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프진 도입 논의할 때 아냐…규정부터 마련해야”

2025-09-16 05:53:32

안전망 미비된 국내 의료환경에 “제왕절개 선택 강제 구조”


임신중절약 미프진 공식도입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지만, 의료계 전문가들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안전한 사용을 위한 의료 규정과 절차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도입하면 오히려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위험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직선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가 지난 14일 제20차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지난 2019년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후 2020년 말까지 보완입법이 촉구됐지만 현재까지도 보완된 사항이 없어 불법 낙태약이 유통되는 등 산모 안전에 위협이 가해지고 있다.

특히 정부는 현재 인공임신중절 대신 ‘인공임신중지’ 용어 사용을 추진하고 있고, 숙려기간 및 상담 의무화, 임신중절시술 급여화 등의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이에 직선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는 새 용어 사용 추진을 반대하는 한편, 임신중절 약물의 도입보다 부작용관리와 불법유통 단속, 책임소재 명확화 등을 먼저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임신중절을 원하는 산모들은 충분한 고민 끝에 방문하는 만큼 숙려기간과 상담기관 방문 의무화는 안전한 시기를 놓치게 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다만 임신중절은 개인적 선택에 따른 시술인 만큼, 급여 적용은 의료법에 따라 제한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견해다.

김재유 회장은 특히 상담 의무화에 대해 ‘2차가해’라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임신중절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도 모르는 사람에게 설명하고,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환자에게 스트레스나 트라우마를 안겨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출산을 하는 여성과 안 하는 여성의 차이는 분명히 있어야 한다”며 “임신중절을 하는 여성들에게 급여 혜택을 줄 재원이 있다면, 이는 출산을 하는 사람들에게 활용되는 것이 맞다”고 전했다. 

최근 불법으로 자주 유통되는 ‘미프진’에 대해서도 우려가 나왔다. 보건당국이 미프진의 국내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의사회는 안전성 확보와 제도장치 마련 없이 성급히 허용하면 여성건강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의사회는 ▲안전성 검증 없는 허용 불가 ▲불법유통 근절이 선행 ▲법과 제도정비가 우선 ▲약국 직접판매시 책임소재 명확화 등을 요구했다.

김재유 회장은 “2020년도 소보원 자료에 따르면, 미프진 사용 시 70건 이상의 건수 중 50건 이상이 불완전유산으로 다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했다”며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김동석 명예회장은 지금은 미프진 도입을 논의할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김 명예회장은 “2020년까지 헌법을 바꾸도록 결정문이 나왔지만 정부와 국회에서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 약의 도입을 논의하기 전에 낙태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약 도입은 그 이후에 논의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이번 기자간담회를 통해 수가현실화 및 분만인프라 붕괴에 대한 목소리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다인실 폐지 및 분만 및 제왕절개 수가를 국제적 수준으로 현실화시켜달라는 주장과 함께, 기본진찰료 및 처치행위 개선, 검체채취료 및 상담료 신설, 비급여 초음파 시 진찰료를 온전히 인정해달라는 요구다.

또 분만 인프라를 위해서는 사법리스크 제거와 영업방해 행위 근절을 위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의 현실적인 제도 지원도 절실하다는 설명도 더해졌다.

최근 뇌성마비 관련 사건이 사회적인 이슈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해외에서는 외국에서는 복강 내 또는 태아 형성 초기 단계에서 이미 뇌성마비의 증후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사법부의 판결이 의사들을 제약하고 있어, 조금이라도 위험이 있으면 바로 제왕절개를 해야 하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김재유 회장은 “뇌성마비 등의 위험성이 있을 때 태아의 심음에 조금이라도 부족한 이상소견이 있으면, 판결문에 제왕절개를 하지 않았다고 나와 마치 제왕절개가 만병통치약처럼 돼있다”며 “앞으로 산부인과 병원에서는 제왕절개만 해야 한다는 농담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또 “수십년전부터 사용해오던 산과 교과서에서도 자궁 내 감염, 조산 등 태아가 생길 대부터 어떤 문제로 인해 뇌성마비가 생기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나와있고, 저산소증이 뇌성마비를 일으켰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정확히 나와있다”며 “사법부에서는 의료 관련 판결 시 각 자료나 교과서를 참고해달라”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김 회장에 따르면 선진국의 제왕절개율은 15~20% 정도인데, 현재 우리나라는 거의 70~80%에 육박한다. 이어 “앞으로 재정적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만약 뇌성마비가 발생했을 때 국민들에게 배상액이 10억이라면, 정부가 충분히 예산을 마련하더라도 경제 규모상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했다.

오상윤 부회장은 “지금과는 반대로 자연분만이 약 75%였던 1998년에도 뇌성마비 발생률은 1000명 출생아당 2명이었고, 현재도 동일하다. 그동안 발생 빈도가 증가한 것도, 감소한 것도 아니다”라고 밝히며 “뇌성마비는 대부분 태아 형성 과정에서 생기거나, 원인 불명의 감염 등으로 발생한다. 학술적으로도 연구 결과가 모두 이를 뒷받침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비대면진료와 관련해서는 ▲대면진료 원칙 명시 ▲재진환자 중심 운영 ▲화상원칙∙전화 예외 ▲법적책임 명확화 ▲플랫폼 공공화 등이 요구됐다. 특히 민감한 신체부위 촬영 요구되는 산부인과 특성을 반영하는 한편, 환자 개인정보 보호에도 강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노영희 기자 nyh2152@medif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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