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가 가능한 질병임에도 불구하고, 결핵은 여전히 전 세계 아동에게 치명적인 위협으로 남아 있다. 매년 약 120만명의 아동이 결핵에 걸리지만 이 중 상당수는 진단이나 치료조차 받지 못한 채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세계 결핵의 날(매년 3월 24일)을 맞아 소아결핵 대응 강화 필요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모니카 룰 국경없는의사회 액세스 사무차장은 메디포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소아결핵 진단과 치료의 한계,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과제를 짚었다.
특히 모니카 룰 사무차장은 한국 바이오테크 기업의 아동 친화적 진단기술과 제약 기업의 치료제 공급 능력이 글로벌 소아결핵 접근성 개선에 기여할 구체적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하며, 한국 정부의 리더십이 전 세계 아동 중심적 혁신을 앞당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Q. 국경없는의사회 및 모니카 룰 사무차장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 이름은 모니카 룰이며 국경없는의사회 액세스(이하 MSF 액세스) 조직에서 사무차장을 맡고 있습니다.
저는 인도적 위기 상황이나 의료 자원이 부족한 환경에 놓인 사람들이 필수 진단, 치료, 백신에 접근할 수 있도록, 이를 가로 막는 장벽을 제거하는 MSF 액세스 전략을 추진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는 단순합니다. 사는 곳과 소득에 상관없이 생명을 살리는 의료 도구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1971년 설립된 이래로 무력 분쟁, 자연재해, 의료 사각지대 속에서 생존을 위협받는 환자에게 의료 지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독립성·공정성·중립성을 활동 원칙으로 현재 전 세계 인도주의 위기 현장 75개국 500여개의 프로젝트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99년에 노벨평화상을 수상하여 수상기금으로 필수의약품-백신-진단도구 등 접근성 향상을 위해 ‘MSF액세스 캠페인’을 출범했습니다.
Q. 국경없는의사회가 추진하고 있는 MSF 액세스 활동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MSF 액세스팀은 사람들이 필수적인 생명 구호 의료 기술에 접근하지 못하게 가로막는 구조적 장벽을 파악하고 해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장벽에는 높은 약값, 연구 지연, 규제 문제, 또는 실제 현장 필요에 맞게 설계되지 않은 의료 제품 등이 포함됩니다.
우리 팀은 ▲의약품과 진단기기의 공정한 가격 책정 ▲자원이 부족한 환경의 현실을 반영한 혁신 ▲국경없는의사회 내부와 글로벌 파트너 간 협력 강화를 중심으로 옹호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또한 결핵, 백신, 진단기기, 항미생물제, 팬데믹 대응 의료 도구 등 우선 보건 분야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의료 혁신이 가장 취약하고 종종 외면받는 사람들에게까지 도달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Q. 국제 소아결핵 현황은 어떤가요? 성인결핵과의 차이도 궁금합니다.
소아 결핵은 여전히 진단·보고·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매년 약 120만명의 아동이 결핵에 걸리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 가운데 거의 절반은 진단을 받지 못하거나 치료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동 결핵의 경우 뇌수막염과 같은 중증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더 높고 증상도 뚜렷하지 않아 조기 진단이 어렵습니다. 또한, 소아 결핵이 종종 진단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체내 결핵균 수가 적은 ‘소균성(paucibacillary)’ 결핵이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기존 검사든 새로운 검사든 균을 검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검체를 확보하기 어려운 점도 문제이지만 대체 검체를 사용하더라도 결핵균 수 자체가 적기 때문에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오는 경우가 흔합니다. 여기에 더해 현재 결핵 진단에 가장 적합한 검체인 객담을 제대로 배출하기 어려운 점도 조기 진단의 큰 장애물로 작용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결핵은 치료 가능한 질병이지만 아동들은 적시에 진단과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Q. 기존 소아결핵 진단 및 치료법의 한계는 무엇입니까?
진단 측면에서는 대부분의 검사법이 객담 검체로 이뤄지지만 아동들은 객담 배출이 어렵습니다. 대변이나 비인두 흡인법 등을 통해 대체 검체를 사용할 수 있지만 기존 진단 도구로는 항상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또 많은 경우 세균학적 확진 대신 임상의의 임상적 판단에 의존해야 합니다. 소아 결핵을 감지할 수 있을만큼 충분한 민감도를 가진 현장용 진단 검사 도구도 아직 없습니다.
치료 측면에서는 아동용 약물제형 개발이 오랫동안 성인용 보다 뒤처져 왔고, 치료 기간이 여전히 길어 환자와 가족에게 큰 부담이 됩니다. 아동을 위한 약제내성 결핵 치료 선택지가 여전히 충분하지 않으며, 아동 친화적 약물 제형의 접근성도 환경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납니다. 예방적치료 도구가 존재하지만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고, 의료 혁신 개발 과정에서 아동은 우선순위로 고려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Q. WHO에서는 소아결핵 진단 및 치료와 관련해 어떻게 권고하고 있나요?
세계보건기구(WHO)는 다음과 같은 조치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먼저 10세 미만 어린이의 결핵 진단을 위해 WHO 권고 치료 의사결정 알고리즘을 활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이는 실험실 검사를 할 수 없거나 결과가 음성일 때에도 임상 증상과 엑스레이 등을 기반으로 점수를 매겨 결핵 진단을 가능하게 하는 체계입니다
또 ▲대변 등 아동 친화적 검체를 분석할 수 있는 분자 진단 검사 확대 ▲경증 소아 결핵 치료 기간 단축 ▲약제내성 결핵 치료를 위한 전면 경구 치료 요법 도입 ▲가족 접촉자 등을 중심으로 적극적 사례 모니터링 강화 등이 권고됩니다.
