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한흉부외과의사회 김승진 회장

2013-11-06 06:38:23

“의료계 마리앙투아네트들 힘든 개원가 현실 너무 몰라요”


“천여명에 이르는 국내 흉부외과 의사 중 절반은 개원의사들입니다. 심장과 폐를 다뤄야 할 이들 대부분은 전공을 살리지 못하고 하지정맥류나 피부미용 시술을 하면서 먹고 살고 있어요. 흉부외과 의사를 이리도 푸대접하는 나라가 대한민국 말고 또 있을까요?”

대한흉부외과의사회 김승진 회장(사진)은 흉부외과 개원의사들의 현주소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흉부외과 의사가 의료의 꽃으로 여겨지는 것이 당연시되던 시절이 있었다. 칼잡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인체의 가장 중요한 장기이자 생명의 근원이라는 심장을 다루는 그들의 모습을 사람들은 경외 시 했다. 죽을 사람도 살려내는 그 감탄스러운 재주에 사람들은 박수를 보냈다.

흉관을 찔러 물을 빼내고 펄떡이는 심장에 대동맥을 이식하는 그들의 모습에 이끌려 청운의 꿈을 안고 의대에 진학하고 흉부외과 전공의에 지원하는 이들도 많았다.

그러나 전공의 모집정원의 절반도 채우기 힘들어 ‘의사의 꽃’ 이라는 말은 한없이 무색해지고 대신 ‘ 만년 미달’ 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칭을 그들에게 덧씌우며 흉부외과 의사로서의 자존심을 마구 짓밟고 있는 것이 2013년 대한민국 흉부외과의 현실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흉부외과 의사는 메디컬드라마의 단골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뉴하트, 외과의사 봉달희 메디컬탑팀 등 지금까지 많은 드라마에서 다이나믹한 흉부외과 의사의 삶을 그려냈다. 심지어 종종 소방관이나 스턴트맨처럼 극한직업으로 소개되기도 한다.

긴장감이 팽배한 수술실에서 펄떡이는 심장을 마주하며 꺼져가는 생명을 살려내고자 애쓰는 그들. 새빨간 선혈이 낭자하는 그 무시무시한 순간도 이를 악물고 두려움을 이겨내며 죽을 사람도 살려내는 그들의 신기에 가까운 의술은 여전히 의료의 꽃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메디포뉴스는 5일 개원 흉부외과 의사를 대표하는 단체인 대한흉부외과의사회 김승진 회장이 개원하고 있는 서울 역삼동 소재 센트럴흉부외과의원을 찾아 무너져가는 개원 흉부외과의 현주소를 돌아보고 그가 갖고 있는 흉부외과를 살릴 방안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최근 안철수 의원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의원급 수가인상으로 수준이 낮은 1차 의료기관의 환산지수가 더 높아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김승진 회장은 일차의료기관이 처한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일부 기득권 의료계 인사들에 대해 빵을 달라고 외치는 성난 군중들에게 과자를 먹으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는 마리앙투아네트에 비유했다.

기자: 지난 2011년 기준, 전체 흉부외과의사는 942명이고, 흉부외과의원은 51곳이다. 현재 병원급의료기관에 근무하는 흉부외과의사의 비율은 얼마나 되나?

김승진 회장: 대형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는 약 절반 정도이며 심장, 폐, 식도, 큰 혈관 등을 수술하고 있다.

기자 : 그렇다면 절반인 500여명은 의원을 운영하고 있다는 이야기인데 흉부외과를 표방하는 의원이 51곳이니까, 개원의의 10%만 전공과 환자를 보는 셈 아닌가?

김승진 회장: 흉부외과의사 1,000여명 중 전공을 살린 경우는 절반 밖에 되지 않는다. 흉부외과의사의 개원 현황을 보면 10%만 흉부외과라는 간판을 달고 개원하고, 30%는 미용 성형을 한다. 또 60%는 감기, 고혈압, 당뇨 환자를 보고 있는 현실이다.

기자: 흉부심장혈관외과의사회는 지난 10월 6일 학술대회를 개최했고, 흉부외과학회는 오는 7일부터 9일까지 3일간 학술대회를 열 예정이다, 타과와 마찬가지로 흉부외과의사회도 학회활동은 주로 대형병원 의사들이 하지 않나?

김승진 회장: 대형병원에 있는 분들은 학회에 참가하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하고, 본인들 발전도 되니까 활발하게 활동한다. 예전에는 학회 학술대회도 주말에 열려 개원의들이 참가하기 쉬웠는데 이번에는 평일에 열러 개원의들이 참가하기 쉽지 않다.

기자: 흉부외과의사 개원의 90%는 미용 성형을 하거나, 감기환자를 본다고 하는데 이들도 흉부외과학회에 참여하나?

