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1일 근무’ 알바의사가 MRI 품질관리?…“국민건강 위협한다”

2026-03-10 20:43:06

특수의료장비대책위원회 출범…정책대안 제시, 대국민 홍보 등 전면 대응


대한영상의학회 등 영상의학 관련 3개 단체가 보건복지부의 MRI 운용 인력 기준 완화 입법예고에 강력 반발하며, 10일 대한영상의학회 회관에서 긴급 세미나를 열고 “전문 인력 기준 하향은 국민 건강을 직접 위협하는 졸속 행정”이라고 공개 비판했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보건복지부가 최근 입법예고한 ‘특수의료장비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칙’ 개정안이다. 현행 규칙은 MRI 장비를 운용하는 의료기관에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전속’으로 근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 기준을 ‘주 1일(8시간) 비전속’으로 대폭 낮추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상의학계는 이에 즉각 반발했다.

대한영상의학회 정승은 회장(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교수)은 “MRI는 검사 프로토콜 설계와 장비 관리, 전문적인 판독이 함께 이뤄져야 진단적 가치가 확보되는 검사”라며 “영상의 질은 곧 진단의 정확성과 직결되고, 이는 환자의 치료 결과와 국민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MRI는 CT나 X선과 달리 촬영 방식이 매우 복잡하고, 장비 특성에 따라 영상 품질이 크게 달라지는 고가 검사다. 영상의학과 전문의는 단순히 영상을 판독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 촬영되는 임상 영상을 확인하면서 장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화질이 진단에 적합한 수준인지를 실시간으로 검증하는 역할을 한다. 

학회는 “주 1일 방문하는 의사가 수백건의 MRI 화질을 적절히 검증·관리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런 관리 공백이 현실화될 경우 오진율 상승과 불필요한 재검사 증가로 이어져, 결국 건강보험 재정 낭비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이번 개정의 이유로 비수도권 등 의료취약지에서의 MRI 접근성 향상을 제시하고 있다. 지방에서 전속 전문의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기준을 완화해 더 많은 곳에 MRI를 도입하겠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학회는 역효과를 우려했다. 기준이 완화되면 수도권 전문의들이 실제로는 근무하지 않으면서 여러 지방 병원에 이름만 올려두는 이른바 ‘면허 대여’ 현상이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자기공명의과학회도 “민간병원이 대다수인 우리나라에서 MRI 구입은 흑자 가능성이 있는 도시 지역에 더 집중될 것”이라며, “의료취약지 해소라는 정책 취지 자체가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학회가 생각하는 합리적인 대안도 제시됐다. 입법 취지가 의료취약지의 특수의료장비 설치가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인 만큼 수도권보다 의료취약지에, 소규모 의료기관 위주로 비전속전문의 제도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최소 근무일수를 주3회 24시간 이상으로 확대해 취약지 인력 확보와 함께 품질관리도 놓치지 않는 대안을 제시했다. 

또한 이번 입법예고와 같이 인력기준만을 핀포인트로 완화하는 경우, 오히려 단기간에 폭발적인 MRI 설치 증가와 품질관리 제도의 유명무실화의 우려가 있는 만큼, 현재 논의중인 시설기준 개편이 확정될 때 까지 인력기준 변경도 유예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또한 시설기준 개편시에도, 영상 품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차등수가 도입 등의 제도 개편이 필요함을 강조했고 학회는 이를 위해 정책연구 활동을 더욱 강화해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할 것을 천명했다.

세미나 후에는 ‘특수의료장비대책위원회(특대위)’도 공식 출범됐다.

영상의학 관련 3개 단체는 “정부는 의료영상 품질관리의 본질과 특수성을 충분히 재검토하고, 관련 학회와의 실질적 협의를 통해 국민건강을 최우선으로 하는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대위 공동대표인 도경현(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교수) 대한영상의학회 차기회장은 발대사를 통해 “영상장비 품질관리는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핵심적인 진료행위이며 영상의학회는 올바른 품질관리 제도 정착을 위하여 지금까지도 노력해왔고, 앞으로도 전문가로서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면서 “국민건강을 위해서도 포기할 수 없는 사명”이라고 영상의학과 전문의들의 결의를 밝혔다. 

특대위는 향후 복지부 항의방문, 대국민 홍보, 합리적 대안 제시 외에도 인력 기준 외 시설기준 등 특수의료장비의 품질관리를 위한 활동을 전방위적인 펼칠 예정이다.



노영희 기자 nyh2152@medif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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