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시립병원에는 견실한 공공의료팀이 많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어릴 적 슈바이처를 꿈꿨던 제 소망에도 한 발짝 앞으로 다가서는 것 같아 너무나 기쁩니다.”
조숙 서울특별시 북부병원장(사진)은 최근 기자와 만나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서울시의료원 산부인과 과장으로 재직하다 지난 5월 26일 북부병원장으로 취임했다.
이화여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가톨릭성모병원에서 전공의 과정을 수료, 산부인과 전문의 면허를 취득했으며 이후 인하대병원을 거쳐 지난 2003년부터 서울시의료원에서 환자들을 돌봐왔다.
서울시 산하 공공병원 중 하나인 북부병원은 치매, 중풍 등 노인성질환 중심병원을 표방하며 지난 2006년 개원했다.
이 같은 병원의 특성에 따라 조숙 병원장은 취임일성으로 “공공성이 강화된 병원으로 발전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힘과 동시에 ‘행복한 병원 만들기’라는 경영철학을 강조한 바 있다.
의료기관을 포함한 다양한 기관과 통합네트워크를 형성해 지역주민들에겐 질 높은 질병예방교육을 실시하고 병원 내부적으로는 직원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열린 마음으로 수직적 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를 지향함으로써 그 행복을 환자들에게도 전하겠다는 것이다.
▲다음은 조숙 병원장과의 1문1답.
취임을 축하드린다. 취임하고 나서 서울시 북부병원에 대한 첫 인상이 어땠나?
부임하자마자 북부병원과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병원 주변에 중랑숲 캠프장이 있어 매우 쾌적하고, 인근에 5개의 초·중·고등학교가 밀집해있어 주변에 젊은 층이 많다. 병원 내부에는 환자, 보호자 뿐 아니라 지역 주민에게도 개방되어 있는 ‘징검다리 도서관’, 비영리 예술단체 ‘로사이드’ 소속의 작가들을 후원하는 ‘로사이드 갤러리’, 병원에서 무상으로 자리를 제공하고 서울시립대 종합사회복지관이 관리하여 지적장애인 학생들과 노인들이 직접 운영하는 ‘갤러리 카페’ 등 곳곳에 아름다운 스토리가 숨어 있다. 북부병원은 지난 2011년 서울시내 병원급 의료기관 중 최초로 보건복지부 인증을 받았고 의료복지건축대상 최우수상도 수상할 정도로 의료 서비스의 질과 시설의 인프라 면에서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앞으로 서울시 북부병원을 어떤 방향으로 운영할 계획인가?
취임하면서 ▲재활센터 활성화 ▲호스피스 질향상 ▲자연친화적병원 ▲공공의료활성화 등 네 가지 목표에 초점을 맞추어 운영하고자 한다.
첫째로 우리에게는 훌륭한 재활의학센터가 있다. 뇌졸중이나 척추손상 등의 질환으로 급성기 치료를 받은 환자분들에게 재활의학과 전문의와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언어치료사 등 재활전문가가 팀을 이루어 환자들이 가정과 사회로 원활하게 복귀할 수 있도록 개별화된 ‘맞춤형 재활치료’를 하고 있다. 특히 재활환자가 입원한 경우 언제든 내과, 신경과, 정신건강의학과 등 타 진료과와 협진이 매우 원활하다는 큰 장점이 있다. 인근의 서울의료원 재활의학센터, 국립 재활원 등과 교류를 통해서도 재활센터를 더 활성화하고자 한다.
두 번째로 북부병원은 보건복지부지정 호스피스완화 전문기관으로 전담의사, 간호사, 영양사와 사회복지사 등으로 구성된 전문 완화의료팀이 말기 환자의 편안한 임종을 돕고 있다. 명상, 산책, 체조 등 암환자 요법, 가족모임 및 교육, 종교 활동 등을 지원해 환자는 물론 그 가족까지 돌보는 총체적 돌봄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현재 총 30병상을 운영 중인데 더욱 질적으로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세 번째로 지역 친화적 병원이 되고자 노력할 것이다. 북부병원이 초기에 노인병원이란 이름으로 인해 노인만 진료하는 병원이나 요양병원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주변에 젊은 층이 많이 거주하기 때문에 지역사회에서 누구라도 진료가 가능하다. 이를 적극 알리고 지역사회 예방교육도 지속적으로 실시해 진정으로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병원이 되도록 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민간병원에서는 하기 어려운 공공의료 활성화를 모색할 것이다. 사실 전임 원장이 구축한 ‘301 네트워크’라는 공공의료의 훌륭한 모델이 있다. 보건소, 주민센터 등과 연계해 의료취약계층 환자를 발굴하는 적극적 의료를 수행하고 있는데 향후 공공의료의 모델로 손색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사업을 비롯한 다양한 공공의료사업을 지속적으로 유지,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우리병원에는 견실한 공공의료팀이 있어 많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데 어릴 적 의료봉사를 꿈꾸었던 제 소망에도 한 발짝 앞으로 다가서는 것 같아 기쁜 마음으로 수행하고자 한다.
