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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데스크 칼럼]같은 뿌리인데 제중원 기념 왜 함께 못하나

서울대학교병원과 연세대학교의료원이 최근 제중원 개원 130주년을 각자 따로 기념하면서 자신이 적자(嫡子)임을 주장했다. 상대는 적자가 아니라고 우긴다. 양측의 제중원에 대한 역사 해석은 객관적이기 보다는 주관적이다.

우리나라 의료기관으로서 정점에 있는 양 기관은 최초의 근대식 병원이라는 찬란한 역사적 정통성을 갈망하는 것 같다. 그래서 같은 뿌리라고 인정하기 보다는 배척하면서 서로 적자라고 우긴다.

욕심을 채우려는 목적으로 제중원의 역사를 해석하고 있다. 역사를 통해서 배우려는 자세는 어디에도 없다. 99칸 가진 자들이 100칸 채우려고 악악대니 구취가 난다. 에드워드 H. 카는 역사 해석은 진보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 기관의 제중원에 대한 역사 해석은 퇴보하고 있다.

이같은 사태를 예견하기라도 했는지 한국학중앙연구원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서 연세대학교의료원도, 서울대학교병원도 제중원을 모태로 하고 있다고 기록했다. 현대사회의 갈등과 상처를 치유하는 인문정신을 우리의 역사문화 전통 속에서 발굴하는 노력을 하고 있는 한국학중앙연구원다운 지혜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연세대학교의료원의 설립일시를 1885년 제중원 및 1904년 세브란스병원으로 기록했다. 서울대학교병원의 설립일시는 1885년 제중원 및 1907년 대한의원으로 기록했다.

제중원은 운영을 맡은 관리들의 부패로 위기를 맞는다. 고종은 쇄신책으로 제중원 설립 9년 만에 경영권을 미국 북장로교 선교부로 이관했다. 1904년 세브란스병원으로 개편되면서 제중원이라는 이름은 자취를 감췄다. 이후 대한제국이 1907년 제중원의 맥을 있는 대한의원을 설립했다. 세브란스병원이 부패한 제중원의 대안이었지만, 대한의원은 조선총독부의원으로 이어졌다는 약점이 있다.

양 기관 중 누가 적자인지 답을 내기는 어렵다. 하지만 뿌리가 같은 형제이다. 우리는 명절 때 부모 유산문제로 다투는 형제들을 본다. 욕심에 눈이 먼 결과이다. 양 기관도 욕심에 눈이 먼듯하다. 적자라고 우기면서 강행하는 각자 따로 기념식은 볼썽 사납다. 내년에는 양 기관이 함께 제중원을 기념하는 화합하는 모습을 보이길 바란다. 제중원도 그러길 바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