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협, ‘간호사 심리상담 전문가단’ 공식 출범

2025-10-21 17:18:01

“단순 출범 아닌 강력한 선언”…인권 보호 지원 사업 본격화



대한간호협회가 간호사의 정신건강 증진과 인권 보호를 위해 ‘간호사 심리상담 전문가단’을 공식 출범시켰다. 간호협회는 이번 발대식을 계기로 간호인력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심리상담 지원사업과 조직문화 개선 사업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21일 오후 서울 간호인력지원센터 강당에서 열린 발대식에는 간호협회와 간호인력지원센터 관계자, 심리상담 지원사업 자문단 등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이날 신경림 간호협회 회장은 ‘간호사 심리상담 지원사업 취지문’을 발표하며 “오늘 발대식은 단순한 출범 행사가 아니라 무너진 간호사의 인권과 마음건강을 되찾기 위한 선언의 자리”라며 “간호사가 존중받는 환경에서 일할 때 비로소 국민의 생명과 건강도 지켜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또 “심리상담 전문가단은 간호사 인권 회복의 최전선이자 조직문화 혁신의 출발점”이라며 “간호협회가 제도적 기반과 지속 가능한 지원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보건의료인력 인권침해 상담센터에도 최근 5년간 보건의료인력을 대상으로 접수된 인권침해 상담 건수는 6000건을 넘어섰으며 이 중 간호사 관련 상담이 57.9%(3487건)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간호사들이 의료현장에서 겪는 인권침해와 정신적 소진이 구조적 문제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간호계에서는 이번 ‘간호사 심리상담 전문가단’ 출범이 단순한 지원사업이 아닌 시급하고 필수적인 대응 체계 구축의 시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행사에서는 ‘간호사 인권침해 실태조사’에 대한 구체적인 결과도 함께 공개됐다.

응답 간호사의 절반(50.8%)이 최근 1년 사이 인권침해를 경험했다고 답했으며, 이 가운데 71.8%는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주요 인권침해 유형으로는 △폭언(81.0%) △직장 내 괴롭힘 및 갑질(69.3%)이 가장 많았고, 가해자는 ‘선임 간호사’(53.3%), ‘의사’(52.8%), ‘환자 및 보호자’(43.0%) 순으로 나타났다.

피해는 대부분 병동 등 환자와 보호자가 함께 있는 공간(79.0%)에서 발생해, 의료현장의 인권침해가 일상화돼 있음을 보여준다.

신고를 포기한 이유로는 “신고해도 변화가 없을 것 같아서”(67.2%)가 가장 많았고, 실제로 신고 후에도 “기관의 변화가 없었다”는 응답이 69.0%에 달했다.

또한 인권침해 이후 간호사들이 겪은 감정으로는 ‘분노’(80.3%), ‘자존감 저하’(74.5%), ‘우울·좌절감’(66.3%)이 꼽혔으며, ‘자살 충동’을 느꼈다는 응답도 17.5%에 달했다.

간호협회가 공개한 실태조사에는 현장 간호사들의 생생한 증언도 함께 공개됐다. 이들은 의료현장 내 폭언·폭행과 위계적 문화가 일상화돼 있으며, 보호받을 수단이 사실상 부재하다고 호소했다.

A 간호사는 “보호자에게 폭행을 당했는데도 병원 측은 ‘그냥 참아라’고만 했다”며 “그 일을 겪은 뒤 환자 얼굴만 봐도 숨이 막혔다. 병원은 끝까지 ‘너만 참으면 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B 간호사는 “출근하면 제일 먼저 상급자의 눈치를 본다”며 “기분이 나쁘면 사소한 실수에도 폭언이 쏟아지고, 후배들 앞에서 모욕을 주는 일이 다반사”라고 전했다.

C 간호사는 “수술 중에 ‘병신’이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 신고 시스템이 있지만, 신고하면 바로 누가 신고했는지 드러나고 가해자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D 간호사는 “의사가 기분에 따라 간호사를 감정적으로 대한다”며 “가족이 입원했을 때 간호사에게 개인 심부름을 시키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E 간호사는 “악성 민원과 무례한 대우가 계속된다”며 “병원에서는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라’는 말만 한다. 간호사를 보호해줄 제도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간호협회는 이번 실태조사를 토대로 △신고 및 조치 전(全) 주기 표준화 △신고자 보호 및 2차 가해 금지 △재발 방지 체계 구축 등을 포함한 제도 개선안을 정부에 제안했다.

또 심리상담 전문가단을 중심으로 심리상담 지원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신경림 회장은 “간호사의 마음이 건강해야 환자의 생명이 안전하다”며 “이번 출범이 간호사의 존엄과 회복을 상징하는 희망의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노영희 기자 nyh2152@medif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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