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5일, 간호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입법예고 됐고, 오는 6월 4일까지 국민 의견이 수렴되고 있습니다. 아울러 ‘간호사 진료지원업무 수행에 관한 규칙안’이 현재 별도로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 규칙안에는 교육기관의 지정, 운영 체계, 자격 기준 및 진료지원 행위 범위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그러나 정부가 추진 중인 규칙안은 진료지원업무를 수행하는 간호사(이하, 전담간호사)의 전문성과 현실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습니다.현재 전담간호사 교육기관의 실태를 보면, 다수 병원에서는 체계적인 교육과정이 마련돼 있지 않고, 의사들은 전담간호사 교육에 신경도 쓰지 않기에 어쩔 수 없이 선임 전담간호사가 신입 전담간호사에게 단순히 경험을 전수하는 방식이 대부분입니다.이는 그동안 정부가 전담간호사에 대해 관심이 없었고 의료기관 음지에서 알아서 교육시키고 알아서 업무 시키는 것에 대한 암묵적 정책을 추진해 왔기 때문입니다.그런데 간호법 제정으로 진료지원업무 제도화를 추진하는 정부가 전담간호사 교육기관을 의사대표 단체를 포함한 공급자 단체, 의료기관 등 광범위하게 펼쳐주고 각자 마련해 정부에 신청하면 각자 알아서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이는 그동안 의사 부족 문제를 이유로 간호사에게 과도한 진료지원업무를 떠넘겨 온 현실을 방치한 채, 이제는 그 교육마저 현장에 전가하려는 제도적 착취입니다.간호사의 진료지원업무, 이대로는 안 됩니다.진료지원업무는 단순한 의사업무 보조가 아닙니다. 이는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임상 상황에 즉각 대응하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업무입니다. 따라서 단순 실무 경험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으며, 충분한 이론 교육과 실습을 기반으로 한 체계적인 교육과 자격체계가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합니다.이에 대한간호협회는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힙니다.첫째, 간호사 진료지원업무 관련 교육은 의료기관이 아니라, 간호 실무와 교육에 전문성을 가진 대한간호협회가 총괄해야 합니다.일본 등 선진외국의 사례처럼 협회가 교육기관을 지정·평가하고, 과정 운영을 관리하는 컨트롤타워가 되어야 합니다. 주요 국가들 간호사의 역할을 명확히 제도화하고 법적 책임을 부여함으로써 의료서비스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함께 확보하고 있습니다. 오직 한국만이 시대 흐름에 역행하며 간호사의 제도적 역할을 외면하고 있습니다.대한간호협회는 이미 간호연수교육원을 통해 전문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보수교육기관 평가 및 자격시험 관리 등의 역량을 갖추고 있습니다.둘째, 진료지원업무의 분야 구분과 자격 부여는 현장의 수요와 전문성에 기반해 설계돼야 합니다.정부는 전담간호 분야 구분을 없애고 공통·심화·특수 업무로 단순화하려 하나, 이는 현실과 동떨어진 접근입니다. 분야별 자격 기준 마련과 업무 범위의 명확한 고시가 반드시 필요합니다.셋째,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은 일방적인 제도 추진을 중단해야 합니다.현재 진료지원업무를 수행 중인 간호사는 시범사업 참여 기관 외에도 전국 3300여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약 4만 명 이상으로 추산됩니다.이들은 전문간호사 제도와는 별도로 현장의 수요에 기반해 별도 양성과 체계적 교육이 필요한 인력입니다.넷째, 진료지원 행위 목록은 실제 간호사의 업무 흐름에 맞춰 고시되어야 하며, 그에 따른 자격체계가 법적으로 명확히 보장돼야 합니다. 단순 이수증으로는 그 전문성과 책임을 담보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