이러한 권고가 충분히 이행된다면 소아 결핵 사망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진단 도구와 아동용 치료제가 충분히 공급되거나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실제 이행률은 지역마다 큰 차이를 보입니다.
Q. TACTic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기존의 결핵대응 전략과 어떤 차별성이 있나요?
TACTiC(Test Avoid Cure TB in Children, 소아 결핵 진단·예방·치료)은 국경없는의사회 주도 프로젝트로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소아 결핵 진단과 치료 방식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TACTiC은 실제 환경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기존 결핵 대응전략과 차이점을 보입니다.
예를 들면 ▲중증 급성 영양실조나 HIV 환자 등 취약한 아동을 대상으로 WHO 권고 치료 의사결정 알고리즘을 적용하고 ▲아동에게 적합한 검체 채취 방법을 지원 ▲환자 가정의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해 치료 방식을 설계합니다.
TACTiC는 전문 병원 중심이 아니라 1차 보건의료와 통합적인 치료에 초점을 둡니다. 가령 치료식 센터를 통해 결핵 미진단 아동이 적시에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합니다. 이는 단순한 임상 연구가 아니라 연구 결과를 실질적인 해결책으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Q. 소아결핵 진단 및 치료를 위한 연구는 어느 정도로 이뤄져왔나요?
오랜 기간 동안 소아 결핵 연구는 거의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진단, 시범 치료, 백신 개발 등 결핵 연구 전반에서 아동은 줄곧 배제돼 왔습니다. 지난 10년 동안에서야 일부 진전이 있었습니다. 가령 아동용 1차 치료제 제형 개발, 대변 기반 진단 연구, 약제내성 결핵 치료 요법 연구 등이 이뤄졌습니다.
그러나 성인 결핵 연구와 비교하면 소아 결핵 연구는 여전히 부족합니다. 성인에게 사용되는 많은 진단 도구와 치료법이 아동 대상으로는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결핵 부담이 주로 시장 유인 요인(market incentive)이 부족한, 즉 헬스케어 기업들이 투자할 경제적 이유가 부족한 저소득 국가에 집중돼 있기 때문입니다.
Q. 미국의 지원이 축소되며 결핵과 관련 여러 임상시험이 축소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결핵 신약·진단 분야에서 현실적으로 가장 지연이 우려되는 영역은 무엇인가요?
지연 위험이 가장 큰 분야는 ▲약제감수성 및 약제내성 결핵에 대한 소아용 약물제형 개발 ▲아동 친화적 진단 도구 (특히 현장용) ▲보다 간단한 검체 유형 및 실제 진단 알고리즘을 검증하는 운영 연구 ▲아동을 위한 더 짧은 전면 경구치료요법 확대 등입니다.
재원 축소로 인해 이미 큰 격차가 존재하는 성인 결핵과 소아 결핵 혁신 사이의 차이가 더욱 벌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Q. 향후 5년 내 소아결핵 사망률을 의미 있게 낮추기 위해 국제사회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한 가지 정책 변화는 무엇입니까?
각국 정부와 글로벌 보건 분야 기관들이 아동에게 적합한 의약품과 의료기술 개발을 선택 사항이 아닌 필수 요소로 인식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소아 결핵 연구개발에 대한 전용 재정 지원, 혁신과 공정한 가격 정책의 결합, 그리고 임상 연구 단계부터 아동을 포함하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변화가 없다면 아동들은 이미 성인에게 제공되는 의료 도구를 이용하기 위해 앞으로도 수년을 더 기다려야 할 것입니다.
Q. 한국이 의료산업 및 의료계가 소아용 결핵 진단 및 치료 접근성 개선에 기여할 수 있는 구체적 역할은 무엇입니까?
한국은 글로벌 보건 분야에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습니다.
혁신 분야에서는 한국 바이오테크 기업들이 빠르고 정확한 아동 친화적 결핵 진단 기술 개발을 선도할 수 있고, 생산 분야에서는 한국 제약기업들은 소아 결핵 치료제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연구 협력 분야에서는 국제 결핵 연구 네트워크와 협력해 소아 중심 혁신을 가속화할 수 있고, 역내 리더십 분야에서는 한국은 공중보건 경험을 바탕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소아 결핵 대응에 대한 투자 확대를 이끌 수 있습니다.
Q. 세계결핵의 날을 맞아 한국 의료진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입니까?
결핵에 걸린 아동들은 종종 보이지 않는 존재로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그래서는 안 됩니다. 모든 아동이 조기에 진단을 받고 존엄한 치료 과정을 통해 자신의 필요에 맞는 치료를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 의료진과 연구자, 보건 정책 결정자들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가장 어리고 취약한 이들이 결핵으로 삶의 기회를 잃는 일이 없도록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한국 의료진은 높은 전문성과 공중보건에 대한 강한 헌신을 보여 왔습니다. 한국 정부의 리더십은 혁신을 앞당기고 조기 진단을 확대하며 치료 체계를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더 아동 중심적이고 혁신적이며 공평한 결핵 치료가 가능해질 것입니다.
우리가 함께 노력한다면 치료 가능한 질병 때문에 어린이의 삶이 단축되는 일을 막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