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 이후 의료계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크게 흔들린 가운데, 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은 의사들이 방문진료 등을 통해 국민 곁으로 다가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초고령사회에 대응하기 위한 방문진료와 통합돌봄 참여 확대를 주요 과제로 제시하며, 표가 아닌 환자 안전을 중심으로 한 의료정책 논의와 1차의료 역할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 출입기자단이 서울시의사회 황규석 회장을 만났다.
Q. 한의사의 방사선 기기 사용시도, 검체 수탁제도 개편 등 1차의료를 위협하는 현안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2026년 한 해 동안 이러한 1차 의료 압박 정책들을 방어하기 위해 국회 등 정치권과 어떻게 소통하고 조율해 나갈 계획입니까?
성분명처방도, 한의사 엑스레이 문제도 자꾸 직역 이기주의로 비쳐지고 있습니다. 모든 정책에서 제일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환자의 안전입니다. 엑스레이 사용은 찍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판독하고 이에 대한 처치가 가능해야 하는 만큼 한꺼번에 연결된 영역입니다. 이는 환자의 안전을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직역 간 경쟁이나 직능확대 논리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환자 안전을 위한 과학적인 근거 교육 체계라는 기준에서 논의돼야 합니다.
의료행위의 범위는 오랜 시간 축적된 교육과 임상경험을 통해서 만들어져야 합니다. 한의사들이 엑스레이를 사용하고 한다면 그만한 교육과 수련을 받은 후에 사용을 해야 합니다.
일부 의원들이 특정 직역을 위한 법안들을 발의, 추진하고 있지만 이 사안을 제대로 파악하셨다면 이러한 법은 통과되지 않을 것입니다.
Q. 의대증원 사태를 거치며 발생한 ‘의사 악마화’ 여론으로 국민과 의료계 간의 신뢰가 크게 훼손됐습니다. 싸늘해진 국민의 시선을 되돌릴 수 있는 결정적인 대국민 소통 전략이 있는지요?
의료의 본질은 생명을 살리는 것입니다.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가 무너졌는데, 의료시스템이 무너지면서 필수의료가 무너졌고, 이로 인해 의료의 본질이 무너져버렸습니다.
현재의 의료시스템은 필수의료 진료를 하면 병원과 집안이 망하고, 의사들은 교도소로 가야 합니다. 소송이 한번 걸리면 전 재산으로 보상을 해야 하고요.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환자를 살리고 싶어도 살리지 못하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그런데 의사들이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서 정부에 대항하고 의사숫자를 늘리는 것에 반대했다고 하는 갈등 프레임으로만 국민들에게 비춰지고 있고, 정부가 나서서 ‘의사들이 돈을 벌기 위해서, 자신들의 밥 그릇을 위해서 국민의 생명을 위협한다’고 호도했습니다.
잘못된 방향의 갈등 구조를 타파하고 본연의 업무인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할 수 있게 필수의료를 살려주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실제로 일을 할 수 있게 법적, 제도적인 안전망을 만들어주셔야 합니다. 그래야만 의사들이 다시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고, 국민들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습니다.
오는 27일부터 통합돌봄법에 의해 의사가 환자들을 찾아가는 새로운 제도가 있는데, 이를 통해 환자들에게 존경과 신뢰를 받는 의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방문진료를 하는 선생님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숫가나 경제적인 보상 때문만이 아닙니다. 매력을 느끼고, ‘내가 진짜 의사구나’라고 실감하면서 스스로 감사하게 된다고 합니다. 저도 방문진료를 해봤는데, 소외된 분들에게 의사로서 도움이 되고 큰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자부심도 느끼고 감사함을 느끼게 됐습니다.
Q. 2026년 4대 핵심 과제 중 하나로 ‘지역사회 중심의 통합돌봄 정책 참여’를 꼽았습니다.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라 서울시 내 개원가들이 방문진료나 커뮤니티 케어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 있도록 유도할 현실적인 수가 보상안이나 행정 지원책이 있나요?
방문진료를 하게 되면 ‘팀’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의사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간호사, 물리치료사, 사회사업 등이 팀이 돼야 합니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방문진료를 하게 되는 1차기관의 의료인력 대부분이 ‘간호조무사’인데, 간호사 수가만 있을 뿐 간호조무사에 해당하는 수가가 없습니다.
