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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최신지견

[내분비과] 고령 당뇨병 환자의 다약제 처방관리 “이렇게”

 

 

 

안 지 현

 

 

중앙의대 용산병원 내분비대사내과
 

 

 

 

 

 

 

현재 우리나라는 고령화 사회(aging society)이며, 2020년에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국민의 14% 이상을 차지하는 고령 사회(aged society)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2004년 당시 1개의 만성질환을 가진 국내 노인은 17%, 2개 또는 3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가진 노인은 각각 73% 55%였다. 노인들이 자가보고한 질병만 고려해도 1인당 평균 3.3개의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개 종합병원에 입원한 노인은 평균 18개의 약제를, 외래에 방문한 노인은 평균 6개의 약제를 처방받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빠른 고령화로 인해 전체 외래 환자 중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1996년에 10.8%였으나 2002년에는 19.8%로 증가하였으며, 전체 노인의 77.7%가 최소 1개 이상의 약제를 복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국민건강영양조사(NHANES III)에서도 65~74세 노인의 50% 이상, 75세 이상 노인의 60% 이상이 2개 이상의 약제를 복용하고 있으며,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처방약제의 약 30%를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약제(polypharmacy) 처방은 약제 간 상호작용 측면에서 약제의 효과를 반감시키거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고, 환자의 복용 순응도를 떨어뜨릴 우려도 있다. 또한 의료비 지출을 불필요하게 증가시킬 수 있다. 이러한 이유 등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공개한 2010년도 선별집중 심사대상 11항목 가운데 ‘약제 다품목 처방’이 포함되었다. 노인 당뇨병 환자의 경우 동반질환으로 인해 부득이 여러 약제를 동시에 복용해야 하는 상황이 많아 진료 현장에서 다약제 처방은 항상 고민스러운 문제이다.

 

 

 


다약제의 정의

 

대체로 투약하는 약제의 수에 따라 10개 이상인 경우 또는 5~6개 이상을 다약제 처방으로 정의하지만, 2개의 약제를 처방하더라도 다약제로 간주하기도 한다. 한편 동반질환의 수가 늘어나 약제의 수가 증가한 경우를 polymedicine이라 하는 반면, 부적절하게 약제를 많이 사용한 경우를 따로 polypharmacy로 구분하기도 한다. 노인 환자의 14~24%에서 부적절한 처방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 따라서 5개 이상의 약제를 처방하거나 임상적 적응에 해당하지 않는 약제를 1개 이상 불필요하게 포함할 때 다약제 처방이라고 하는 것이 적절하다.

 

 

 

 

다약제 처방의 문제점

 

 

노인들은 항고혈압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항우울제, 경구혈당강하제 등을 많이 복용하고 있다(Fig. 1). 투약하는 약제의 수가 늘어날수록 약제 간 상호작용으로 인해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성 또한 증가한다. 동시에 2가지 약제를 복용할 경우 위험도는 13% 증가하며, 동시에 4가지 또는 7가지 약제를 복용할 경우 위험도는 각각 38% 82%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뇨병 환자의 경우 혈당 조절과 합병증의 예방 및 관리, 그리고 동반질환으로 인해 여러 약제를 동시에 복용하는 경우가 많으며, 건강기능식품 등을 별도로 복용하는 경우도 많다. 국내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건강기능식품의 이용실태조사에서 조사 대상자의 49.8%가 건강기능식품을 이용한 경험이 있으며, 홍삼(27.9%), 누에가루(13.6%), 비타민제(10.4%), 뽕나무(7.1%), 동충하초(6.8%), 인삼(4.2%) 등의 순이었다. 이처럼 기존 약제에 건강기능식품을 함께 복용할 경우 약제-식품 간 상호작용의 발생도 우려된다.

 

당뇨병 관련 약제의 대표적인 약제 간 상호작용은 다음과 같다. 설폰요소제와 클로람페니콜(chlorampenicol), 페닐부타존(phenylbutazone), 설파페나졸(sulfaphenazole), 와파린(warfarin) 등의 약제를 함께 복용하면 저혈당의 발생 가능성이 증가한다. 설폰요소제와 코르티코스테로이드(corticosteroid)를 함께 복용 시 혈당 강하 효과가 감소한다. 메트포민(metformin)을 리스페리돈(risperidone)과 함께 복용할 경우, 그리고 피오글리타존(pioglitazone)과 올란자핀(olanzapine)을 함께 복용할 경우에도 혈당 강하 효과가 감소한다.