김승진 회장: 그분들은 흉부외과학회에 나가면 소외될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의사회에 참여하기도 애매해 난감한 상황이다. 그래서 미용하는 분들은 미용성형학회에 나가고, 감기를 보는 분들은 일반과개원의협의회에 참가하기도 한다.

기자: 타 학회와 개원의사회의 경우 학술대회를 같이 하기도 하고 개원의사회 회장이 학회의 당연직 부회장으로 선출되기도 하는 등 공조하고 있다. 의사회와 흉부외과학회의 관계는 어떤가?

사실 흉부외과 개원의들이 수련 이후 전공을 살리지 못해 맺힌 기분이 있기도 하다. 열심히 흉부외과 수련을 받았는데, 절반 이상이 전공을 못 살린다는 것은 분명히 시스템의 문제다. 그런 시스템 문제에 대해 학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주지 않은데 대해 개원의들이 불만을 갖고 있는 것이다. 개원의사회와 흉부외과학회가 교류하거나 공조하는 모습 역시 흉부외과에선 전혀 볼 수 없는 현실이다.

기자: 의사회와 학회의 예산 규모가 차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얼마나 차이나나?

김승진 회장: 의사회 예산은 공개하기 민망한 수준으로 다른과와 달리 오히려 임원진들이 갹출해서 운영비에 보태고 있다. 반면, 학회 예산은 약 5억원쯤 되는 걸로 알고 있다. 아마 10배 이상 예산 규모 차이가 날 것으로 예상한다.

기자: 흉부외과학회에서 의사회에 재정적인 지원을 해주는 부분은 없나?

전혀 없다.

기자: 흉부외과의사회와 흉부외과학회 교류가 전혀 없는 것인가?

김승진 회장: 그건 아니다. 학회도 의사회에 도움을 주려고 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정맥류사기사건이 있었는데 보험회사가 보험비를 물어주지 않으려고 의사들을 사기 혐의로 소송을 건 것이다.

6시간 이상 정맥류로 입원하면 보험금이 나오는데 보험회사가 6시간 입원할 수술이 아닌데 왜 입원시켰느냐는 말도 안 되는 걸로 소송을 걸었다. 그때 학회에서 정맥류 수술은 마취가 필요한 수술이기 때문에 반드시 6시간 이상 병원에서 잘 관찰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공문을 보내줘 승소할 수 있었다.


학회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김승진 회장: 학회 이사장의 개인적 성향에 따라 의사회를 대하는 태도가 바뀌어 섭섭하다. 예전에는 개원의를 위해 주말에 학회를 열었는데 최근 학회일정을 평일로 바꾸지 않았나? 때문에 개원의들이 참석하기가 힘들어졌다. 물론 개원의들의 참여율이 저조한 것도 한 이유이긴 하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배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학회에 개원의 세션을 다시 개설해 주었으면 한다. 매년 해오다가 참가인원이 적다는 이유로 올해 없앴어는데 무조건 프로그램을 없애기 보다는 참가인원을 늘리는 방법을 고안해줬으면 한다.

학회는 아파트를 구입해 사무실로 운영하고 있는데 개원의들은 그 사무실에서 회의를 하려 해도 사용료를 내야한다. 그 사무실이라도 편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 비용이부담되기 보다는 소외된 느낌이 들어서다.


기자: 학회에서 사무실 사용에 대한 기준을 정해 놓았겠지만 개원의들이 서운해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김승진 회장: 학회 임원 수 조정도 필요하다. 현재 개원의 임원은 상임이사 10명 중 1명에 불과하고, 이사 75명 중 2명에 불과하다. 안과나 성형외과처럼 개원의가 돈을 잘 버는 경우 개원의가 이사장을 맡기도 한다. 흉부외과 개원의들이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 이번 주 학회에 참석해 이 부분에 대해 언급할 예정이다.

사실 피부과나 성형외과는 개원하려고 선택하기도 하는 반면, 흉부외과는 개원하려고 택한 이는 없다. 하지만 지금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교수들도 65세가 되면 개원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고려해 학회가 어떤 방식으로라도 개원의들에게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한다.


기자: 학회와 의사회 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흉부외과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흉부외과 상황이 지금도 점점 더 열악해지고 있는데?

김승진 회장: 그렇다. 대학병원에서도 빅5 외에는 불만을 갖는 분들이 많다고 하고 빅5에서도 불만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기자: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가?

김승진 회장: 심장과 폐를 수술하기 위해 흉부외과를 선택했는데, 절반은 개원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 근본적 문제다. 흉부외과 전공의를 적게 뽑든지, 아니면 병원에 흉부외과 의사가 일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든지 선택해야 한다. 최근 대형병원들이 흉부외과 전문의가 없다고 PA를 활용하려고 하는데 결국 큰 재앙이 될 것이다. 전공을 살리지 못하는 흉부외과 전문의가 이렇게 많은데 참 아이러니한 상황 아닌가?