간호조무사 수가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특정 단체에서 결사반대를 하고 있습니다. 이는 국민의 건강이 아니라 특정 직역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행태로 보입니다. 방문진료가 활성화되고 제대로 자리매김하려면 현장의 인력인 간호조무사 수가가 꼭 신설돼야 합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방문진료가 생소한 영역이라는 점입니다. 두렵고 가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분들이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서울시의사회가 교육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서울시에도 서울시의사회가 1차의료 지원센터의 역할을 하겠다고 제안해 심사를 받고 오기도 했습니다.
서울시의사회가 1차의료 지원센터의 역할을 하게 된다면 가장 필요한 것이 의사선생님들 교육입니다. 센터로 모셔서 방문진료에 대한 기본 교육과 술기도 직접 교육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방문진료사업의 취지대로 환자들이 다니던 병원의 의사들이 집에 찾아가 진료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습니다.
Q. 최근 일련의 입법 폭주 사태를 두고 ‘의료는 정치의 도구가 돼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습니다. 2026년 지방선거 등 굵직한 정치 일정을 앞두고, 서울시의사회는 전문가 단체로서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정책적 연대를 이끌어내거나 목소리를 낼 계획입니까?
의료를 정치에 이용해 표로 보는 행위는 이제는 사라져야 합니다. 의료계 안에서도 제대로 일하려 하고, 결과물을 내는 지도자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포퓰리즘 등을 위해 의료를 정치에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당장은 표가 되지 않더라도 의료시스템의 중요성을 알리고 되살리는 것이 국민과 대한민국을 살리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는 정치지도자가 나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분들이 일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실질적인 대안을 제안하고 정책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비난이나 선동만으로 정치를 하는 행태는 탈피해야 합니다.
서울시의사회도 단순한 정치적인 구호가 아니라 국민의 건강과 대한민국의 의료시스템을 살릴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 제안을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의사들의 면허를 보호할 수 있는 면허취소법 개정법안도 냈고, 올해 내 개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사무장병원 등 의료를 경제적인 이득의 도구로 사용하려는 의료기관이 생기지 않게, 의료기관 개설 전 의사회를 경유하는 법안도 발의했고, 이 역시 올해 내 처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타인에 의한 규제가 아니라 의료인 스스로 의료인들을 교육하는 자율권 확보를 위해 공청회도 진행했고 곧 발의할 예정입니다. 6월 지방선거에 집중돼있어 힘든 상황이긴 하지만 꼭 해내겠습니다.
Q. 서울시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시민건강 증진사업을 주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서울시와 긴밀하게 논의 중이거나 올해 새롭게 선보일 ‘서울시의사회 주도 대시민 공공 보건 프로젝트’가 있다면 구체적으로 소개해주십시오.
서울시의사회는 서울시와 예전부터 감염병 대응체계를 협력해왔습니다. 만성질환에 대한 관리 프로그램도 꾸준히 해왔고, 마약 예방이나 교육, 정신건강 관리 프로그램도 협력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방문진료 활성화를 위해서 그 어느 시, 도보다 방문진료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확실한 교육을 하겠습니다. 그 지역에서 원래 치료하시던 의사들이 진료할 수 있게 본연의 취지에 맞는 방문진료 시스템을 만들어가겠습니다. 서울시의사회의 중점사업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Q. 제36대 집행부의 수식어를 ‘최강’이라고 명명하며 남다른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임기가 후반부로 접어든 현시점,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회무 성과 하나는 무엇입니까?
의료계 다른 직역과 폭넓게 교류하고 협력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질적인 결과물을 위해 의사단체는 물론 치과의사, 한의사, 약사 등 모든 의료단체가 함께 법안을 준비하고 있고 이를 통해 훨씬 더 설득력있게 정치권에 다가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끝까지 확실하게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Q. 기나긴 투쟁과 척박해진 의료 환경 속에서 지쳐있는 서울시의사회 4만여 회원들, 그리고 여전히 불안해하는 서울 시민들에게 2026년을 맞아 꼭 전하고 싶은 희망의 메시지는 무엇입니까?
지역사회 건강 활동과 공공 복원 사업을 통해서 시민과 더 가까이 가고 그리고 전문가 단체로서 책임 있는 역할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국민들과도 소통하겠습니다. 의사의 시각이 아닌 국민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국민의 시각에서 소통할 수 있도록 역할을 강화하겠습니다.
지난 의정갈등 기간 동안 의사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많이 나빠진 것에 대해서는 국민이나 정부를 탓하기 보다는 우리가 좀 더 낮은 자세로 국민들에게 다가가야 하며, 방문진료를 통해 국민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가는 서울시의사회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