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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자수첩> 대체조제 누구를 위한 것인가?


기획재정부는 지난 22일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기재부가 밝힌 47쪽 분량의 자료를 보면, 대체조제가 내년 4분기 29개 주요 추진과제 중 하나로 올라갔다. 보건복지부가 주무부처로 명시돼 있다. 대체조제 활성화를 위한 절차·인센티브 개선방안을 강구한다는 방침이 눈에 뛴다.

기재부의 대체조제 활성화 방침이 발표된 이후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약사회는 찬반을 놓고 심하게 다투고 있다.

24일 오전 의사협회가 보도자료를 통해 “의약분업의 틀을 깨자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24일 오후 약사회가 보도자료를 통해 “대체조제 활성화 정책에 딴죽을 거는 것은 집단이기주의적 발상에 불과한 것”이라며 찬성 입장을 밝혔다.

기재부가 정책 방침을 밀어부칠 경우 약사의 대체조제는 지금보다 무척 쉬워질 것이다. 약사는 약에 있어 많은 헤게모니를 쥐게 된다는 이야기다.

의약분업 초기에도 약국이 처방약을 구비하지 못하자 대체조제가 이슈화 된 적이 있었다.

당시 상위 제약사 영업본부장은 기자에게 ‘대체조제가 되면 제약사는 어떨까?’라고 물은 적이 있다. 기자의 대답은 ‘오리지널을 보유한 외자제약사는 손해이고, 제네릭을 보유한 국내제약사는 유리하다.’였다.

그러나 영업본부장의 질문은 그게 아니었다. 분업이 어느 정도 정착되면서 처방약은 의사를 타겟으로, 일반약은 약사를 타겟으로 영업을 했는데 대체조제가 되면 의사 약사 구분 없이 영업을 해야 하니 2배 힘들어 지고 2배 비용이 들어간다는 걱정이었다. 이 회사는 상위제약사로서 오리지널과 제네릭을 두루 갖춘 회사다.

이처럼 대체조제를 둘러싼 이해관계는 복잡하다.

대체조제는 의약분업 이후 생긴 보완적 제도일 뿐이다.

의약분업 초기에 지역 내 의료기관이 처방한 의약품을 약국이 비치하지 못해 조제할 수 없는 경우를 대비해서 상용처방의약품으로 처방하지 않을 경우, 생동성시험을 통과한 약으로 대체조제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의사에게는 상용처방의약품 위주로 처방하고, 약사는 상용처방의약품 정도는 비치하라는 이야기였다.

상용처방의약품 목록이 대체조제 여부를 가름한다.

약사는 처방전에 기재한 의약품이 상용처방의약품이 아닐 경우 환자의 동의를 얻어 대체조제할 수 있다. 대체조제하였을 때에는 처방전을 발행한 의사 또는 치과의사에게 대체조제한 내용을 1일,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 3일 이내에 통보해야 한다.

대체조제를 엄격히 제한하는 이유는 의약분업의 기본원칙이기 때문이다. 환자의 안전을 위해서 의사가 처방하고 약사는 조제하면서 두 직능이 견제토록 한 것이다. 그러면서 의사에게는 처방전을 약국에 주도록 강제한 것이다.

최근 복지부 관료는 대체조제 선택분업에 대해 언급했다.

대체조제에 대해 의약단체들은 이런저런 주장을 할 수 있겠지만, 의약분업의 틀을 바꾸는 문제인 만큼 충분한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택분업과 관련해서는 정치적으로 결정을 지은 상태에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얼핏 보기에는 대체조제를 공론화하자고 하니까 상당히 공개적인 행정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최소한으로 허용해야 할 대체조제를 공론화할 경우 지금보다 대체조제 허용의 폭은 더 넓어질 것이다. 의약분업의 기본 정신이 무너지게 된다. 기재부가 밀어 부쳐도 복지부가 막아야 할 일인데 공론화라니. 맙소사!

그렇다면 선택분업도 공론화되어야 한다. 그래야 공정한 행정이 아니겠는가?

환자 입장에서는 선택분업이 된다면 의원과 약국을 오가는 불편함과 비용부담을 덜 수 있다. 아직도 의원과 약국을 오가는 게 적응이 안되는 환자도 있다. 그래서 감기같은 경질환은 의약분업에서 예외로 하자는 이야기도 나온다. 환자안전법이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고, 의약품부작용피해구제제도는 지난 12월19일부터 시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환자 안전장치도 마련되고 있다.

동일 성분, 동일 함량, 동일 제형을 가진 생동성시험을 통과한 의약품 A, B, C가 있더라도 환자 D, E, F 마다 효과가 나타나는 정도는 다르다. 의사는 환자를 진료하면서 A약은 D환자에게, B약은 F환자에게, C약은 E환자에게 효과가 나타난다는 임상에서의 경험을 갖고 있다.

환자를 위한다면 더 큰 틀에서 선택분업의 공론화가 앞서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