어나더라도, 장기적인 삶의 질 개선 효과를 고려하면 충분히 고려할 만한 선택지”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의 4개 주요 병원에서 숙련된 외과 전문의들이 참여해 진행된 무작위 임상시험이라는 점에서 신뢰도가 높다. 위암 수술 후 담즙 역류와 위염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장기적으로는 잔위암(남은 위에 생기는 암) 위험과도 관련될 수 있어 재건 방법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
한동석 교수는 “언컷 루와이 재건술은 담즙 역류를 효과적으로 줄이면서도 환자들의 식사 회복이나 전반적인 생활에는 불리하지 않은 방법”이라며 “환자들의 일상 회복과 생활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동석 교수가 서울성모병원 이한홍 교수와 공동 교신저자로 참여한 해당 연구는 International Journal of Surgery (IF: 10.23)학회지 2025년 12월호에 게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