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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데스크 칼럼] 지급률 낮은 민간의료보험이 잘나가는 이유는?

의료보험의 지급률은 본인납부보험료 대비 지급받는 보험금을 말한다. 높을수록 좋은 지표이다. 보험업계는 민간의료보험의 지급률은 약 85%라고 주장한다. 의료계에서는 약 50%라고 지적한다. 이에 비하면 국민건강보험의 지급률은 상당히 높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밝힌 국민건강보험의 지급률은 약 180%이다. 국민건강보험의 지급률이 100%를 넘는 이유는 국고지원금과 사용자부담금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결론은 국민건강보험이 가입자에게 더 유리하다는 이야기이다.

지급률로 보면 민간의료보험은 국민건강보험의 경쟁상대가 안 된다. 그런데 민간의료보험의 가입률이 2008년 70.96%, 2009년 73.94%, 2010년 75.38%, 2011년 76.86%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민간의료보험 가입이 느는 이유를 생각해 봤다.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수준이 65%~63% 수준으로 선진국에 비해 낮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설득력이 부족하다. 보장성 수준이란 ‘의료비 중에서 환자나 그 가족이 아닌 제3자가 부담하는 금액의 비중’이다. 지급률이 낮은 민간의료보험이 국민건강보험보다 보장성 수준이 높을 수 없다. 보장성 수준을 기준으로 보면 우리는 민간의료보험에 절대 가입하지 않을 것이다.

민간의료보험의 가입이 느는 이유는 심리적인 문제인 것 같다.

내 손톱 밑에 가시가 타인의 발목이 부러진 거 보다 아프다. 나의 작은 아픔은 생생하지만, 타인의 큰 아픔은 그냥 이해하는 수준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인간은 내 손톱에 박힌 가시를 뽑는 게 먼저다. 요즘 잘나가는 민간의료보험의 성공은 이러한 인간의 이기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불특정 다수인 국민 모두가 혜택의 대상인 국민건강보험보다는 자신만 특정돼 혜택을 받고자하는 심리가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심리에 편승한 민간의료보험사의 광고는 기막히다.

요즘 민간의료보험 광고를 보면 비급여 영역은 물론이고 고혈압 당뇨까지 보장해 준다고 광고하고 있다. 이 광고를 보는 잠재적 가입자들은 생각할 것이다. 국민건강보험에서 보장해주지 않는 비급여도 보장되고 게다가 당뇨 고혈압 등등까지 보장해 준다고 하니 잘하면 낸 보험료보다 더 많은 혜택을 받을수 있을 것이라고 착각하게 된다. 민간의료보험사들은 광고에 ‘단 지급률이 50%’라고 불리한 사실을 적시하지 않는다. ‘당신이 낸 보험료 중 많이 가져 가봐야 1/2밖에 가져가지 못한다.’라고 밝히지 않는다. 우리는 국민건강보험보다 더 많은 혜택을 받을 거라는 착각 속에서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이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은 무었일까?

본인납부보험료를 올려야 한다. 그만큼 사용자부담금도 높아져 재정이 튼튼해지고 보장성 수준도 높아진다. 이러한 필요 조건에 더해 민간의료보험을 규제해야 한다. 필요충분조건의 완성이다.

민간의료보험의 광고를 규제하고, 낮은 지급률도 규제해야 한다. 광고에 지급률을 밝히도록 해야 한다. 선진국처럼 지급률 80%를 달성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그런데 금융위원회는 거꾸로 가고 있다. 최근 높아지고 있는 지급률을 낮추려는 민간의료보험사의 전략에 힘을 보태는 모습이다. 실손의료보험의 진료비 심사를 국민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맡기려는 움직임이 바로 그것이다. 참 한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