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회식이 잦은 직장인 김모 씨(29세)는 회사에 오면 하루 종일 배가 더부룩하고, 배도 살살 아픈데 정작 화장실에 가면 변이 쉽게 나오질 않는다. 나오더라도 첨에는 딱딱한 변이 어렵사리 조금 나오다가 실처럼 가늘고 무른 변이 나온다.
변을 봐도 시원치가 않고, 평소 변비증상으로 인해 생활이 불편하여 시중에 판매하는 변비약을 먹어도 봤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병원을 찾은 그녀는 자신이 대장 경련으로 인한 경련성 변비 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에 맞는 약을 처방 받았다.
보통 변비에 걸리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반 시중에 판매하는 변비약을 먹던가, 화장실에 가서 변을 보기 위해 오랜 시간을 보내며 고통을 감내한다.
하지만 변비에도 종류가 있다. 변비를 치료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우선 자신이 어떤 변비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그런 다음 그에 맞는 적절한 치료법을 처방 받아야 변비로부터 확실하게 탈출할 수 있다.
김호찬 미래항장외과 원장과 함께 변비의 종류와 그에 맞는 치료법을 알아보자.
# 기질성 변비, 기능성(이완성, 경련성, 직장형) 변비
변비는 우선 크게 기질성 변비와 기능성 변비로 나뉜다. 기질성 변비는 대장암이나 직장암, 탈장, 장유착증 등 특정 질환으로 인해 변비가 생긴 경우를 말한다. 이러한 변비는 근본원인이 되는 질환을 치료하고 나면 저절로 해결된다.
변비가 심할 경우 다른 질환으로 인한 것일 수 있기 때문에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보면 좋다. 만약 대장암으로 인한 변비가 의심된다면 대장내시경이나 대장조영술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대부분의 변비 환자들은 기능성 변비이다. 이는 몸에 별다른 이상이 없는데 대장 기능에 문제가 생긴 것이 원인이다. 기능성 변비는 장 운동이 나빠져서 나타나는 이완성 변비와 대장이 경련을 일으켜 변을 밀어내지 못하는 경련성 변비, 장 운동은 정상이지만 직장 항문에 변이 걸려서 배변을 하지 못하는 직장형 변비 이 세 가지로 나뉜다.
자신이 어떤 종류의 변비인지 알고 싶다면 항문 직장 기능 검사를 받아보면 된다. 이는 배변 조영술, 항문 괄약근 근전도, 대장 운동 신경 측정, 항문 내압 검사, 항문 음부신경 전달 속도 측정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 대장 운동기능이 떨어져 생기는 ‘이완성 변비’, 노인에게 주로 발병
이완성 변비는 대장의 운동력이 떨어져서 생기는 병이다. 대장운동이 약해졌기 때문에 변을 밖으로 밀어내지 못하고 장 속에 담고 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변이 장 속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 오래 되면서 수분이 많이 흡수되어 변의 부피가 적어지고 딱딱해지며, 복부팽창감을 느끼게 된다. 이완성 변비 환자는 왼쪽 배 부분을 만져보면 변이 만져지기도 한다.
이는 주로 대장기능이 노화된 사람에게 나타난다. 나이가 많은 노인이라든지, 젊은 사람일지라도 장운동 세포가 노화됐거나 오래 누워서 지내는 사람, 위하수나 대장하수가 있는 사람에게 많이 생긴다.
이완성 변비는 초기에 발견하면 약물만으로 치료할 수 있으나 심각할 경우에는 대장 절제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자신이 이완성 변비라면 아침에 일어나서 찬 물을 두 컵 마시도록 한다. 또한 잡곡밥이나 야채, 고구마, 감자, 사과, 배 등을 많이 먹도록 하고 아침 식사 후에는 화장실에 가서 배변을 보는 습관을 들이도록 한다.
또한 아침에 조깅이나 산책 등을 통해 온몸을 유연하게 풀어주도록 하고, 하루에 2회 가량 복부마사지를 해 주면 좋다. 복부마사지는 앉거나 누워서 오른편 아랫배에서 왼쪽 아랫배 방향으로 1분 가량 시계가 돌 듯 문질러 주는 것이다.
# 배가 아프고 가스가 차며 토끼똥을 눈다면 ‘경련성 변비’, 일반 변비약으로는 치료 어려워
경련성 변비는 말 그대로 대장이 경련을 일으켜 생기는 변비다. 증상은 변을 보고 싶어도 배에 가스만 찰 뿐 변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복통이 느껴지는 경우가 많으며 이로 인해 머리가 아플 수도 있다. 어렵게 배변을 해도 대변이 조각난 형태로, 즉 토끼똥이나 실똥 형태로 나온다.
주로 젊은 사람들에게 많이 발생하는 경련성 변비는 처음에는 딱딱한 변이 나오다가 그 다음에 설사처럼 무르고 가는 변이 나온다. 배를 만져보면 배가 차고, 소리가 나며, 약간의 통증도 느껴진다.
과민성대장염과도 관련이 있는 경련성 변비는 일반 변비약으로는 치료되지 않는다. 시중에 판매되는 변비약은 주로 이완성 변비를 치료하는 약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문의가 진단하는 경련성 변비약을 처방 받는 것이 좋다.
경련성 변비 환자들은 평소 장에 무리를 주는 술이나 콜라, 인스턴트 음식 등은 삼가도록 한다. 딱딱하고 기름진 음식이나 차가운 음료수 등도 좋지 않다. 자극이 적고 소화가 잘 되는 쌀밥이나 삶은 야채, 우유, 요구르트, 생선 등을 섭취하도록 한다.
매일 아침 식사 후 변을 보고, 새벽산책을 하고, 냉탕과 온탕을 1분씩 번갈아 가며 몸을 담그는 목욕을 하면 좋다.
# 직장에 걸려 변이 나오지 못하는 ‘직장형 변비’
직장형 변비는 변이 잘 내려오다가 갑자기 직장에 걸려 더 이상 내려오지 않는 것을 말한다. 이는 외괄약근이나 내괄약근이 잘 열리지 않을 때 주로 발생한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배변 시 항문괄약근이 이완되어 대변이 나오는데, 항문괄약근을 지배하는 신경조직이 이상이 생기면 이완이 잘 되지 않아 변이 나오지 않게 된다.
이러한 경우 외에 여성들 가운데 직장과 질 사이의 벽이 약해져 배변 시 직장벽이 질 쪽으로 말려 들어가는 직장류 환자들이나, 직장 점막이 배변 시 접혀서 생기는 장중첩증 환자들도 직장형 변비에 속한다.
직장형 변비 환자는 평소 충분한 수분을 섭취해 주고, 섬유소가 많은 식사를 하도록 하며, 적당한 운동을 하는 습관을 가지도록 한다. 그리고 약물 치료와 전기자극에 의한 항문 근육 이완 치료 등을 받으면 좋다.
이영수 기자(juny@medif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