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선도하는 국내 암 치료, 연구기반은 여전히 걸음마

2025-12-19 06:00:31

암학회, ‘암연구동향 보고서 2025’ 발간 기념 기자간담회 개최


암 환자가 매년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생존율도 늘어나며 국내 암 치료 성적이 주목되고 있다. 특히 주요 국가들과 비교해보더라도 위암, 대장암, 유방암 등은 사망률이 최저 수준에 달하는 등 암 치료에 있어 세계를 선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암 연구개발 투자는 여전히 저조한 수준이다. 특히 연구자가 주도한 암 관련 임상시험의 비율은 30%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며, 연구자들의 활동을 촉진시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한암학회(이사장 라선영)가 18일 롯데호텔에서 암질환에 대한 연구동향 및 향후 암연구 발전방향을 제시하는 ‘대한암학회 암연구동향보고서 2025’(이하 보고서) 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암연구동향 보고서는 서울대학교병원 위장관외과 박도중 교수가 발간위원장을 맡은 가운데 22명의 암 연구 전문가들이 함께 발간위원회로 활동했다. 

박도중 위원장에 따르면 이번 보고서는 ▲공중보건연구 ▲기초연구 ▲임상연구 ▲응용개발(마켓) 총 4개 분야의 국내외 암 연구 동향을 분석한 가운데 ‘소아청소년암’을 스페셜 이슈로 다룬 것이 특징이다. 소아청소년암의 국내 역학, 연구 및 치료 발전 현황 등에 대한 전문가 분석을 통해 소아청소년암 분야의 과제와 사회적 지원 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더불어 암종별 역학통계, 국내외 암 연구 동향 및 임상시험 현황, 최신 기술 혁신 및 투자동향 등 보다 포괄적이고 심화된 분석을 통해 우리나라 암 연구의 현주소와 미래 발전 과제를 제시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다학제 진료와 수술기법, ctDNA, 유전체 연구, 정밀의료 등 최신 암 연구 현안에 대한 전문가의 특별기고도 수록했다.

박 위원장은 “이번 2025년 보고서에는 한층 상세한 참고문헌 및 자료 출처를 기술하고, 중국의 암연구동향과 암통계 국제비교, 소아청소년암 등 새로운 내용을 수록해 국내 암연구의 우수성과 미충족 분야를 폭넓게 제시했다. 이번 보고서가 특히 정책입안자들에게는 암연구자 친화 정책을 수립하는 데 유용한 참고자료가 되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태용 발간부위원장(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이 이번 암연구동향 보고서에 대해 보다 자세하게 소개했다. 

먼저 김 부위원장은 한국의 암 환자 5년 상대생존율은 2000년 46.5%에서 2018년 71.7%로 비약적으로 향상됐고 밝혔다. 발생대비 사망비인 M/I ratio를 보면 국내 위암, 대장암, 유방암의 M/I ratio가 세계에서 가장 낮았다.

생존율 향상은 긍정적인 측면이지만 암 유병자 규모도 커졌다는 설명이다. 2022년 기준 암 유병자수는 258만 8079명으로 전체 인구의 5%에 달했고 특히 65세 이상군에서는 14.5%에 이르렀다.

김태용 부위원장은 “우리나라의 낮은 M/I ratio값은 암검진을 통한 조기 진단과 의료 현장의 우수한 치료 성과 덕분에 암이 많이 발생하더라도 사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기 때문”이라며 그 배경으로 학계의 지속적인 연구와 정부의 지원, 그리고 국민의 적극적인 예방활동 참여 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암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환자의 가족과 사회 전체의 문제이기에 단순한 치료를 넘어 암생존자에 대한 체계적인 사회적∙제도적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으로 암 임상시험 현황을 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2024년을 기준으로 글로벌 암 임상시험 수행 국가 순위에서 6위를 기록했고, 특히 특히 폐암과 간췌담도암 분야에서는 글로벌 3위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국내 암 임상시험 중 연구자가 주도한 임상시험 비율은 29.3%였다. 미국이나 중국 등에서는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이 절반 가까이 되는 것에 비하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김 교수는 미충족수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연구자 주도의 독립적 연구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 강화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반면, 의뢰자(제약사 등) 주도 암 임상시험(SIT)의 비중은 70% 이상을 차지해 높게 나타났다. 다만 절대적인 수치 면에서는 미국, 중국 등의 선도 국가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남았다.

암 연구와 관련한 R&D 투자 현황도 지적됐다. 김 부위원장은 “정부에서 투자하는 생명, 보건의료 연구개발비 4조원 중 1조원이 암 분야에 투자되고 있다”면서 “부처별로는 과기부에서 가장 많이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한 과제당 6억원 정도가 투자되는데, 최근 많이 진행되고 있는 중개연구나 임상연구를 진행하기에는 부족한 수치”라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암 투자의 65~70%는 수도권에 집중돼있다고 했다. 김 부위원장은 “자원을 전국에 잘 배분할 방법에 대해 정부와 학계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근 급부상하는 AI 기반 암 진단 시장의 성장세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관련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24년 2억 6800만 달러에서 2028년 6억 5600만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AI 기술은 유전체 데이터 기반의 신약개발, 정밀의료, 질병 예측 연구 등 다양한 분야로 활용 범위가 대폭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국립암센터 양한광 원장은 “우리나라 사망원인 1위인 암은 고령화로 인해 발생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여 앞으로는 치료를 넘어 예방, 조기진단, 생존자 관리까지 아우르는 전 주기적 연구와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 이번 보고서가 빠르게 변화하는 암 연구 환경을 정확히 진단하고 정책 과제를 제시하고 있어 우리나라 암 연구 생태계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암학회 라선영 이사장은 “올해 두 번째 발간을 맞은 ‘대한암학회 암연구동향 보고서’는 국내 연구자의 미래지향적 암 연구 방향 설정과 국가 암 관리 정책 수립에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며, “급변하는 암 연구 환경과 주요 동향 등을 담은 이번 보고서가 국내 암정복의 길잡이로서 국민 건강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대한암학회 한상욱 회장은 “우리나라는 연구자와 정부, 국민의 노력이 더해져 세계 최고의 의료 수준과 암연구 역량을 갖추게 됐으나, 여전히 암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많은 현실”이라며, “암 정복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위해 앞으로도 대한암학회가 중심이 되어 산·학·연·관의 긴밀한 협력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노영희 기자 nyh2152@medif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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