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목)

  • 구름많음동두천 20.9℃
  • 구름조금강릉 22.7℃
  • 흐림서울 21.7℃
  • 맑음대전 24.6℃
  • 맑음대구 25.7℃
  • 구름조금울산 23.8℃
  • 맑음광주 23.4℃
  • 구름조금부산 25.1℃
  • 맑음고창 23.7℃
  • 구름많음제주 23.0℃
  • 구름많음강화 21.1℃
  • 구름조금보은 22.0℃
  • 맑음금산 23.5℃
  • 구름조금강진군 24.4℃
  • 구름조금경주시 25.0℃
  • 구름조금거제 24.9℃
기상청 제공

기자수첩

구렁이 담 넘어가듯 진행되는 ‘원격진료’

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은 지난 10월28일 양평 힐하우스에서 가진 출입기자 워크숍에서 보건복지부와 재개한 의정협의와 관련, “38개 아젠다 중 원격의료를 제외하고 나머지 아젠다를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때 기자에게는 이 말이 귀에 확 들어왔다. 2차에 이르는 의정협의가 이뤄진 근본적 원인이 보건복지부의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즉 원격진료의 추진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개된 의정협의에서 원격진료를 논의하지 않는다?

그래서 원격진료 의정협의 등과 관련된 그간의 경과를 다시 복기해 봤다.



지난 2013년 10월29일 보건복지부는 원격진료를 내용으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당일 대한의사협회는 동네의원이 다 죽는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의료계 달래기에 나선 보건부는 제1차 의정협의를 하기에 이른다. 2014년 2월18일 프레스센터에서 보건부와 의협이 공동 발표한 제1차 의정협의에서는 대면진료를 대체하지 않는 의사-환자 간 원격모니터링 및 원격상담에 대해서는 그 필요성을 인정하기로 했다. 원격진료 및 처방과 관련해서는 의사협회는 시범사업을 통해 타당성을 검토한 후 법안이 개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정부는 법률 개정 후 법률에 근거하여 시범사업을 추진하자는 입장이었다.

의협은 선 시범사업을 관철하기 위해 3월10일 총파업을 강행했다. 보건부는 한발 물러섰고 3월17일 발표된 제2차 의정협의에서는 쟁점인 원격진료에 대해 국회 입법과정에서 즉, 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의결되기 전에 공동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입법에 반영하기로 했다.

1차 의정협의에 의협 회장이 사인하지 않았지만, 2차 의정협의에 사인했다. 의협은 시범사업을 하기로 보건부와 합의하고 도장까지 찍은 것이다.

보건부는 공동 시범사업을 원격진료 시행을 위한 과정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의협은 시범사업을 통해 안전성 문제 등을 제기하고, 원격진료를 막겠다는 전략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의협은 시범사업을 보건부와 공동으로 하려는 적극적 노력을 하지 않았다. 원격진료가 우리나라에서는 효과도 없고 안전하지 않다 것을 증명해 보이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이다. 당시 내분으로 인한 회장의 불신임과 보궐선거 등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기간이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에 보건부는 지난 2014년 7월18일 ‘의-정 공동 시범사업 논의 및 38개 의-정 합의과제 이행 추진 잠정 중단’을 선언한다. 그 이유는 ‘의협의 원격의료 시범사업 구체안 미제시’였다.

의협이 원격진료 공동 시범사업을 나몰라 하는 사이에 보건부는 단독으로 시범사업을 강행했다. 1차 시범사업 결과를 발표했고, 조만간 2차 시범사업 결과도 발표할 예정이다.

의협 추무진 회장은 2차 의정협의를 통해 합의한 아젠다를 끝까지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2차 의정협의에서 합의한 원격의료 공동 시범사업에 대해서도 모른척해서는 안 된다.

이해관계자 간 협의를 통한 합의는 약속이고 지켜져야 한다. 공동 시범사업 약속을 지키지 않으려면, 38개 아젠다도 무효라고 선언해야 한다.

당초 전략대로 공동 시범사업에 참여해서 원격진료의 효과 없음과 안전하지 않음을 증명해 보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