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환자, 적기에 수술 못 받아…韓외과응급의료체계 도입하자”

2022-11-25 06:32:32

홍석경 회장, ‘한국형 외과 응급의료 체계’ 모델 제안
24일 ‘한국형 외과 응급의료 체계 공청회’ 개최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을 계기로 중증 응급환자의 절반 이상이 제때에 의료기관에 도착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송돼도 최종 치료까지 신속히 이뤄지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들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체계적이고 전문화된 외과 응급의료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선진국형의 응급수술 전담 인력·시설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함께 한국형 응급수술전담팀(Acute Care Surgery, ACS) 시스템 도입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대한외상·중환자외과학회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공동 주최하는 ‘한국형 외과 응급의료 체계 공청회’가 2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컨퍼런스 룸에서 개최됐다.

이날 홍석경 대한중환자재활의학회 회장은 외과 응급환자가 응급 의료기관으로 바로 가서 수술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자고 제언했다.

먼저 홍 회장은 “외과의 응급 질환은 응급 수술을 적시에 받는 최종 치료로 이루어져야만 치료가 될 수 있는데, 응급실을 전전하지만 응급 수술이 지연되거나 못 하는 일들이 발생해 환자가 나빠지거나 사망하면서 사회적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우리나라는 1시간 안에 응급 수술이 이뤄진다고 하기에는 창피한 것이 현실”이라며, 외과 응급의료 체계를 이제는 제대로 손을 봐야 할 때임을 강조했다.

외과 응급의료 체계 개선방안으로 선진국에서 도입·시행 중인 Acute care surgery(ACS) 분과 시스템을 우리나라에서도 본격적으로 도입해 운영하자는 제안이 제기됐다.

홍 회장은 “선진국에서도 우리와 같은 고민이 있었고, 응급 수술 등을 빨리빨리 처리하고자 중환자실 집중치료와 외상 응급 수술 등 외과의 응급·중증 환자를 보는 의료진들을 모아서 팀을 이뤄 365일 24시간 환자를 보는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그 성과가 매우 좋아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하고 있다”라면서 우리도 ACS를 도입해 운영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실제로 홍 회장이 응급 수술과 관련된 2만4000여 개의 논문 중 39편을 선별해 선진국 ACS 도입 성과를 분석한 결과, ACS 도입 전 대비 각각 응급실에서 수술실까지의 소요 시간은 평균 1시간 18분, 입원 기간은 0.55일 단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과 시간 외에 시행된 수술 비율은 평균 28% 줄었으며, 합병증 발생 비율은 평균 29%. 입원 기간 내 사망률은 평균 38%, 퇴원 30일 내 재입원율은 평균 10%씩 감소하는 등 임상 경과가 개선됐다.

또, 국내 ACS 운영병원 성과 분석에서도 선진국과 비슷한 결과가 도출됐다. 응급실 내원 시점부터 응급수술 시작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1시간 6분, 응급실 내원 시점부터 외과 입원 결정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57분이 각각 단축된 것으로 조사됐다.

ACS 도입 여부를 떠나 외과 의료 인프라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그 근거로 홍 회장은 우리나라 상급종합병원의 외과계 응급의료 현황과 ACS 종사자 인식도 분석 결과 등을 발표했다.

우선 ‘우리나라 상급종합병원의 외과계 응급의료 현황’에 따르면 ▲중환자실 ▲수술실 ▲입원 병실 등의 부족 및 집도의 부재로 타병원 전원이 일어나고 있었으며, 이로 인해 응급환자 진료 지연이 일어나고 있었다.

국내 ACS 종사자들은 현재 외과 응급의료의 문제점 및 장애요인으로 인력과 시설, 전원, 재정 등을 지목했다. 

인력 부문에 대해서는 연봉을 많이 준다고 해도 주말 당직과 밤 근무, 소송 문제 등으로 응급수술을 하려고 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 현재 인력을 돌려막기 식으로 운용되는 현실에 대해 우려했으며, 이마저도 외과 전공의 자체가 없어 오래 가기에는 힘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었다.

시설 부문에 대해서는 현재 병원 내 하나 있던 응급 수술실도 로봇 수술실로 변경되는 등 이미 응급실이 사라지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었으며, 마취과 뿐만 아니라 수술실 간호사 조차 배정돼 있지 않아 응급수술실을 여는데까지 최소한 1시간 이상 소요되는 병원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원 문제와 관련해서는 수술이 필요한 환자라고 판단될 경우 처음부터 환자에게 필요한 수술이 가능한 병원으로 이송해 처리하면 될 일을 초기 판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환자가 수술을 제때 받지 못하고 지연돼 골든타임을 놓치는 상황이었고, 응급수술 등은 병원 입장에서 경영·재정 측면에서 손해여서 투자할 이유가 없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거론됐다.

