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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화상응급은 일반응급상황과 다른 접근 필요”

<인터뷰> 한전병원 외과 과장 유경탁 전문의


최근 12m 높이의 전봇대에 있던 벌집을 제거하다 22,900볼트의 전기에 감전되어 팔과 얼굴, 상반신에 심각한 화상을 입었던 광주광역시의 한 소방관이 서울시에 소재한 한전의료재단 한전병원에 이송되어 병원의 빠른 대처로 생명을 구한 일이 있었다.

당시 한전병원 의료진은 막 이송되어 사경을 헤매고 있던 환자에게 정맥도관을 삽관해 수액소생법 및 항생제 치료를 시행하는 등 신속한 응급처치 후 지체하지 않고 곧바로 응급수술에 들어가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환자를 무사히 살려낼 수 있었다.

이는 지난 1937년 경선전기 의무실로 시작해 80여년에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한전병원 화상재활연구센터만의 노하우가 있기에 가능했다. 한전병원은 화상전문의 의료진이 24시간 상주하는 특화된 응급의료체계를 갖추고 있다.

고압 전기감전사고의 경우 심장과 폐, 근육, 호흡기, 신장, 척수 등 신체전신에 심각한 손상을 일으켜 화상으로 인한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어 골든타임이 매우 중요하다. 당시 수술을 집도한 한전병원 유경탁 외과 과장(사진)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유경탁 과장은 “고전압 전기 화상은 침범 부위가 넓지 않아도 근육층과 골격 구조물까지 침범해 4도 화상으로 분류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당시 환자는 전기감전으로 근육 골격계 구조물 등이 괴사된 상태여서 신속히 근막절개술과 가피절제술, 피부이식술 등 응급수술을 시행했다”면서 “다행히 현재 환자는 빠르게 호전되고 있다”고 전했다.

유경탁 과장은 무엇보다 화상응급의료는 일반적인 응급의료와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화상은 후진국병이라고 하죠. 집에서 불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거나 옷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일했던 7,80년대보다 사고 건수가 많이 줄어 보통의 응급의료센터 의사들이 중증화상환자를 마주하기란 쉽지 않아요. 그래서 대부분 매우 당황하죠.”

이런 이유로 일반 병원에서 화상환자에 대한 초기응급치료가 제대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지 않아 화상환자가 한전병원에 이송되면 대부분 치료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고 한다.

정부에서 현재 추진 중인 권역별외상센터 건립 사업에 화상부분이 포함되지 않은 것도 이런 배경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유 과장은 또 중증화상치료에 있어 화상 전문의뿐만 아니라 여러 진료과의 다학제적 접근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화상을 입은 환자가 중풍이나 당뇨병을 앓고 있는 경우도 있고 화상으로 인해 간이 급격히 나빠지는 경우도 많다”면서 “화상치료에 내과, 외과, 산부인과, 신경과 전문의가 모두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다만 “화상치료를 하는 병원 중 그런 다학제적 진료시스템을 갖춘 종합병원급 의료기관이 많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국내 최초로 전기화상환자 진료를 시작한 한전병원 화상재활연구센터는 화상치료를 위한 다학제적 시스템을 갖추고 각 과간 협진도 원활히 이루어지고 있다.

유경탁 과장은 “각 과간 회의도 수시로 열고 있고 화상 관련 모임도 활성화 되어있다. 이런 경험이 축적되어 응급화상환자가 이송됐을 때 일처리가 지연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흡입화상환자의 경우 외과에서 응급조치 이후 하루 이틀 안에 바로 내과에서 기관지 내시경을 삽입해야 하는데 한전병원에서는 숙련된 의료진들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일사천리에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전문 의료진이 긴밀히 협력해 진단, 수술, 치료, 재활, 재건에 이르는 전 과정을 환자 개개인의 상태에 따라 치료하는 맞춤의료서비스 체계도 갖추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감염에 민감한 화상환자를 위한 중환자실 내 격리실과 집중 화상치료실을 갖춘 화상병동, 최첨단 화상치료 장비가 구비된 화상환자만을 위한 무균수술실도 병원의 자랑이다.

유경탁 과장은 “사람이 화상을 입으면 그때부터 각종 세균에 급격히 노출되기 때문에 화상병원에서는 감염내과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면서 “우리 병원에서는 화상치료에 감염내과 전문의가 깊숙히 관여하고 주기적으로 통계자료도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전병원은 전국의 화상환자가 모이는 특성화 의료기관인 만큼 원내에서 화상치료에 특화된 치료표준시스템을 자체적으로 갖추고 있다. 특히 전기화상 환자의 경우 모두 한전병원으로 이송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대한화상학회에서 일반적인 응급의료상황과 구분해 화상으로 인한 응급의료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방법을 담은 백서를 현재 만들고 있지만 이와 별도로 된 한전병원만의 시스템을 갖고 있는 것.

화상치료에 응급의료체계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한전병원 응급의료센터는 12년 연속 최우수 응급의료센터로 평가받을 정도로 질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고 특히 화상분야 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되어 전문적인 치료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한전병원 화상응급의료시스템은 더 업그레이드될 전망이다.

유경탁 과장은 “더욱 우수한 화상응급의료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내년 완공을 목표로 현재 위치한 응급의료센터 2층에 양압 음압 격리실을 모두 갖춘 화상전문병실을 현재 건립 중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지금까지의 한전병원에서 이뤄졌던 화상 치료 협진 경험 데이터베이스를 이용·분석하고 이 정보를 의료진이라면 누구나 접근할 수 있게 해 논문 작성에 도움을 주도록 하는 작업도 현재 활발히 진행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수많은 화상환자를 늘 마주하는 임상현장의 외과의사로서 현장에서 느끼는 아쉬운 점은 없을까?

유경탁 과장은 “화상으로 인해 피부조직이 손상된 중증환자들은 대부분 자가조직배양이 필요한데 건강보험급여가 거의 되지 않는다"면서 "화상환자들은 대부분 급여환자일 정도로 경제적 사정이 좋지 않은데 이를 바라보는 의사 입장도 너무나 괴롭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이밖에 습윤드레싱제도 3장까지 밖에 건보급여가 되지 않고 통증조절이 필요한 중증화상환자들에 대한 마취도 급여가 충분히 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유경탁 과장은 “화상 환자가 가장 빠르게 회복할 수 있도록 늘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면서 “건강보험 정책도 이 부분에 좀 더 맞춰져 의사가 환자를 위해 최선의 진료를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