 

 

 


과소처방(underprescribing)의 문제점

 

다약제 처방을 줄일 목적으로 치료에 꼭 필요한 약제까지 무조건 사용을 자제하는 것은 곤란하다. 불필요하게 약제의 수가 늘어나는 것도 문제이지만 약제를 충분히 쓰지 않는 과소처방 또한 반드시 주의해야 한다. 가령 고혈압을 동반한 당뇨병 환자에서 1차 선택약제이면서 당뇨병성 신증의 진행을 예방하는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와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의 경우 적응증에 해당하는 당뇨병 환자의 55~75%에서만 해당 약제를 처방받고 있다.

 

환자에게 필요한 약제가 처방되지 않는 과소처방의 원인으로 불완전한 진단(underdiagnosis)과 불충분한 치료 방침(undertreatment)이 있다. 또한 의사의 처방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약제를 제대로 복용하지 않는 순응도 저하(nonadherence, noncompliance)의 이유는 환자-의사 간 커뮤니케이션의 부족, 환자가 약제를 복용하는 것을 잊어버리는 인지기능의 장애, 그리고 약가 문제 등을 들 수 있다.

 

 

 

노인 당뇨병 환자 진료 시 고려사항

 

 

노인 당뇨병 환자를 진료할 때 다음의 사항을 유념해야 한다.

 

첫째, 노인 당뇨병 환자는 청·장년의 당뇨병 환자와 특성이 다르다.

둘째, 대개 증상이 전형적이지 않다.

셋째, 혈당 조절을 엄격히 했을 경우의 득과 실을 따져야 한다.

넷째, 비만보다 영양결핍이 더 문제가 될 수 있다.

다섯째, 질병 중심보다는 환자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

여섯째, 환자에 따라 치료를 개별화해야 한다.

 

노인 당뇨병 환자의 치료 시 삶의 질을 고려해야 하며, 혈당 조절도 중요하지만 심혈관질환의 위험요인을 조절하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 동반질환이 많고, 철저한 관리가 어려운 노인 당뇨병 환자는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고혈당으로 인한 급성 증상을 예방하며, 다약제 처방을 포함한 우울증, 인지기능의 장애, 요실금, 낙상, 통증과 같은 노인 증후군(geriatric syndrome)의 해결을 1차 치료목표로 해야 한다(Fig. 2).

 

당화혈색소의 목표치도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르게 설정해야 하는데 비교적 건강하고 기능수행 상태가 양호한 환자는 중년 환자와 같이 조절하지만, 전반적인 건강상태가 좋지 않거나 여명이 5년 미만인 경우, 잦은 저혈당의 발생 등으로 인해 철저한 혈당 조절이 오히려 해로울 수 있는 노인 환자는 당화혈색소의 목표치를 8% 전후로 덜 엄격하게 설정해야 한다. 또한 노인에서는 저혈당 무감지증(hypoglycemia unawareness)이 자주 발생하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노인 당뇨병 환자에서 새로운 약제 투여를 시작할 때 고려할 상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적은 용량부터 시작해서 서서히 올리도록 한다. 둘째, 증량을 서두르지 말고, 환자의 상태에 따라 개별화하도록 한다. 셋째, 어떤 약제든지 가급적 권장량의 절반부터 시작하도록 한다.

 

 

 

다약제 처방의 개선방안

 

다약제 처방을 줄이는 단계는 다음과 같다.

 

(1) 환자에게 외래를 방문할 때마다 모든 복용 약제를 가져오도록 하고, 일반의약품과 한약을 포함한 모든 약의 설명을 기록하도록 한다.

(2) 모든 약의 성분명과 계열을 확인하는 습관을 갖도록 한다.

(3) 처방하는 약이 임상적 적응에 해당되는지를 확인한다.

(4) 처방하는 약의 부작용을 숙지한다.

(5) 노화의 약동학, 약력학이 약제 부작용의 위험성을 어떻게 증가시키는지를 이해한다.

(6) 알려진 이득이 없는 약은 중단한다.

(7) 임상적 적응이 되지 않는 약은 중단한다.

(8) 독성이 적은 약으로 대체하려고 시도한다.

(9) 처방의 악순환을 경계한다(약제의 부작용을 다른 약제로 치료하는 것).

(10) 가능한 한 ‘한 가지 질환에 한 가지 약제, 하루에 한 번 복용’을 목표로 처방한다.

