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비 200억원 가량을 투자해 1년간 1000억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리고 있는 동아제약 ‘스티렌’의 성공을 반영하듯 최근 제약업계에는 천연물의약품 개발에 붐이 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같은 열기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은 물론 중국, 대만 등 아시아권 국가들이 이 분야의 신흥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문제는 열기에 비해 FDA의 승인 기준이 무척 까다롭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FDA로부터 승인 받은 천연물신약은 녹차추출물을 기반으로 한 ‘베레젠’이 유일한 상황이다.
따라서 국산 천연물신약의 글로벌 진출을 위해서는 미국을 비롯한 각 국가별 안전성 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인프라가 조성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에 천연물의약품에 관심을 둔 전문가들이 23일 출범시킨 것이 바로 ‘천연물의약품연구회’다. 30여년이 넘는 시간동안 국내 천연물의약품 연구에 남다른 애착을 가져온 이형규 초대회장을 만나 현재 국내 천연물신약 개발 현황과 앞으로의 각오에 대해 들어봤다.
▲국내 천연물의약품의 개발건수나 임상에 들어간 품목은 얼마나 되는지 동향에 대해서 알려 달라.
국내 모든 기업이 관심을 가지고 이미 개발을 시작했다고 보면 된다. 임상시험에 들어간 품목은 67개로 알고 있다. 이 수치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품목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국내는 천연물의약품 개발의 엄청난 흐름에 들어와 있다고 본다. 다만 성공확률을 높이는 것이 고민스럽다.
식약청과 글로벌로 가기 전 국내형 가이드라인을 만들 생각이다. 대신 국내 기준 따로 하고 외국 기준에 맞춰 또 다시 연구를 해야 한다면 기업들이 몹시 힘들어질 것이다. 국내와 글로벌 두 마리 토끼를 잡을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임상마커를 어떻게 볼 것이냐도 생각해야 한다. 이 때문에 임상 의사들과도 밀접하게 접촉하고 있다.
▲천연물의약품이 이렇게 개발 붐을 일으키며 주목받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최초의 약도 천연물에서 추출한 약이었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약의 끝도 천연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들어 헬스케어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이를 증명하고 있다. 특히 국내 개발 중인 천연물의약품의 경우 관절염 치료제가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왜 그럴까. 난치병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질병을 관리하는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과거보다 다중 메커니즘으로 질병을 보고 치료해야 한다.
개발비용면에서도 현재까지 국내 허가된 6건의 사례를 볼 때 적으면 60억원에서 많으면 400억원정도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 스티렌의 경우 200억원을 투자해 연간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 정도의 규모면 괜찮은 편 아닌가하는 생각이다. 시장이 확보된다면 충분히 투자할 수 있다.
▲‘스티렌’의 사례를 언급했듯, 현재 국내 개발 신약가운데 상업적으로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품목은 2~3품목에 불과하다. 이런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도 생각 중인가?
치료제 시장이 확대돼야 매출도 올라간다. 없었던 질환의 틈새시장에 천연물이 들어가 새 시장을 창출해야 한다. 스티렌의 경우 처음에는 위궤양으로 개발됐다가 이후 위염치료제로 승인받았다. 일종의 마켓 전략인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위염은 항상 생길 수 있는 질병이다. 위염을 타겟으로 한 약은 없었던 것이 대성공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개발단계부터 고민을 해야 한다. 천연물의약품이 난치성질병을 위주로 개발되는 것도 이런 성공사례에서 나오는 것이다.
▲국내 천연물의약품이 글로벌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은 무엇인가?
글로벌 진출에 있어 미국에 통하면 세계를 통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미국에서도 천연물신약이 하나 나오고 더 이상 나오지 않고 있다. 300여개 품목이 승인을 받기 위해 대기 중인 상황이다. 도대체 왜 일까 그 원인을 나름대로 분석해봤다.
결론은 표준화다. 천연물약은 일반 화학원료의 신약과 똑같이 규격화할 수 없다. 단일물질이면 규정이 되는데 추출물은 그 원료가 추천수백가지가 될 수 있다. 이 원료를 어떤 기준으로 규정할 것이냐가 문제다. 어떻게 원료를 규격화 할 것이냐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또 유럽 등 다른 국가는 또 다른 규정이 있기 때문에 준비를 달리 해야 한다.
▲천연물의약품연구회는 앞으로 어떤 기능을 수행하게 되나?
산업적 기준으로 접근할 것이다. 좋은 약을 개발하고 나면 부담이 제로인 시스템이 필요하다. 현장의 생각을 모아 시스템 마련을 시행토록 하겠다. 정책담당자들도 오히려 그것을 원하고 있다. 그들도 나름대로 허가 등에 있어 여러 면에서 고생하고 있다.
일단은 국민 건강을 위한 안전성도 확보해야 하는 것이 우선일테고, 투자에 돈만 낭비한 꼴이 되지 않도록 개발 기업에 피해가 없게 하는 것 등 고민이 많다.
천연물의약품에 대한 정책적 의견을 전달하고 아이디어를 만들 구심체가 필요하다. 그걸 우리 연구회가 하겠다. 제도 등의 면에 있어 필요한 사항을 얘기하면서 안전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회원가입에 기준이 있나, 현재 어떤 회원들이 가입했나?
연구기관, 대학, 기업 모든 관련 단체가 회원이 될 수 있다. 산학연의 거대 집합체라고 보면 된다. 공무원도, 지차체도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진 사람 혹은 단체라면 가입이 가능하다. 현재 공식적으로 가입서를 제출한 기관은 35곳이다. 대학, 기업 모두 포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