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내모는 정부와, 이에 야합해 회원을 사지로 내모는 무능한 의협 집행부를 강력히 규탄한다!
지난 3월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 대안은 붕괴 직전의 필수의료를 소생시키기는커녕, ‘면책’이라는 사탕발림 속에 ‘처벌의 덫’을 숨겨놓은 희대의 기만책이다. 이는 의사들에게 실현 불가능한 조건을 내세워 특례를 무력화하고, 종국에는 필수의료의 완전한 붕괴를 초래할 것이 자명한 악법이다.
이에 본 회는 의사들에게 ‘가짜 당근’을 흔들며 희생만을 강요하는 금번 개정안에 대해 결사반대하며, 정부의 폭거와 의협 집행부의 직무 유기를 다음과 같이 강력히 규탄한다.
첫째, 개정안 46조의3에서 ‘의료사고심의위원회’의 설립을 규정하고 있고, ‘의료사고심의위원회’의 설립 목적을 ‘의료사고 관련 수사를 신속하고 전문적으로 지원하기 위함이라고 규정하고 있어 위원회의 설립 목적이 의사에 대한 수사와 책임 추궁임을 분명히 명문화하고 있다.
의료사고심의위원회는 건정심이나 추계위와 유사한 심각하게 불공정한 일방적 의사결정 구조를가지고 있으며 사법부의 판단이 있기도 전에 불과 120일 안에 의사의 과실 여부와 특례 적용 여부를 비전문가들이 의료행위에 대해 심의·결정하는 초법적 권한을 갖도록 한 것은 사법 체계를 무시한 행정 편의주의적 폭거다.
의료 비전문가들이 절대다수 포진한 위원회에서 120일 안에 졸속으로 ‘중과실’ 판정을 내리면, 의사는 수사기관의 강제 수사와 기소를 피할 길이 없다. 이는 수사를 지원할 목적의 의료사고심의위원회를 통해 의사 범죄자를 양산하겠다는 목적을 노골화한 것으로 ‘필수의료 파괴’의 선언이며, 헌법상 보장된 무죄추정의 원칙과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조차 무력화하는 독재적이고 위헌적 발상이다.
둘째, 개정안 5조의3 ‘7일 내 강제 설명 의무’는 의사에게 ‘자백’을 강요하는 독소 조항이다. 사망 등 중대사고 발생 시 7일 이내에 사고 경위를 설명하라는 의무는 현실을 도외시한 탁상행정의 전형이다. 정확한 사인 규명조차 불가능한 짧은 시간에 쫓기듯 내놓은 해명은 향후 법적 분쟁에서 의사를 옥죄는 족쇄가 될 것이 자명하다. 이는 헌법상 보장된 방어권을 침해하고 의사에게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하는 위헌적 조항이다. 설명의무 5조의3 제4항에서 설명 중 의료진의 유감 표명을 명문화한 것도 치료의 악결과에 대해 의료진의 사과와 유감 표명이 당연하다는 잘못된 사회 인식을 심어주어 필수의료 의사의 진료를 더욱 위축시킬 것이 자명하다.
셋째, 반의사불벌 독소 조항이다. 현재도 의료분쟁 시 환자가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책임 추궁이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과 비추어 반의사불벌 규정이 있으면 특례법으로서 사실상 아무런 실효성이 없고, 의료인은 여전히 환자 측 대응에 따라 언제든지 형사절차에 휘말릴 수 있다는 불안정성을 벗어날 수 없고, 이는 특례법의 핵심 취지인 안정적 진료환경 조성과 필수의료 보호를 무력화하는 것이다.
따라서 의료사고특례법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사례와 같이 피해자의 처벌 의사와 무관하게 형사상 특례가 적용되는 구조로 마련되어야 의료인이 사후 형사처벌 위험에 대한 과도한 공포 없이 진료에 전념할 수 있고, 특례법 제정의 실질적 의미도 확보될 수 있다.
넷째, 개정안 2조에서 필수의료행위의 정의를 중증·소아·응급·분만·외상 등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수 있는 의료행위 중 지체없이 의료적 개입이 필요하거나 난이도가 높은 의료행위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으로 지나치게 좁게 정의해 1, 2차 의료기관의 의사들 대부분 기존의 의료행위가 필수의료행위 보호 대상에서 모두 제외돼 이 법의 통과로 인한 필수 의료 붕괴는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다섯째, 개정안 제2조의2 ‘중대한 과실’의 범위가 지나치게 모호하고 광범위하다. 법안은 형사처벌 면제의 전제 조건으로 ‘중대한 과실이 없을 것’을 요구하며, 이를 진료지침이나 통상적 진료에서 현저히 벗어난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환자의 생체 반응은 교과서와 다르며, 생명이 경각에 달린 현장에서 의사는 지침을 넘어선 최선의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있다. 단지 결과가 나쁘다는 이유만으로 의학적 판단을 ‘중과실’로 매도한다면, 과연 어느 의사가 소신 있게 생명을 다루겠는가? 이는 사실상 법의 취지를 원천 봉쇄하는 기만이다.
여섯째, 국가의 책임을 회피하고 의사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강제 보험’을 거부한다. 당연지정제와 수가 통제로 의료기관을 옥죄는 대한민국에서, 필수의료 유지를 위한 재정 지원은 외면한 채 의사에게 책임보험 가입을 강제하고 비용을 떠넘기는 것은 명백한 국가의 직무 유기다.
건강보험 강제 지정제를 하고 있는 이상, 발생하는 의료분쟁 문제도 의사의 책임보험 가입이 아닌 건강보험 재정에서 해결돼야 하고, 건강보험 재원은 의료 행위 수가 내의 의료 위험수가의 제정으로 충당돼야 한다.
의사 개인에 대한 책임보험 강제화는 치료의 악결과에 대해 의료진의 배상을 요구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어 의료 소송을 남발하게 만들고, 결국 필수의료 기피 현상을 가속화 할 것이다.
무엇보다 통탄스러운 것은 대한의사협회 김택우 집행부의 작태다. 회원들의 생존권이 걸린 이 중차대한 악법이 일사천리로 강행되고 있음에도, 과거 의사면허박탈법에 찬동했던 인물을 법제이사로 내세워 “큰 문제가 없다”며 의료현장을 망가뜨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심지어 악법이 상임위를 통과하는 그 순간, 엉뚱하게도 국회 앞에서 성분명 처방 반대 집회를 열며 회원들의 눈과 귀를 가리는 기만적인 행태를 보였다. 이는 사실상 악법 통과를 묵인하고 방조한 명백한 배신행위다.
우리 의료계가 요구하는 것은 특혜가 아니다. 의사가 감옥에 갈 걱정 없이 오직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데만 집중할 수 있는 안정적인 진료환경과 확실한 법적 안전장치다. 독소 조항이 제거되지 않은 채 이 법안이 입법된다면, 대한민국 필수의료는 회생 불가능한 파국을 맞이할 것이다.
이에 경기도의사회는 의료현장을 무너뜨리는 또 하나의 악법 강행의 목전에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다음과 같이 강력히 요구한다.
하나. 국회와 정부는 의료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기만적인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을 즉각 폐기하고, 독소 조항 없는 진정성 있는 필수의료 보호 대책을 마련하라!
하나. 김택우 의협 집행부는 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중단하고, 악법 강행을 방조한 책임을 지고 전 회원 앞에 석고대죄하며 즉각 사퇴하라!
*외부 전문가 혹은 단체가 기고한 글입니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