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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기능 개선 효과 입증된 新기전 항우울제, ‘브린텔릭스’

우울증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질환으로 기분, 인지, 정신운동, 수면, 식욕 등 다양한 영역에서 증상이 나타나며, 환자 삶의 질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다.

우울증의 평생 유병률은 양극성 장애나 조현병 등에 비하여 높은 편으로 평균적으로 약 15% 정도가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성보다 여성의 비율이 높고(약 2:3), 첫 발병 연령은 일반적으로 초기 성인기에 주로 호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최근에는 발병 연령이 점차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인류에게 가장 큰 부담을 초래하는 10대 질환으로 우울증을 3위 (2004년)로 보고하였고, 2030년이 되면 1위가 될 것으로 예측하였다. 우울증 치료를 위한 사회적 비용 증가는 이미 기정화된 사실이다.

우울증의 치료 방법은 크게 약물학적 치료와 비약물학적 치료로 구분할 수 있다. 약물학적 치료로는 TCAs, SSRIs, SNRIs, NaSSAs 등의 다양한 작용기전의 항우울제들이 사용되고 있고, 현재 국내에서도 20종 이상의 항우울제가 시판되고 있다.

하지만 개별 항우울제는 항우울 효과 면에서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울증 증상의 호전을 나타내는 ‘관해율(remission rate)’을 비교한 연구에서, 4차까지 약물을 교체해도 충분한 치료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우울증 증상이 지속되는 환자가 대략 33%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우울증의 치료에는 약물 효능과 함께 환자의 약물순응도가 중요한데, 실제 연구 사례에서는 절반에 가까운 환자들이 치료 시작 3개월 이내에 항우울제 복용을 중단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가장 큰 중단 이유는 약물 부작용과 약물에 대한 거부감을 들었다.

현재 주로 사용되는 항우울제는 대부분 SSRI (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와 SNRI (Serotonin-Norepinephine Reuptake Inhibitor)이며, 이와 비슷한 계열의 약물로써 치료 효과 및 부작용이 비슷해 우울증 환자의 다양한 증상을 조절하기 위한 치료적 대안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기존의 약물과는 다른 기전, 정확히는 ‘다중작용(Multimodal activity)’ 기전을 가진 항우울제 ‘브린텔릭스(성분명: 보티옥세틴브롬화수소산염, vortioxetine hydrobromide)’가 출시되어 주목을 받고 있다.



브린텔릭스는 기존의 SSRI/SNRI 계열과는 차별화되는 다중작용 기전의 항우울제이다. 즉, 세로토닌(serotonin: 5-HT) 외에도 다양한 신경전달물질의 활성에 관여하여 뇌 내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을 맞추는 멀티모드 항우울제(Multimodal Agent: MMA)로 분류된다.

주요 작용기전은 세로토닌 수용체에 대한 직접적인 조절(serotonin receptor modulation)과 세로토닌 수송체의 저해(serotonin reuptake inhibition)에 의한 것으로 여겨진다.

비임상 시험에서 브린텔릭스는 5-HT1A 수용체 효능제, 5-HT1B 수용체 부분 효능제, 5-HT1D, 5-HT3 및 5-HT7 수용체 길항제, 그리고 세로토닌 수송체의 억제제로서 일차적으로 세로토닌의 분비를 조절하지만, 뇌 내에서의 다양한 조절을 통해 결과적으로는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 히스타민, 아세틸콜린, 글루타메이트, GABA 등 다양한 신경전달물질의 조절을 야기했다.

이는 기존 항우울제인 SSRI나 SNRI가 세로토닌 단독 혹은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에 작용해 항우울 작용을 나타내던 것과는 다른 기전이다.

이러한 기전 특성으로 브린텔릭스는 기존 항우울제에 충분히 반응하지 않는 환자들에게 추가적인 항우울 효과를 보일 뿐 아니라 항우울제 사용 시 흔히 발생하는 성기능장애, 체중증가, 수면장애 등의 부작용을 개선함으로써 우수한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했다.

브린텔릭스의 항우울 효과는 전 세계 9,500명 이상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17개의 단기 임상 및 5개의 장기 연장 임상을 통해 입증되었다. 또한 브린텔릭스는 우울증 환자의 인지기능장애 증상 개선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우울장애(major depressive disorder) 환자를 대상으로 인지기능 유효성을 확인한 임상시험에서 브린텔릭스는 실행능력, 진행속도, 주의력, 학습능력, 기억력을 위약 대비 유의하게 향상시켰다.

입증된 내약성/안전성 프로파일

브린텔릭스는 여러 임상연구에 걸쳐 긍정적인 내약성 프로파일을 일관성 있게 보였다. 치료 중 나타난 이상반응(treatment-emergent adverse event: TEAE) 중 가장 흔하게 보고된 이상반응은 구역으로, 용량 의존적으로 대부분 경증-중등도 수준이며, 일시적이었다. 구역, 구토, 변비를 제외하면 수면장애 및 졸림, 두통 등 일반적인 항우울제의 다른 이상반응은 위약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기존의 SSRI/SNRI 항우울제에서 흔히 보고되며 조절이 어려운 성기능장애, 체중증가, 심혈관계 부작용 등 측면에서도 브린텔릭스는 위약과 비슷한 정도의 안전성 프로파일을 보였다. 체중 변화의 경우에도 단기 및 장기 임상연구 결과에서 유의한 변화가 관찰되지 않았다. 또한, 브린텔릭스는 모든 용량에서 활력징후, ECGs (QTc 간극)과 임상적 안전성 시험(간과 신기능 시험)에 대해 중성적 효과를 가진 우수한 안전성을 보였다.

특히, 브린텔릭스는 SSRI/SNRI와 비교 시 약물 중단 증상(discontinuation syndrome)이 없으므로 치료 중단 시 서서히 감량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도 가졌다.

