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우리나라에서 배뇨장애와 도뇨관 관리 문제가 새로운 정책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감염
위험, 돌봄 공백, 비용 증가가 맞물리면서 기존의 치료 중심
접근을 넘어 예방과 관리 중심 체계로의 전환이 요구된다는 목소리다.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이 주최한 ‘초고령사회 배뇨장애 관리의 전환’ 국회토론회가 1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됐다.
이날 연세원주의대 예방의학과 고상백 교수는 배뇨장애와 도뇨관 관리가 단순한 의료 문제가 아니라 돌봄, 재정, 존엄한 삶과 직결되는 국가 의제라고 강조했다.
이미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가운데, 10년 후에는 노인의
절반이 75세 이상 후기고령자에 해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후기고령자의 경우 의료비가 4배 이상 소요되는 만큼 국가 부담은 급증하는 반면, 현재 의료 및 돌봄 시스템은 이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한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최근 관련 법안이 통과되며 시설이 아닌 거주지에서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전환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핵심 역할을 하는 재택의료 시범사업 참여율은 2~8%에 그치고 있다. 이마저도 수도권 참여율이 52%에 달해 지역에서는 사실상 운영이
어려운 실정이다.
도뇨관 관리 수준 역시 국제 흐름과 차이를 보인다. 해외에서는 불필요한
사용을 줄이고 국가 차원의 관리와 예방 중심 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도뇨관 사용
비중이 높은 구조가 유지되고 있는 설명이다.
고 교수는 도뇨관장기 사용에 따른 위험성도 강조했다. 고 교수는 “도뇨관을 장기간 사용하면 합병증이 발생하는데, 요로감염이 가장 심각하다”며 “이를 방치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도뇨관 장기사용 시 요로감염 뿐만 아니라 요도손상이나 요로결석도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고 교수는 그보다도 환자의 삶의 질과 존엄성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언급하며 국가 개입을 촉구했다.
의료진 중심 구조의 한계도 짚었다. 고 교수는 “의사의 역할만으로 도뇨관을 관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의사 외 의료인과 돌봄 인력, 가족까지 관리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교육 체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가이드라인 제정과
국가보건계획 반영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요로감염으로 인한 사망 문제도 중요한 과제로 꼽혔다. 고 교수는 “요양원에 있는 많은 노인들이 감염으로 사망하는데, 그 원인 중 하나가
배뇨”라며 “배뇨로 인한 감염이 전신감염으로 진행될 수 있는
만큼 초기 단계에서 요로감염 관련 국가 감시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고 교수는 “노인 건강의 핵심 영역으로 별도의 정책이 필요하다”며 “특히 예방 중심 관리로의 전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장기요양과
재택의료를 연계할 수 있는 정책 방안도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톨릭의대 비뇨의학과 배상락 교수는 도뇨관 관리 문제의 또 다른 축으로 ‘관리
사각지대’와 구조적 한계를 짚었다.
배 교수는 의료기관을 벗어난 환자들의 경우 도뇨관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 교수는 “장기요양시설이나 재가 환자의 경우 최소 20% 이상이 도뇨관을 사용하고 있지만, 전국적인 통계조차 없는 상황”이라며 관리 공백을 지적했다.
이어 “가족이나 비전문 돌봄 인력이 관리하는 영역은 교육과 모니터링이
표준화돼있지 않다”면서 ”문제가 발생해도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관리 부재는 감염과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입원기간 연장과
추가치료로 이어져 사회적 비용 부담도 키운다. 배 교수는 “국내에서도
연간 최소 300억원 이상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러한 부담이 커지고 있음에도 관리 체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배 교수는 “우리나라는 급성기 치료에는 적극적이지만 예방과 관리
영역에 대한 투자와 관심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짚었다.
또 ‘다직종 기반 관리체계’ 구축도
제시했다. 배 교수는 “간호 인력과 요양보호사, 돌봄 인력까지 포함한 팀 기반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표준화된 관리
지침, 교육 프로그램 도입,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등을 요구했다.
서영석 의원은 “배뇨장애와 도뇨관 관리 문제는 개인의 불편을 넘어
공중보건과 돌봄 체계 전반이 함께 다뤄야 할 과제”라며 “통합돌봄
시행을 계기로 지역사회 중심의 배뇨 건강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장의 경험과 전문가 의견이 정책에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국회 차원에서도 제도 개선을 적극 추진하겠다”며 “오늘 논의를
바탕으로 초고령사회를 대응하는 돌봄책임국가를 완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