기자: 영상의학과의 경우 지난 1990년대 혈관조영술을 이용한 진단과 치료기술이 발달하면서 각광받다가 2000년대 초반 정부가 진단 수가를 인하하자 인기가 급락했고, 그 후 다시 의무 고용하도록 법이 바뀌자 선호과로 바뀌었다. 흉부외과도 이런 부침이 있지는 않았나?

김승진 회장: 흉부외과는 계속 상황이 안 좋았다. 정부에서도 수가를 100% 인상하는 등 노력한 부분이 있지만 결국 빅5의 살만 찌우는 결과를 낳았죠. 개원환경에는 도움된 게 전혀 없었다. 다시 말하자면 정부에서 계속 일차의료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진정 흉부외과를 살리고 싶다면 차라리 흉부외과 전문의를 적게 뽑고 파격적 지원을 해줘야 한다.

기자: 최근 학술대회장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300병상 이상 병원에서는 흉부외과의사 고용을 의무화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김승진 회장: 그렇다. 그렇게된다면 어마어마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로 김포에 있는 한 병원은 흉부외과를 설치해 엄청난 혜택을 봤다. 그럼에도 초기 자본을 많이 투입해야 하는 부담감 때문에 병원장들이 흉부외과 개설을 꺼린다. 하지만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흉부외과를 개설할 경우 세제혜택 등의 당근책을 주면 흉부외과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자: 제도 개선부분을 이야기 했는데, 흉부외과 의사들이 자체적으로 개선할 부분이 있을까?

김승진 회장: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물살이 강한 곳에선 수영을 잘하는 사람이나 못하는 사람이나 결국 빠져 죽을 수 밖에 없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흉부외과의사 개인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기자: 국민생명이 달린 흉부외과에 정부지원이 소홀한 느낌이다. 타 과와의 형평성 때문일까?

김승진 회장: 일차의료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여러 면에서 국가경제나 국가의료시스템에 도움이 되는데 개탄스러운 일이다. 예전에는 맹장 수술이나 자연 분만은 일차의료에서 해결했다. 하지만 지금은 외과와 산부인과 개원가가 몰락해 맹장 수술이나 자연 분만을 개원의들이 하지 않는다. 정부에서 타개책을 모르는 것 같은데 전문가인 의사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면 좋겠다. 최근 안철수 의원이 국회에서 수준 낮은 1차 의료기관의 환산지수가 왜 더 높으냐고 지적했다는데 이는 빵이 없다는 시민들에게 과자를 먹으라고 했다는 마리앙투아네트 같은 발언과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기자: 회장으로서 생각하고 있는 대안이 있나?

전공을 살리지 못하고 있는 개원가의 흉부외과 전문의들을 흉부외과 의사가 부족한 지역병원에 투입시키면 효과적일 것이라소 생각한다. 다만 전체적인 흉부외과의사의 현황을 파악해 지역병원과 응급실, 의원급 전문의가 연계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쉽게 말해 전문의가 부족한 지역병원에 충분한 수술 실적이 있는 개원의들이 도움을 주는 것이다.

기자: 의료사고 발생 시 책임소재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 않을까?

김승진 회장: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수술 실적이나 성공률 등을 수치화해 해당 수술의 경험이 많은 최적의 의사를 투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회원들도 흉부외과를 선택했다면 감기 환자를 보는 것보다는 심장이나 폐 수술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이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현재 시스템 하에서 수가를 소폭 조정하는 수준으로는 흉부외과의 미래는 없다는 것이다. 어떻게 심장수술을 PA에게 맡길 수 있나? 뭔가 특단의 조치가 나와야 한다.

기자: 마지막으로 흉부외과의사가 되고 싶어하는 의대생이나 전공의 등 젊은 의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승진 회장: 흉부외과는 군대로 치면 특공대나 해병대원과 같다. 부와 명예가 보장된 길을 마다하고 고생길을 선택한 특별한 성향을 가진 이들이라고 생각한다. 흉부외과 의사라면 개원이 안 될 것이라는 걸 각오하고 지원한 것 아닌가? 선배의사로서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것에 대해 부끄러운 마음이 크다. 하지만 고통 없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는 말이 있듯이 흉부외과는 분명히 매력있는 과라고 단연코 말할 수 있다.

기자: 인터뷰 시작할 때는 흉부외과의사의 앞이 보이지 않는다며 푸념만 하셨는데, 의대생에게는 너무 희망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 아닌가?

김승진 회장: 그런가(웃음). 위기는 기회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어쨌든 돈을 떠나 적어도 전공을 살릴 수 있는 흉부외과 환경이 갖춰지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배준열 기자 jun@medif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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