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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자수첩> 조변석개(朝變夕改)하는 원격의료 정책방향

복지부는 작년 10월29일 의료기관 방문이 다소 어려운 노인 장애인 등의 의료 접근성을 제고하고,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자의 상시적 관리로 치료 효과를 높여 나가기 위해 의사-환자 간 원격진료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동네의원 중심으로 원격 모니터링, 전문 상담 교육 및 진단 처방을 할 수 있도록 하여 1차의료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 붙였다.

같은 날 의사협회는 동네의원이 다 죽는다며 원격진료 등 잘못된 제도를 막기 위해 정부와 일전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동네의원은 지리적 접근성에 기반 하여 생존을 유지하고 있는데 원격진료가 허용된다면 동네의원 간 그리고 종합병원, 대학병원 등과의 무차별 경쟁이 발생할 것이고, 경쟁력이 약한 동네의원의 존립기반은 즉각 붕괴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의료법 개정안 공포 이후 의견수렴을 거쳐 작년 12월10일 입법예고한 수정안에서는 원격의료 전문기관 금지, 주기적 대면진료, 초진제한, 대상자 추가 한정, 시범사업 시행시기 등을 추가했다. 원격의료 만 전문으로 하는 의료기관은 금지하고, 처벌하는 조항과 주기적 대면진료를 추가한 부분이 눈에 띈다.

이후 원격의료 정책방향은 수시로 바뀌었다.

금년 2월18일 프레스센터에서 복지부와 의협이 공동 발표한 ‘제1차 의정협의’에서는 대면진료를 대체하지 않는 의사-환자간 원격모니터링 및 원격상담에 대해서는 그 필요성을 인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원격진료 및 처방과 관련해서는 의사협회는 시범사업을 통해 타당성을 검토한 후 법안이 개정되어야 하다는 입장이었으며, 정부는 법률 개정 후 법률에 근거하여 시범사업을 추진하자는 입장이었다.

3월10일 의료계 총파업 이후 협의를 통해 3월17일 발표된 제2차 의정협의에서 쟁점인 원격진료에 대해 국회 입법과정에서 즉, 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의결되기 전에 4월부터 9월까지 6개월간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입법에 반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1차 협의 때 이견이 의협 쪽으로 기울어진 것이다.

그런데 의정협의 9일 만에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의료법은 ‘선 시범사업 후 입법’이라는 2차 의정협의 결과 반영이 없었다. 2차 협의를 무시한 의료법 개정안은 4월2일 국회에 제출됐다.

의협이 내분을 겪는 와중에 5월30일 복지부와 의협이 협의 발표한 원격의료 시범사업 내용은 많이 달라졌다. 경증환자에 대한 초진이 들어갔고,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원격 모니터링, 상담‧교육, 진단‧처방 등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서울 부산 등 대도시까지 확대했다. 이때는 의협은 회장직무대행 시절이었다.

복지부는 7월18일 의정합의 이행추진을 위한 의정협의를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격모니터링 중심으로 시범사업 추진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원격의료 3가지 중에서 현재 의사-의료인 간 원격자문은 의료법상 가능하고, 의사-환자 간 원격진료는 현행법상 금지되어 있지만, 의사-환자 간 원격모니터링은 현행법상 가능하다는 해석을 덧붙였다.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원격의료 정책방향의 변경 내용을 정리해 보았다. 정책방향이 수차례 바뀌었다는 점이 눈에 뛴다.

여섯 차례 바뀐 원격의료 정책방향은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를 반영하려는 복지부와 원격의료 특히 원격진료가 되면 동네의원이 망한다며 반대하는 의료계의 입장차 때문이다.

국가의 정책방향이 자꾸 바뀜으로써 행정의 예측 가능성을 담보하지 못한 것은 참으로 큰 문제다.

논란의 한편에 있는 관련 기업들의 입장을 보자.

잔뜩 부푼 희망을 가지고 투자했는데 언제 시행될지 모른다면 난감한 이야기가 된다. 행정의 예측가능성이 무너지면 불신을 낳게 된다. 누가 앞으로 원격의료와 관련한 복지부의 정책을 신뢰하게 될 것인가?

대통령은 금년 2월말 경제성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원격의료도 활성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근 대통령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본격적으로 재가동해 줄 것을 주문했다. 그런데 원격의료는 정책방향부터 갈피를 못 잡고 있다.

복지부가 작년 10월29일 원격의료 관련 의료법 개정안을 공표하면서 너무 안일하게 대응한 때문이다. 원격진료, 원격모니터링을 하면 동네의원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밝힌 것은 현실을 무시한 것이다.

다른 한편의 이해 당사자인 의료계의 입장을 보자.

어떻게 원격의료가 동네의원들에게 좋다는 말인가?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는 동네병원들을 한 솥에 넣고 달달 볶아 죽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까지 확대되면 시설 인력 자금 등에서 경쟁이 안 된다. 그런데 동네의원들에게 좋다고 한 것은 틀린 이야기다.

의료계도 ICT(정보통신기술)의 큰 흐름을 인식하고 있다. 의료계의 몇몇 관계자는 “원격진료가 싫다고 원격의료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대면진료를 대체하는 원격의료를 반대하는 것이다.”고 언급했다.

원격의료 정책방향은 △ICT의 큰 흐름 △초진·주기적 대면진료 원칙 △대도시 원격진료·모니터링 금지 △원격진료 전문병원 금지 등을 근간으로 복지부와 의료계가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제안도 있다.

복지부가 의사-환자 간 원격진료 정책의 도입을 밝힌 지 10개월째에 접어들고 있다. 하지만 원격의료 정책방향은 확실하지 않고 언제 바뀔지 모르는 일이 되어 버렸다. 이제는 의료계도 마냥 반대만 할 수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