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7 (수)

  • 구름많음동두천 20.9℃
  • 구름조금강릉 22.7℃
  • 흐림서울 21.7℃
  • 맑음대전 24.6℃
  • 맑음대구 25.7℃
  • 구름조금울산 23.8℃
  • 맑음광주 23.4℃
  • 구름조금부산 25.1℃
  • 맑음고창 23.7℃
  • 구름많음제주 23.0℃
  • 구름많음강화 21.1℃
  • 구름조금보은 22.0℃
  • 맑음금산 23.5℃
  • 구름조금강진군 24.4℃
  • 구름조금경주시 25.0℃
  • 구름조금거제 24.9℃
기상청 제공

기자수첩

<기자수첩>전공의 수련비용 국가부담 더 이상 미뤄선 안돼

생명과 직결된 필수 진료과의 전공의 지원미달 사태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흉부외과, 산부인과, 외과, 비뇨기과 등에서 전공의 지원이 미달되는 것은 매년 당연한 일처럼 돼버렸고 특히 올해는 ‘의료의 꽃’이라 불리는 내과마저 갈수록 근무환경이 악화되어 사상 처음으로 전공의 지원이 미달되고 말았다.

전국 대부분의 거점병원들이 내과 전공의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모습인데, 최근 논란이 된 ‘원주기독병원 내과 전공의 파업사태’는 나날이 심각해져가는 내과 전공의 부족의 현실을 잘 설명해준다.

‘메이저 4개과’로 불리던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모두 ‘기피과’로 전락해 원활한 전문의 배출경로가 차단되어 버렸고, 이제 더 많은 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금 의료계에는 “이대로 가다가는 대한민국 전공의 수련교육 시스템이 완전히 붕괴돼버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전공의 수련교육 시스템 붕괴는 곧 양질의 전문의 배출이 차단되는 것을 의미한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되어 사회안전망의 중요한 축을 이루는 의료에 심각한 균열을 예고하는 것이다.

주요 선진국들은 의료를 필수적인 공공서비스 분야로 인식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 전공의 수련비용 전액 또는 상당액을 정부가 많은 예산을 투입해 지원하고 있다.

미국은 전공의 급여의 70% 이상을 정부가 지원하고 있고, 영국과 캐나다는 전공의 급여 전액을 국가가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현실은 어떤가?

수련병원에서 전공의 급여 전액을 사실상 모두 부담하고 있기 때문에 병원들은 나름의 자구책으로 전공의들에게 주당 100시간이 넘는 살인적인 노동을 부담시키고 있다.

전공의들의 희생으로 병원이 지탱하는 ‘비정상적인 의료 환경’이 오래전부터 지속되고 고착화되어 전공의들이 전문의가 되기 위해서는 수련보다는 노동에 치중해야 하는 현실이 당연시 되고 만 것이다.

전공의들이 하루 평균 4시간의 수면도 취하지 못해 졸린 눈을 비비며 환자를 진료하는 현실은 전공의 삶의 질이 저하되는 것만을(이 자체로도 심각하지만) 의미하지 않는다. 언제나 의료사고의 위험을 안고 있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건 국민이다.

필수 진료과의 근무환경이 점점 악화되고 미래마저 불투명해져 전공의 수급 자체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현실을 이제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되는 상태에 직면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보건복지부가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해 병원이 부담하는 수련비용 중 일부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매우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만만치 않은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의료를 필수적인 공공서비스 분야로 규정해 전공의 수련비용 상당액을 정부가 지원하는 해외 사례를 거울삼아 ‘비정상을 정상으로’ 전환하는 초석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