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질적 저수가∙구조적 문제 근본원인 간과하고 의료계 탓 유감”

2025-11-06 15:15:28

지난 3일 국회미래연구원의 ‘건강보험 재정 지속가능성을 위한 비급여 및 실손보험 통제방안’ 보고서가 지적한 “비급여 의료서비스 확대, 병행진료 행태, 관대한 실손보험 구조가 건강보험 재정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의료시스템의 병리적 현상을 심화시키는 핵심 요인”이라는 문제의식에 일부 공감합니다.

실제로, 실손보험의 관대한 보상체계가 소비자와 공급자 모두에게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고, 일부 가입자에게 보험금 수령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현상은 개선이 필요한 과제임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보고서는 이러한 문제의 원인을 ‘의료계의 수익 극대화 행태’와 ‘직업의 자유와의 구조적 갈등’ 에만 편향적으로 귀속시키고 있고, 실손보험이 건강보험의 보완형으로 설계돼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보험사 상품 설계의 오류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 그리고 저수가 정책에서 기인한 비급여로의 보상구조라는 근본적 원인을 간과한 점에서 심각한 유감을 표합니다.

① 비급여 확대의 근본 원인은 정부의 저수가 정책입니다.

보고서도 지적했듯이, 우리나라에서 비급여가 확산된 배경은 급여 진료에 대한 만성적인 저수가 구조 때문입니다. 의료기관은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급여 수가로는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해, 불가피하게 비급여 진료를 통해 적자를 보전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여 있습니다. 

따라서 비급여 통제 이전에 정부는 먼저 급여 수가를 현실화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하며, 의료기관이 비급여에 의존하지 않고도 지속가능한 진료를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야 합니다. 현재 비급여 관리 방안은 넘쳐나는 반면에 급여 정상화의 노력은 미비하기만 합니다.

② 비급여는 환자의 의료 선택권과 접근성을 보장하는 필수 요소입니다.

보고서가 제시한 ‘병행진료 단계적 금지’ 및 ‘급여항목 비급여화’ 방안은 환자의 의료 선택권을 침해하고, 의료접근성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습니다. 특히 병행진료는 단일 의료기관 내에서 환자가 급여와 비급여 진료를 연속적으로 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로, 우리나라의 높은 접근성과 효율성을 유지하는 데 기여해왔습니다. 

이를 인위적으로 분리하면 환자의 이동 부담이 커지고, 고령자나 만성질환자의 진료 연속성이 무너질 우려가 큽니다. 백내장 수술, 도수치료 등 삶의 질 개선형 비급여 진료를 일률적으로 제한하거나 비급여 항목까지 급여화하는 것은 환자의 부담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③ 비급여 관리는 공론화와 과학적 검증을 전제로 해야 합니다.

의학적 필요성이 검증된 비급여 항목을 단계적으로 급여화하려는 노력에는 일정 부분 공감합니다. 다만 이는 충분한 공론화와 과학적 검증, 그리고 안정적인 재정 확보 방안을 전제로 단계적으로 추진돼야 합니다. 또한, 비급여 통제가 또 다른 풍선효과를 일으켜 새로운 비급여 항목을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도록 신중히 접근해야 합니다.

대한의사협회는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 확보가 국민건강권 수호의 핵심 과제임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습니다. 보고서가 제시하는 개혁방안이 일방적으로 의료현장을 옥죄는 규제 중심으로 흘러서는 안됩니다. 이에 다음 사항을 정부에 강력히 촉구합니다.

비급여 통제에 앞서 필수의료 분야의 저수가 문제를 우선 해결해, 의료기관이 비급여에 의존하지 않고도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의료계와 투명한 협의를 통해 비급여 재분류, 병행진료 금지 등 의료서비스 제공의 근간을 흔드는 정책의 강행을 지양하고 관련 정책 추진에 있어 의료전문가 단체와의 충분하고 투명한 논의를 통해 합리적인 합의점을 찾아야 합니다.

대한의사협회는 대한민국 보건의료시스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정부, 국회, 그리고 국민과 함께 논의하며 대안을 모색할 준비가 돼 있으며, 정책의 방향이 규제가 아닌 ‘지속가능한 의료시스템 구축’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대한의사협회 실손보험대책위원회 medifonews@medif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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