이외에도 임상학회 17명(대한외과학회 5명, 대한외상중환자외과학회 9명, 대한응급의학회 3명)과 정책 및 보건전문가(보건복지부, 유관기관, 학계) 5명 등을 대상으로 이뤄진 델파이 조사에서는 ▲운영체계 ▲전담인력 및 업무 ▲전담시설 ▲수가제도 전반 ▲인력, 시설/장비 비용 지원 등과 관련해 다양한 지적 및 요구사항들이 쏟아져 나왔다.

우선 운영체계와 관련해 권역별 응급수술환자 전원시스템 구축과 권역별 외과응급의료 치료 가능 병원 지정, 응급수술 가능 역량은 전담 의료진과 전담시설 및 환자 수를 기준으로 평가하는 방안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전담인력 및 업무와 관련해서는 응급실 전담근무 후 충분한 휴식시간 보장이 필요하며, 응급수술 전담의사도 24시간 상시 대기 및 응급수술을 전담으로 하는 외과의사로 구성된 전담부서 마련, 응급실 전담근무 중에는 정규 업무는 배제해야 한다는 지적·의견 등이 나왔다.

전담시설에 대해서는 외과응급환자 전용 ▲수술실 ▲중환자실 병상 ▲일반병실 병상 확보 등이 필요하다고 호소했고, 수가제도 전반과 관련해서는 외과 및 수술 관련 수가 인상, 정부의 지속성 있는 재정기반 제도 마련, 수술 난이도와 중증도 등에 따른 수가 가산, 응급진료와 응급수술, 수술 후 관리에 대한 새로운 수가 개발 등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응급수술 인력비용 지원과 관련해서는 전담의료진에게 직접 인건비 지원, 인건비 등의 고정비용을 정부가 지원, 외과응급의료 전담팀 운영에 대한 비용 지원, 수술 난이도·중증도·숙련도 등을 고려한 차등 지원 및 인센티브 지급 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급수술 시설 및 장비보전 비용 지원과 관련해서는 ▲국가가 응급수술 시설 및 치료장비 구입·운영비용 지원 ▲응급 상황에 통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중환자 병실, 치료장비, 운영비’ 지원 ▲초기 병실, 시설, 장비의 별도 지원 없이 수가 보전 등으로 개별기관에서 투자하거나 펀드 등의 방법으로 지원하는 방안 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제기됐다.

홍 회장은 이러한 데이터와 요구사항들을 바탕으로 ‘한국형 외과 응급의료 체계’ 모델을 제안했다. 

해당 모델은 총 3개로 ▲모델1 : 외과응급전담의사 6인으로 구성된 ACS 전담부서 ▲모델 2 : 외과응급전담의사 3인과 외과응급당직의사 3인으로 구성된 ACS 전담부서 ▲모델 3 : 외과응듭당직의사 6인으로 구성 등으로 이뤄졌다.

시설·장비의 경우 3개 모델 모두 응급수술실과 중환자실, 일반 병실 등의 운영을 위한 시설과 장비, 응급전담의사들을 위한 당직실 마련 등이 포함됐으며, 모델 1·2에서는 ACS 전담팀을 위한 사무실 마련 등도 추가로 담고 있다.

이어서 홍 회장은 “외과응급전담의는 ACS팀에 소속돼 외과 응급환자 진료 및 수술을 전담한다”라며 “외과응급당직의는 평상시 정규 업무를 하지만 외과 응급 당직 시 정규 업무 대신 응급실 업무에 몰입하며 야간 혹은 주말 외과응급당직 근무 후 24시간 휴식을 취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라고 설명했다.

또 “각 병원마다 외과 응급수술에 필요한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는다면 한 병원으로 환자를 몰아 외과 응급진료를 실시하는 안과 타 병원에서 응급전담의 등이 찾아와 함께 응급수술을 하는 형태 등도 고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홍 회장은 재정 지원과 관련해 “외과 응급수술 건수는 적어 행위별 수가로는 보상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라면서 이를 해소하는데 도움될 재정지원 방안도 제안했다.

홍 회장이 제안한 재정지원 방안은 3가지로, ▲1안: 고정비용(인건비)과 가변비용을 별도로 보상 ▲2안: 진료에 필요한 의료행위를 기존처럼 수행하고 행위별로 청구 및 비용기반 상환하는 등의 ‘사후보상’ ▲3안: 기존 지불제도(행위별 수가) + 인건비 지원 등으로 구성됐다.

다만, 홍 회장은 “3안의 경우 인건비 지원을 건강보험 재정에서 하는 것은 원친적으로 허용하지 안흔 의견이 지배적이므로 재원 조달에 대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김민준 기자 kmj6339@medif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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