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가에 가장 필요한 요구에 맞추려 충실히 노력해 온 것이 성장 발판이 되지 않았을까요?”
“그 시작은 미약했지만 끝은 창대하리라.” 지난 2001년 온라인에서 ‘뱃살’이라는 의사들 간의 소모임으로 시작된 비만연구의사회가 어느덧 회원 수 4500여명을 거느린 대규모 학회로 발전했다.
비만연구의사회는 국내 개원가 최초로 개최한 비만정보박람회와 세미나, 집담회, 라이브 세미나 등을 10년 넘게 이어오고 있다. 또 최신비만학(역서)을 출간하고 학회지 ‘코스모비안’을 창간하는 등 임상경험과 의학정보 공유·전달을 위해 노력해왔다.
이러한 족적을 바탕으로 최근에는 ‘1인 1환자 주치의 맺기’ 운동을 추진하고 비만의료봉사단을 결성하여 사회공헌사업에도 적극 앞장서는 등 해를 갈수록 발전을 거듭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4년 갑오년 새해를 맞아 비만연구의사회 김민정 회장(사진, 용인 미하나의원 원장)을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는 서울 아산병원에서 전공의 과정을 마친 직후인 지난 1998년부터 16년째 용인시에서 개원하고 있다. 지난 2005년 비만연구의사회에 가입해 2012년에 이어 두 번째 회장직을 연임하고 있다.
현재 비만연구의사회 회원 수는 얼마나 되고 주로 어떤 의사들로 구성되는가?
개원의와 봉직의가 대부분으로 현재 전체 회원 숫자는 약 5000명 정도 된다. 특히 지난 2012년부터 3000명 내외였던 회원 수가 급증하기 시작해 현재의 5000여명으로 늘어났다. 학술대회 때 주로 회원이 많이 늘었는데 회원 가입은 무료이지만 정식으로 회원등록을 해야 추후 소정의 할인도 받을 수 있다.
지난해에만 학술대회를 2차례 개최했다. 최근에는 중국진출까지 논의하는 것으로 아는데 소규모 모임으로 시작한 비만연구의사회가 현재와 같은 규모로 성장한 비결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온라인에서 몇몇 의사들이 살을 빼자는 의미에서 ‘뱃살’이라는 모임으로 시작되어 우리도 한번 학회를 결성해보자는 마음에 뜻을 같이한 회원들이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창립 당시인 2000년대 초반은 비만 등 미용성형수술 수요가 막 늘어나고 있던 때여서 개원가의 요구와 잘 맞았다고 생각한다. 봄가을에 큰 학회를 열고 소세미나와 라이브시술회도 자주 개최하는 등 회원들 요구에 부응하려 항상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2012년)애는 12주년 기념 세미나를 개최하고 중국 진출 등에 대해 논의했다.
최근 회장직을 연임했다. 회장으로 취임 후 특별히 계획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올해도 학술대회를 두 번 개최할 것이고 소규모 모임을 더 실질적이고 새로운 트렌드에 맞춰 활성화 시키려 한다. 사실 지난해 라이브 세미나에 대한 회원들의 호응이 매우 좋아 비슷한 형태로 기획하고 있다. 지난해 말 창간된 학회지도 일 년에 두 번 정도 발행하려 계획하고 있으며 올해도 책 출간을 기획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 학술대회에서 연임했다. 임기가 몇 년이고 집행부는 어떻게 구성되나?
회장임기는 2년이고 부회장 두 명과 간사, 그리고 15명의 이사로 집행부가 구성된다. 지난해 가을학회에서 이사회로부터 추대를 받아 회장직을 연임하게 됐으며 학회 정관 상 연임에 딱히 제한은 없다.
비만의료봉사단을 결성하고 ‘1인 1환자 주치의 맺기’를 추진하는 등 사회공헌사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는데 계기가 무엇인가?
학회가 사회에 직접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는 생각에 시작하게 됐다. 비만에 관한 전문가로서 비만퇴치로 사회에 기여하기로 한 것이다.
사실 개원가 중심의 학회에 들어오면서 많은 고민을 했다. 비만연구의사회 활동이 개원가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학회라면 당연히 연구에 중요한 가치를 둬야 하는데 이를 도외시 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개원 의사들이 중심이 된 학회라면 사회와 긴밀히 소통하고 상생하는 게 진정한 존재가치이고 그것이 의대 교수들 중심의 학회와는 다른 지향점이라고 생각해 사회공헌사업을 확대하게 된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사회취약계층일수록 비만환자가 더 많아지는 추세다. 또 비만이라 하더라도 경제적 여유가 없기 때문에 살을 빼기 힘들어 초고도 비만으로 악화되는 경우도 많다.
