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아청소년과는 더 이상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붕괴되고 있는 필수의료의 최전선입니다.
최근 보사연 연구 발표에서 나온 내용을 요약해보면 첫째, 소아청소년 인구 감소에 더해 전공의 지원 감소와 전문의 수도권 집중이 심화되면서 의료체계 붕괴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둘째, 산발적으로 진행중인 소아의료 지원 정책과 관련된 법제를 포괄적인 하나의 체계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셋째, 경증 환자의 응급의료 쏠림과 중증 복합만성질환자의 의료이용 증가 등 의료 서비스 이용행태의 문제점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점들에 대한 인식은 이미 수년간 정치권이나 관련 부처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접근해왔던 부분들이지만 정치적 논리와 재정적, 행정적 문제들로 실질적인 정책 추진은 미뤄져 오면서 골든 타임은 이미 지나갔습니다. 많은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시범사업들이 추진돼 왔지만 실효성이 부족하거나 형식적인 수준에 그쳐 가시적인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 채 소아청소년과는 무너져 가고 있습니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 의료진이 구속됐던 2018년 3월 이후 전공의 지원율이 정원의 100%를 충족하지 못하기 시작하더니 매년 200명 이상 꾸준히 배출되던 전문의가 2019년부터 처음으로 감소했습니다. 이후 지원율이 2024년 131명에 그치더니, 2025년에는 의정갈등까지 겹치며 고작 24명 배출될 전망입니다.
최근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실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급기야 전문의 배출이 올해 2분기 6441명, 3분기는 6438명으로 감소하고 있습니다. 필수 의료를 표방하는 다른 과목에서도 볼 수 없는 이 현상은 왜 소아청소년과에만 나타나고 있을까요?
그나마 배출된 전문의들 중에서도 세부분과 전임의가 내분비분과나 신생아분과에만 부분적으로 수급되고 소아심장/신장은 1년에 한명 배출이 될까 말까 할 정도로 명맥이 사실상 끊겼습니다. 국제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심각한 상황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더 문제인 것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이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더 이상 하지 않고 다른 진료 영역으로 점점 이탈하고 있는데 그부분은 통계상 확인하기도 어려운 부분이라는 것입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2023년도 전공의 지원율이 16%대로 곤두박질 치는 상황을 목도할 수 없어 폐과선언을 하는 등 경고신호를 충분히 국민들과 정부 당국에 알렸음에도 결국 2025년 현재 전문의가 과거 대비 10% 밖에 배출되지 않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장의 많은 전문의들이 소아청소년 진료만으로는 운영이 불가능해 현장을 떠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수 년째 본 의사회 학술대회는 성인 질환, 피부 미용 등 소아청소년 진료를 벗어난 주제로 커리큘럼을 이어갈 수 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정부는 소아청소년과를 살려보겠다고 하면서도 정작 전문의들의 대표 단체이자 현장 책임자인 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패싱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배제한 채 탁상 행정에 머물러 있습니다. 지금의 위기는 또 다시 5년 10년이 지난 후 소아청소년 환자들의 안전과 생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것입니다.
너무나 늦었지만 정책적 오판과 혈세 낭비는 이제 중단하고 지금이라도 당사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지 소아청소년과의사회가 지켜보고 있을 것이며, 실효성 있는 정책 수립을 위해 국민들과 함께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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