올해 병원의 목표를 ‘행복한 병원 만들기’로 정했는데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 부탁드린다.
병원은 여러 종류의 전문직종이 공존하고 있어 타 직종에 대한 이해 없이는 발전하기 어렵다. 그 벽을 허물기 위해서는 소통이 매우 중요한데 소통장애의 벽을 허물고자 원장인 저 자신부터 가족 같은 마음을 가지고 직원들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원장실을 항상 직원들에게 개방해 언제든지 애로사항이나 병원발전 방안을 청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원장실 문뿐만 아니라 제 마음의 문도 열어놓고 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매주 주간소통회의, 매월 간부회의, 분기별 노사협의회 및 경영설명회를 통해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하루 세 번 먼저 인사하기, 봉사하기, 감사하기’를 제시했다. 작은 시작이 소통의 밑거름이 된다고 믿는다. 이렇게 서로 소통하는 직원들은 행복한 직장 생활을 할 것이며 이러한 행복함은 결국 환자에게 전해질 것으로 믿는다.
전임 원장이 의료사회사업 상담서비스, 지역사회기관 연계 등 사회사업 프로그램을 활발히 진행했다. 지역사회로부터 많은 호평을 받기도 했지만 병원의 역량을 많이 투입해야 하는 부담도 있는데?
전임 원장이 추진해오던 ‘301네트워크’는 보건의료와 복지를 연계하는 것이다. 1년여 기간 동안 진행됐기 때문에 이를 위한 인적자원 등 노하우는 이미 축적되어 있는 상태다. 다만 관리 운영 면에서 많은 부분을 서울시의 지원금 또는 민간 펀드에 의존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미래지향적으로 공공기관에서 수행해야하는 좋은 모델인 만큼 최선을 다해서 이 사업을 추진함은 물론 더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진주의료원 사태와 서울대병원 파업사태에서 보듯이 공공병원이 공공성뿐만 경영이익도 추구해야 하는 상황인데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사실 공공의료의 정의는 “국민 소득에 적합한 의료서비스 제공”인데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2만불이 넘었는데도 아직 1만불 시대의 개념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공공병원들도 이제 민간병원에 뒤쳐지지 않는 하드웨어를 갖춤으로써 “저소득층 치료”에서 “가치 있는 치유”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도 공공병원의 본연의 역할이 다시금 증명 되었다고 생각한다.
공공성과 수익성은 공공의료기관이 조화 있게 추진해 나가야 할 것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이 둘을 분리해 생각하기 쉽지만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의료사각지대에 있는 취약계층을 적극적으로 발굴하여 그 분들에 대한 진료를 적극적으로 한다면 이는 공공병원 경영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일례로 저희 301네트워크에서는 의료보험 환자지만 의료보호 혜택을 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의료보호 수혜를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기도 한다.
또한 지역 친화적인 병원으로, 질 높은 재활센터와 호스피스를 적극적으로 운영함으로써 경영성을 확보하는 노력을 최대한 하려고 한다. 저희병원을 노인병원 또는 요양병원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지만 지역사회에서 병원이 노인뿐 아니라 누구라도 진료가 가능함을 알려 외래를 활성화 한다면 병원의 경영개선은 물론 이 지역에서의 의료기관으로 그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를 위해 현재 6개과만 있어 갖는 우리병원의 한계점을 서울의료원과 협조를 강화해 의료진 파견 근무 등으로 풀어나가려 한다.
북부병원 뿐만 아니라 국립중앙의료원장도 최근 안명옥 원장이 취임하는 등 공공의료기관에 여성리더들이 늘어나고 있다. 의료계에서 여성 리더들이 갖는 장점이 있다면?
의료계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여성들의 진출이 갈수록 증가되고 있다. 여성 리더 비율의 증가는 세계적인 추세라고 한다. 이는 아마도 여성들이 감성적인 경영을 펼치는 장점이 있어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경쟁과 지배 개념이 아닌 상생과 공존의 리더십, 권위적이지 않고 함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리더십이 장점이라 생각한다. 저 역시 처음에 말씀 드린 대로 직원들이 행복한 병원에서 행복한 삶을 누리고 그로 인해 환자분들에게 그 행복을 나눠드릴 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