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6일 보건복지부의 대통령 업무보고가 있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관장하는 업무 영역은 매우 넓고 다양합니다. 이를 지켜본 본 협회의 입장을 핵심적인 내용 위주로 밝히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힘들고 어려운 분야이지만 사회를 지탱하기 위해 꼭 필요한 핵심의료 분야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통령님의 언급을 보면 이런 현상의 발생원인에 대한 인식은 정확합니다. 낮은 수가와 보상, 법적 분쟁의 위험성, 항상 대기해야 하는 핵심의료 인력의 어려움은 본 협회도 지속적으로 언급한 부분입니다.
수가인상, 대기에 대한 보상을 언급한 보건복지부 장관의 발언은 진일보한 접근으로 평가합니다. 국회에서도 의료분쟁조정법의 특례조항이 도입되는 과정이 빨리 진행돼 환자 안전망을 확보하고, 국민 생명을 지키는 최전선이 안정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1) 응급실 관련
응급실에서 환자를 원활히 수용하지 못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협회에서도 여러 번 의견을 낸 바 있습니다. 모든 응급환자는 응급실에 들어가 진단을 받고 응급처치를 받아야 한다는 대통령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의사는 없습니다. 현재 왜 많은 응급의료기관이 환자를 적시에 받지 못하는지 다시 한번 검토해주시길 바랍니다.
응급의료는 환자에게 필요한 최선의 진료가 제공돼야 합니다. 응급의료기관의 최종진료 가능여부를 미리 확인하는 중앙상황실 등의 시스템 역시 확보돼야 합니다. 응급의료 수요에 따른 응급의료기관의 재편 역시 필요합니다. 응급의료기관이 가능한 환자를 주저하지 않고 받을 수 있도록 하려면 최선의 응급치료를 제공한 응급의료기관에 대한 광범위한 면책이 필요합니다. 또한 응급의료기관 간의 단계적 이송이 민간이 아닌 국가 시스템에서 지원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런다면 대통령께서 고민하시는 문제는 단기간 내에 해결될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의사들이 응급환자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의료환경을 마련해 주시기 바랍니다.
2) 특사경 관련
사무장병원은 근절돼야 합니다. 건강보험 재정을 축내고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암적 존재입니다. 하지만 사무장병원은 개설 후 단속보다 개설 전 차단해야 합니다. 효과적인 사전예방 법안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단은 이런 대안들은 무시한 채 특사경 도입만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부정청구와 사무장병원 척결을 동일 선상에 놓고 지시했으나, 이 둘은 엄연히 다릅니다. 이는 정책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명백한 과잉 권한 위임입니다. 수사권은 전문 영역인 만큼 특사경 지정은 극히 제한적이어야 마땅합니다. 더욱이 특사경 도입은 권한 남용의 우려가 커 국회에서도 신중을 기하는 입법 사안입니다. 그럼에도 정식 절차를 우회하여 업무보고 자리에서 검찰과 같은 권한을 부여받고자 하는 행태는 매우 부적절하며, 이는 행정권과 수사권의 심각한 이해상충을 초래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건보공단은 금감원 사례와 다르게 의료기관과 수가계약을 맺는 당사자이며, 진료비를 지급 및 삭감하는 이해관계자 지위에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강제수사권까지 더해진다면 의료인의 정당한 진료권을 심각하게 위축시키고 방어적 진료를 양산하게 되어, 종국적으로는 국민 건강에 위해가 될 우려가 큽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는 공단의 무리한 특사경 도입 시도에 대해 재검토를 요청하는 바입니다.
3) 한방난임·탈모 관련
대통령께서 저출산 대책, 난임부부 지원 등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반가운 일입니다. 하지만 의학적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한방 난임사업에 건강보험 재정 투입은 매우 위험한 언급으로 판단됩니다. 건강보험급여는 의학적 효과성과 경제적 합리성을 바탕으로 적용됩니다. 기본적인 효과성과 합리성을 획득하지 못한 한방사업에 건강보험을 투입하는 것은 중증의료, 핵심의료 부분에 대한 지원을 늘리자는 대통령의 합리적 판단에 비춰 볼 때 방향성에 있어 잘못된 언급이라고 생각됩니다.
아울러 대통령께서 젊은층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이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이 필요함을 지적했는데,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 하에서 탈모를 우선적으로 급여화해야 하는지 의문입니다. 탈모치료제 급여화에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기 보다는 암 등 중증 질환에 대한 급여화를 우선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건강보험 원칙에도 부합합니다.
보건복지부의 업무보고를 보면 제대로 된 예산투입을 통해 사업을 진행하거나 의료기관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민간의료기관이 의료공급의 90%를 넘는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단지 의료기관에게 책임을 넘기는 ‘지정’, ‘평가’, ‘융자’ 등의 용어만 넘쳐나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예산확보 등을 통해 획기적인 의료자원 투입 정책이 마련되고 집행돼야 우리 의료를 지켜낼 수 있음을 상기시켜 드립니다.
지난 정부의 정당성 없는 2천명 의대정원 증원에 대한 지적과 반성 향후 노력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우리나라 의료현장은 이미 무너져가고 있습니다. 일으켜 살릴 수 있을지조차 판단하기 어려운 지경이 되었습니다.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더이상 유지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어려운 시기일수록 기관이기주의, 면허의 경계를 침탈하는 행위를 하는 세력 등이 준동할 위험성이 높습니다.
대통령께서는 이러한 점을 면밀히 살펴 우리 의료가 국민 생명을 지키는 보루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국정 차원에서 반드시 점검해 주시길 바랍니다.
*외부 전문가 혹은 단체가 기고한 글입니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