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김정섭 교수와 한국뇌연구원(KBRI) 구자욱 박사,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김태은 연구원(박사과정) 공동 연구팀은 만성 스트레스 상황에서 상황을 극복하려 하지 않고 포기해버리는 '수동적 대처(Passive Coping)', 즉 무기력증의 원인이 되는 뇌 신경 회로와 분자 기전을 규명했다고 19일 밝혔다. 연구 결과, 감정의 중추인 편도체(BLA)에서 나오는 신호가 전두엽(mPFC)과 '해마(vHPC)' 중 어디로 향하느냐에 따라 스트레스 반응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실험 결과, ▲편도체-전두엽 회로는 타인을 피하는 '사회적 회피' 행동을 조절하는 반면, ▲편도체-해마 회로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절망하고 포기하는 수동적 대처(무기력)를 결정하는 핵심 사령탑임이 확인됐다. 특히 두 회로를 동시에 조절했을 때, 뇌는 '수동적 대처'를 유발하는 해마 회로를 우선적으로 작동시키는 위계적 특성을 보였다.
연구팀은 염색질 면역 침강법(ChIP)을 이용해, 이 과정에서 뇌 회복의 열쇠인 BDNF(뇌유래신경영양인자) 유전자가 차단되는 구체적인 분자 기전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해마 내에서 mGluR5-CREB이라는 신호 전달 경로가 망가지면서, 유전자 발현 스위치 역할을 하는 전사 인자(p-CREB)가 BDNF 유전자의 특정 시작점(Promoter IV)에 결합하지 못하게 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즉, 스트레스가 유전자를 작동시키는 '점화 스위치' 자체를 꺼버려 뇌의 회복을 원천 봉쇄한다는 것이다. 단순한 신호 감소가 아니라, 유전자 전사(Transcription) 과정 자체가 원천 봉쇄되는 기전이다. 반대로 연구팀이 이 신경 회로를 활성화하거나 유전자 스위치를 다시 켜주자, 무기력했던 개체가 스트레스를 극복하고 다시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치료 효과가 확인됐다.
김정섭 교수는 “이번 연구는 무기력증의 발병 원인을 신경 회로와 유전자 수준에서 입체적으로 규명해 치료의 새로운 표적을 제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대구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정신 질환 정복을 위한 기초 의학적 초석을 다지는 연구를 묵묵히 이어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세계 최대 학술 출판사 Elsevier가 발행하는 생명과학 분야 상위 14%(IF 6.5)의 SCIE급 국제 학술지 『Molecules and Cells』 3월 호에 연구 성과를 게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