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환자안전은 처벌로 지켜지지 않습니다

2026-03-10 07:37:04

전진숙 의원 대표발의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2217179)은 필수의료를 살리는 법이 아니라, 이미 취약해진 의료체계를 더 위태롭게 만들 수 있는 처벌 중심 입법입니다. 

이 법안은 응급의료, 중환자 치료, 분만, 수술, 투석, 마취, 진단검사 등을 이른바 ‘필수유지 의료행위’로 규정하고, 이를 정당한 사유 없이 정지·폐지 또는 방해할 경우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필수의료 붕괴의 원인은 처벌조항의 부재가 아니라 저수가, 고위험 저보상 구조, 전공의 의존형 운영, 수련환경 악화, 지역·과목 간 인력 불균형, 법적 책임 부담, 교육·수련 수용 능력 검증 없는 정원정책 등 구조적 문제의 누적에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법안은 구조적 원인을 외면한 채 의료인 개인의 중단행위만 형벌로 통제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는 헌법상 직업의 자유, 죄형법정주의, 과잉금지원칙에 반할 소지가 크며, 형사처벌로 계속 근무를 강제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강제노역의 위험한 발상에 가깝습니다. 동시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현행 의료법상 업무개시명령 제도, 응급의료법과의 체계정합성도 부족합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정책효과입니다. 이 법안은 공개적 집단행동을 억누르는 대신 필수과 지원 기피, 당직·온콜 회피, 고위험 진료 축소, 지역의료 이탈을 심화시켜 필수의료 기반을 붕괴시키는 직접적인 원인이 될 것입니다. 

적정 인력도, 안전한 진료환경도 없이 형식적 연속성만 강제하는 법은 환자안전법이 아니라 환자위험법입니다. 국회는 처벌입법을 멈추고, 필수의료 붕괴를 초래한 구조적 실패에 대한 검증과 시정에 나서야 합니다.

*외부 전문가 혹은 단체가 기고한 글입니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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