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한의영상학회는 최근 대한영상의학회를 비롯한 일부 단체들의 성명을 접하고 깊은 유감을 표한다.
학회는 학문적 연구와 진료기술의 발전을 목표로 하는 순수한 연구기관이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학술 단체가 특정 직역의 이익다툼에 동조하며 이권의 도구로 전락한 현실을 바라보며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1. 한의영상의학은 한의학의 학문적 맥락 속에서 자생적으로 발전해왔다
한의학에서의 영상의학은 단순히 서양의학 기술을 차용한 것이 아니라, 한의학적 진단체계와 추나·기능의학적 이해를 기반으로 독자적 영역을 구축해왔다.
특히 추나영역에서의 X-ray 활용은 일반 영상의학과 달리 동적 변위, 균형, 자세 기능평가를 목적으로 하며, 이는 일반 영상의학 전문의가 쉽게 이해하거나 수행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실제로 추나진단에 요구되는 촬영 자세, 방향, 표식체계 등은 일반 영상의학 교과에서는 다뤄지지 않는다.
이러한 특수성과 전문성은 한의영상의학이 단순한 기술 활용을 넘어 진단과 치료가 연결된 임상형 영상학으로 발전했음을 의미한다.
또한, 체형분석 이후 경락(근육·근막경선)의 단축과 이완을 정량적으로 평가해 균형을 잡는 침치료 및 침도치료 영역에서도 X-ray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의영상의학은 체형 불균형, 근막 긴장, 척추·골반 변위를 영상적으로 파악함으로써 침구의학에서 침도 자입 깊이, 방향, 교정 포인트를 정밀하게 설정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를 제공해왔다.
이렇듯 단순한 영상 판독을 넘어, 근골격계 기능의학과 한의치료기술을 융합한 고유의 임상학문 체계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2. 대한영상의학회는 학술단체로서의 본분을 상기해야 한다
대한영상의학회가 진정한 학술단체라면, 다름을 배척하기보다 상호 발전과 학문적 교류를 모색해야 했다. 한의학의 영상의학적 접근을 무시하고 이권논리에 편승하는 것은 학회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행위이다.
의협의 정치적 성명에 동조해 특정 직역의 권한만을 주장하는 것은 학문이 아니라 이익집단의 행태이며, 학회로서의 위상을 스스로 실추시키는 일이다.
3. X-ray 사용에 대한 법적·역사적 사실의 왜곡을 바로잡는다
한의사는 영상정보를 진료에 계속 활용해 왔고, 한의사가 X-ray를 진단 보조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 법령은 역사적으로 존재한 적이 없다.
단지 의료행위 범위가 아닌 방사선 안전관리에서 배제해 설치를 못하게 발목잡아왔다. 이로 인해 한의사는 ‘촬영 버튼 조작’ 행위만을 의과에 의존하게 됐고, 이는 의료행위의 본질과는 무관한 제약일 뿐이다.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판결(2016도21314)의 새로운 판단기준과 확정판결(수원지방법원 2023노6023)로 한의사의 X-ray 영상정보 활용이 합법임이 명확히 확인된 만큼, 법과 현실의 괴리를 바로잡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입법 절차다.
서영석 의원의 의료법 개정안은 이러한 정상화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이며, 이를 왜곡해 ‘이권 침해’로 몰아가는 것은 국민의 건강권과 학문발전을 저해하는 행위다.
4. 상생과 협력의 새로운 길을 제안한다
의학은 국민의 건강을 위해 존재하는 공공의 학문이다. 한의학과 서양의학이 각자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학문과 기술의 교류를 통해 함께 발전하는 것이 시대의 요구다.
대한영상의학회는 ‘버튼 딸깍권’ 같은 무의미한 직역 이기주의에 편승하지 말고, 한의영상의학과의 협력적 연구를 통해 국민의료의 질을 높이는 본래의 학문적 사명으로 돌아와야 한다.
대한한의영상학회는 앞으로도 한의학적 영상진단의 학문적 발전과 국민건강을 위한 기술혁신에 최선을 다할 것이며, 학문과 의료의 자유로운 발전을 가로막는 어떠한 부당한 압력에도 굴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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