 

또한 다음과 같은 내용(the Hamdy Questions)을 스스로 자문하면 도움이 된다.

 

첫째, 처음에 처방했던 적응증이 아직도 유효한가? 당뇨병 환자에서 동반질환이 해결된 경우 해당 약제의 중단을 시도한다. 가령 혈당이 개선되어 당뇨병성 신경병증으로 인한 통증이 호전된 경우 진통제를 감량 또는 중단할 수 있다. 무증상 세균뇨에서 항생제 치료, 무증상 고요산혈증에서 요산억제제의 투여, 양성 갑상선 결절에서 갑상선호르몬 억제치료와 같이 굳이 약물치료가 필요하지 않은데도 투여하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한다.

 

둘째, 같은 계열의 약제가 중복되지 않았는가? 그리고 단순화시킬 수 있는가? 특히 환자가 다른 병원 또는 다른 과에서도 진료를 받고 있는 경우 여러 약제가 중복 처방될 가능성이 있다. 가령 골관절염으로 여러 과에서 소염진통제를 처방하거나 소화기계 약제를 중복 처방하는 경우이다. 따라서, 환자의 타과 처방을 확인하여 중복을 피하도록 해야 한다.

 

셋째, 약제 부작용으로 인해 추가로 처방했던 약제가 포함되어 있는가? 가령 알파글루코시다아제 억제제 투여 후 위장장애가 발생하였을 때 약제의 부작용을 먼저 생각하지 않고, 소화기계 약제를 투여하는 경우이다. 또한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를 처방한 환자가 기침을 할 경우 기침억제제를 투여하기에 앞서 항고혈압제의 교체를 고려해야 한다.

 

노인 당뇨병 환자가 어지러움을 호소할 경우 저혈당을 먼저 의심할 수 있지만 자세성 저혈압(postural hypotension) 등의 가능성도 생각해야 한다. 특히 전립선비대증으로 알파차단제를 복용 중인 환자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새로운 증상이 나타났을 때에는 증상 개선 목적으로 다른 약제를 추가 처방하기 전에 먼저 기존 약제의 부작용 가능성에 대해 염두에 두어야 한다.

 

넷째, 환자의 연령과 신기능 때문에 현재 용량이 부족하거나 과할 가능성이 있는가? 노인 환자에서 신기능 저하가 동반되는 경우는 흔하므로 정기적으로 혈청 크레아티닌을 측정하여 약제의 용량을 수시로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신기능 저하 시 투여 금기인 메트포민과 같은 약제를 사용하고 있지 않은지 확인하여 투여를 중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약제 간 또는 약제-질병 간 상호작용이 있는가? 가령 당뇨병 환자가 골다공증을 동반한 경우 비스포스포네이트 제제는 공복에 별도로 복용하도록 하여 흡수에 방해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알파 글루코시다아제 억제제의 경우 식사 바로 직전에 투여해야 식후 고혈당을 개선시키는데 효과가 있다. 따라서, 식후 고혈당이 지속된다고 이 약제의 용량을 무조건 증량하거나 다른 약제로 교체하기 전에 환자가 적절한 방법으로 복약을 하고 있는지 확인을 해야 한다. 또한 저혈당의 발생 빈도와 약제 간 상호작용이 적고, 노인 당뇨병 환자에서 안전하고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진 DPP-IV 억제제의 투여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결  론

 

다약제 처방은 약제 간 상호작용, 부작용의 발생 및 치료비의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약제의 수가 늘어날수록 환자의 복약 순응도가 감소하여 임의로 약제를 중단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이로 인해 질병 악화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개선이 필요하다. 고정 복합제제의 사용은 약제의 수를 줄임으로써 환자의 복약 순응도를 향상시키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다약제 처방을 개선하기 위한 의료진의 지속적인 관심이 중요하다.

 

그러나, 노인 당뇨병 환자의 경우 대체로 당뇨병 유병기간이 길어 한두 약제만으로 혈당 조절이 어렵고 신증, 신경병증, 망막병증 등의 합병증과 고혈압, 이상지혈증, 골다공증 등과 같은 동반질환의 수가 많아 약제의 수를 줄이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으며, 인위적으로 약제의 수를 제한할 경우 오히려 과소처방의 우려가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노인 당뇨병 환자의 건강과 삶의 질을 생각할 때 무엇보다 각 질환별 진료지침에 근거하며, 약제 간 상호작용을 고려한 개별화된 처방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