기존 항우울제 비 반응/불충분 반응 환자군에서의 우월성

1. SSRI/SNRI에 불충분한 반응을 보인 환자군에서의 우수한 효능 입증

브린텔릭스는 이전에 SSRI/SNRI 치료에 대해 불충분한 반응을 나타내었던 주요우울장애 환자에 대한 12주, 무작위배정, 이중맹검, 활성대조 시험에서 아고멜라틴 1일 25~50mg 대비 임상적으로 유의한 유효성 및 내약성/안전성을 입증하였다. 브린텔릭스는 1차 유효성 평가변수인 ‘몽고메리-아스베리 우울증평가지수(MADRS)’ 점수 개선에서 아고멜라틴보다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2.2점 차이를 보이며 우월성을 보였다.

브린텔릭스는 약물에 반응(response)하였거나 관해(remission)된 비율, ‘몽고메리-아스베리 우울증평가지수(MADRS)’, ‘해밀턴 불안척도검사(HAM-A)’, 글로벌 증상개선지수(CGI-I), 쉬한장애척도(SDS), 우울·불안장애 중증도평가도구(EuroQol), 업무제한설문(WLQ), 우울과 가족기능점수(DFFS)에서 아고멜라틴군에 비해 유의하게 우수한 결과를 보였다. 또한, 아고멜라틴군에 비해 더 적은 ‘이상반응으로 인한 중단율’을 보였다(5.9% vs. 9.5%).





2. SSRI/SNRIs에 비반응을 보인 환자에서의 유효성

이전에 SSRI/SNRIs 치료에 부적절한 반응을 보여서 치료가 힘든 환자군에서 브린텔릭스는 아고멜라틴 대비 직접 비교 이중맹검 연구에서 임상적으로 우월하고 유의한 치료 효과를 보였다.

직접 작용에 의한 인지기능장애 개선 효과

우울증 치료 과정에서 또 다른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우울 증상이 호전된 이후에도 인지기능장애(cognitive dysfunction)가 지속되어 사회적-직업적 기능이 완벽하게 회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전까지는 주요우울장애 환자에 대해 우울 증상의 개선과 더불어 인지기능장애 증상을 개선시켜 주는 것으로 임상적 효능이 입증된 항우울제가 없었다.

브린텔릭스는 새로운 작용기전으로 인해 세로토닌뿐 아니라 도파민 및 아세틸콜린의 분비를 증가시켜 우울 증상의 개선뿐 아니라 인지기능의 향상에 ‘직접적인’ 작용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위약 대비 브린텔릭스의 인지기능에 대한 유효성을 확인하는 Focus 연구에서는 주관적 환자 보고 인지 기능의 수행 및 실행 기능, 처리 속도, 주의력, 기억을 포함하는 객관적 신경 심리 테스트에서 위약에 비해 유의한 개선 효과를 보였다. 또한 우울 증상 완화에 대한 치료 후 ‘몽고메리-아스베리 우울증평가지수(MADRS)’에 의해 평가한 비반응자와 비관해자 비율에서도 유의하게 우수한 유효성을 나타냈다.






활성약 대비 브린텔릭스의 인지기능장애 개선 정도를 비교한 CONNECT 연구에서 주요우울장애와 자기 보고 인지기능장애를 가진 성인에서 브린텔릭스는 1차 유효성 평가변수인 신경정신계 숫자 기호 대체 시험(DSST) 점수에서 위약 대비 유의한 차이를 보였으나, 둘록세틴 60 mg는 위약에 비해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브린텔릭스는 2차 유효성 평가변수인 PDQ, CGI-I, MADRS, UPSA 등에서도 유의한 결과를 나타내었다. 둘록세틴의 경우는 PDQ, CGI-I, MADRS에 대해서는 위약보다 우수하였으나, UPSA는 위약 대비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브린텔릭스와 둘록세틴은 우울증 지표 및 주관적 인지기능 척도인 PDQ에서는 둘 다 위약 대비 유의한 차이를 보여주었으나, 객관적 인지기능 측정 도구인 DSST와 UPSA 결과에서 브린텔릭스는 실행능력, 진행속도, 주의력, 학습능력과 기억력을 포함하는 인지기능을 유의하게 향상시켜 주었지만 둘록세틴에서는 이러한 결과가 관찰되지 않았다. 즉, 이러한 인지기능의 향상은 단순히 우울감의 개선으로 인한 것이 아닌 브린텔릭스의 직접적인 치료 효과에 인한 것으로 유추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브린텔릭스는 미국을 비롯해 유럽, 호주, 캐나다 등 54개 나라에서 허가를 받았으며, 유럽을 포함한 21개 나라에서 시판 중이다. 한국에서는 2014년 8월 허가를 받았으며, 작년 11월에 출시되어 시판 중에 있다.

항우울제는 전 세계적으로 50여 종, 국내에는 20여 종 정도의 약물이 이미 시장을 이루고 있다. 기존 약물들은 이미 약 10여 년 동안 시장을 선점하며 믿을 만한 임상 데이터를 축적해왔으며, 선호 환자군 또한 확보한 상태다. 이런 면에서 가장 최근에 항우울제 시장에 진출한 브린텔릭스가 어느 정도 선전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환자와 의사들은 합리적인 약가나 우월한 효능, 혹은 개선된 부작용을 기준으로 기존의 항우울제와 브린텔릭스를 비교 평가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브린텔릭스는 지금까지 기존의 항우울제로 충분한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군에서 상당히 어필할 수 있는 프로파일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항우울 효과와 더불어 인지기능 개선 효과까지 입증된 브린텔릭스의 특장점을 고려해 볼 때, 우울증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이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