제 경우도 비만진료 환자 중 한 분이 고도비만 환자인데 사회취약계층이다. 10여번 병원을 내원했지만 더이상은 비용이 문제가 되어 병원에 내원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소회계층을 위한 비만 무료 치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특히 비만이 명백히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질환이라고 인식을 하지 못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이는 곧 마침 사회공헌사업의 구체적 아이템이 됐다.
비만은 만병의 근원이라 한다. 비만연구의사회는 비만을 질병으로 규정하고 대국민 홍보사업을 하고 있는데?
WHO에서는 이미 비만을 질병으로 규정하고 퇴치사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비만으로 인한 미용 상 문제에만 집중할 뿐 질병으로까지 인식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때문에 소외계층의 비만율이 매우 높은데도 불구하고 당뇨 등과 달리 비만으로 생활보호대상 환자가 병원을 찾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전문가적 입장에서 비만을 미용 문제로만 국한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그래서 비만연구의사회가 지난해 3월부터 사회취약계층의 비만치료를 위한 사회공헌사업을 제안했다.
사회취약계층에 비만이 있는 것을 자주 보는가?
하나의 예를 들어보겠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초고도 비만환자가 무릎관절이 다 망가진 채로 정형외과 의사로부터 비만치료를 권유받고 찾아왔다. 거기다 시각장애인이었다. 이 경우 비만은 상당한 문제가 되어 빨리 치료해야 한다. 하지만 치료비가 없어 5년째 제가 챙겨드리고 있다.
사회취약계층들이 건강상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수 있는 비만을 치료해야 함에도 돈이 없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비만이 건강상 문제로 살을 빼야 한다는 치료개념보다는 날씬한 사람이 더 날씬해지려는 미용개념으로 상당히 왜곡돼있어 이를 하루 빨리 개선해야 한다.
그래서 비만연구의사회가 대국민홍보자료를 만들어 올해부터 대국민홍보활동 주력하고 있고 소외계층 비만치료 사업도 계획하고 있지만 아직 비만을 질병으로 인식하는 풍토가 조성되지 않아 아쉽다.
비만퇴치사업을 위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도 접촉하고 있는데 항상 느끼는 거지만 정부 당국자들도 그렇고 일반인 인식도 그렇고 만나보면 다들 비만을 질병으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초고도 비만환자들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이러한 인식을 하루 빨리 개선해야 한다.
시부트라민 퇴출 후 전체 비만약 시장이 크게 감소했다. 개원가는 이후 어떻게 처방하고 있나?
시부트라민 이후 쓸 수 있는 비만약이 줄어들긴 했지만 펜터민, 펜디메트라진 같은 식욕 억제제, 올리스테트 같은 지방 흡수 억제제, 포만감 유도제 등을 사용하고 있다. 물론 입마름이나 수면장애같은 단점도 간혹 있지만 환자에 따라 조절하면 사용하고 있다. 다행히 2012년 (FDA)에서 로카세린과 큐시미아를 비만약으로 승인했다. 아직 국내에서는 시판되고 있지 않고 있고 아마 임상시험을 거쳐 내년 쯤 나올 것 같다. 현재 외국에서 판매되는 양상으로 봐서 약가대비 효과가 걱정스럽긴 하나 국내 시판이 되면 시부트라민 후세대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국감에서 향정신성 비만약이 많이 처방된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전문가 입장에서 매우 아쉽다. 비만약이 분명 향정신성 약물인 것은 맞지만 의사 판단 하에 필요에 맞게 치료 목적 하에 쓰이는 것이다. 비만이 매우 심할 경우 향정신성 약품이라도 우선순위를 따져 적절히 쓰일 필요가 있는 데 전문가적 입장을 무시하고 무조건 향정신성 약품 오남용이라고 몰아세우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비만 관련 개원가 학회가 상당히 많다. 통합하려는 움직임은 없나?
비만연구의사회의 경우 이 학회 저 학회 얽혀있는 사람은 절대 받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모 학회도 지난 2006년 통합목적으로 탄생했는데 결국 또 하나의 학회가 되 버렸다. 비만연구의사회가 그 역할을 하기 바란다.
최근 학회지 ‘코스모비안’을 창간했다. 창간 목적과 효과는?
비만연구의사회가 온라인을 베이스로 한 학회이고 무료로 회원 가입을 받고 있다 보니 소속감이 약한 면이 있었다. 그래서 회원들의 소속감을 높이기 위해 계획하게 됐다. 그전에도 웹진을 창간하여 한달에 한번씩 배포하고 있지만 그걸로 모자란 면이 있어 이제 겨우 종이로 된 회지를 겨우 하나 만든 것이다. 4000부를 찍어 3000부를 회원들에게 보냈는데 학회지 창간으로 회원들의 소속감을 높인 계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