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의약 육성발전 계획 “과학적 정책설계 요구”

2025-12-24 10:30:07

보건복지부가 제5차 한의약 육성발전 종합계획을 통해 어르신 한의 주치의 시범사업, 한의 건강주치의(장애인) 도입 검토, 그리고 한의 방문진료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는 깊은 우려를 표한다. 

본 사안은 특정 직역이나 의료행위의 존립을 둘러싼 논쟁이 아니라, 국민의 건강보험 재정이 투입되는 중앙정부 보건의료 정책이 어떠한 기준과 근거 위에서 설계돼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문제와 직결돼 있다.
 
중앙정부 차원의 의료제도 도입은 반드시 객관적 성과 지표와 실증적 근거에 기반해야 한다. 주치의 제도와 방문진료는 단순한 만족도 향상이나 접근성 개선을 넘어, 입원율 감소, 응급실 이용률 감소, 총의료비 절감과 같은 보건재정 차원의 성과를 통해 그 효과가 검증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한의 주치의 또는 한의 방문진료가 이러한 핵심 지표에서 보건재정을 절약하거나 의료 이용 구조를 개선했다는 신뢰할 만한 근거는 제시된 바 없다.
 
지방자치단체 단위에서 시행된 일부 시범사업에서 이용자 만족도가 높게 보고되었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강조되고 있으나, 이는 중앙정부 정책 설계의 근거가 될 수 없다. 지자체 시범사업은 단기적 성과와 주민 체감도에 초점을 둔 사업으로,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구조적 책임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만족도 중심의 결과는 선거 및 지역 정치 환경에서는 활용될 수 있을지 모르나, 장기적 보건재정 안정성과 의료체계 지속 가능성을 책임져야 하는 중앙정부 정책의 판단 기준이 될 수는 없다.
 
더욱이 현재까지 공개된 한의 방문진료 및 관련 시범사업 평가 자료를 살펴보더라도, 입원률 저하, 응급실 방문 감소, 중증 의료 이용 억제 등 핵심적인 비용효과 지표에 대한 명확한 개선 효과는 확인되지 않는다. 이는 주치의 제도와 방문진료의 정책적 정당성을 판단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결손이며, 이러한 상태에서 제도를 확대·도입하겠다는 것은 근거 기반 정책 결정의 원칙을 스스로 훼손하는 행위일 뿐이다.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가 지적하는 바는 한의학의 존재나 활용 가능성에 대한 논쟁이 아니다. 문제의 본질은 명확하다. 어떠한 의료 영역이든, 중앙정부가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해 제도화하려 한다면 동일한 과학적 기준과 정책 평가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점이다. 특정 분야라는 이유로 비용효과 분석과 구조적 성과 검증을 생략하거나 뒤로 미루는 것은 국민에 대한 정책적 책임을 포기하는 것이다.
 
정부는 한의 주치의 및 한의 방문진료 시범사업을 추진하기에 앞서, 먼저 명확한 정책 목표와 평가 지표를 설정하고, 입원률·응급실 이용률·총의료비 변화 등 객관적 지표를 중심으로 한 엄정한 비용효과 분석을 선행해야 한다. 이러한 검증 과정 없이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과학적 보건의료 정책이 아니라, 잘못된 정치적 선택에 불과하다.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는 보건의료 정책이 국민 건강과 재정 지속 가능성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는 원칙 아래, 근거 없는 제도 도입과 성급한 정책 추진에 대해 분명히 반대 입장을 밝힌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정책 추진의 속도를 늦추고, 객관적 데이터와 실증 연구에 기반한 책임 있는 정책 설계로 돌아갈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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