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금)

  • 구름많음동두천 20.9℃
  • 구름조금강릉 22.7℃
  • 흐림서울 21.7℃
  • 맑음대전 24.6℃
  • 맑음대구 25.7℃
  • 구름조금울산 23.8℃
  • 맑음광주 23.4℃
  • 구름조금부산 25.1℃
  • 맑음고창 23.7℃
  • 구름많음제주 23.0℃
  • 구름많음강화 21.1℃
  • 구름조금보은 22.0℃
  • 맑음금산 23.5℃
  • 구름조금강진군 24.4℃
  • 구름조금경주시 25.0℃
  • 구름조금거제 24.9℃
기상청 제공

임상최신지견

[정신건강의학과] 노인성 수면장애의 진단과 치료

김은진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노인성 수면장애의 진단과 치료



좋은 수면은 휴식과 안정의 기회를 제공하여 기분 상태와 집중력, 기억력, 판단력을 높이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흔히 하루 중 잠들어 있는 3분의 1의 시간이 깨어 있는 3분의 2의 시간을 결정짓는다고 할 정도로 수면은 우리 일상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수면이 발생하는 원리는 우리 몸의 생체 시계에 따른다. 낮에는 보통 수면 욕구가 낮고 생체 시계에 의한 각성 효과는 높아 깨어 있게 되며, 밤에는 수면 욕구가 강하고 각성 효과가 낮아져 수면을 취하게 된다. 대체로 수면 욕구가 가장 높은 시간이 저녁 9시 이후부터이며, 이때부터 각성 효과도 급격히 감소하게 된다.


수면은 두 종류의 생리적 상태인 REM (Rapid eye movement) 수면과 NREM (Non-REM) 수면으로 구성되는데, NREM 수면은 생리적 기능이 저하된 상태로 수면의 75% 정도를 차지하며 다시 수면의 깊이에 비례하여 1단계에서 4단계로 구별된다.


NREM 수면의 3, 4단계 수면을 ‘서파 수면(slow wave sleep)’이라고 하며, 서파가 많아질수록 수면은 깊어진다. 깊은 단계의 수면은 낮 동안의 소모된 신체 기능의 회복과 관련이 있으므로 중요하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서파 수면은 생리적으로 감소하는 현상을 보이기 때문에 노인의 경우 수면이 얕다는 불평을 자주 할 수 있다.


REM 수면은 독특한 수면 상태인데, 뇌파에서 각성 시와 유사한 뇌 활동 및 신체 활성을 보인다고 하여 ‘역설 수면(paradoxical sleep)’이라고도 한다. 정상 성인의 경우 보통 수면 시작 90분 뒤에 REM 수면이 발생하는데, 우울증이나 기면증(narcolepsy) 같은 정신질환이 있을 경우 REM 수면이 90분보다 일찍 발생한다. REM 수면은 밤 동안 90분에서 100분마다 출현하는데, 처음 REM이 10분 이내로 가장 짧고 나중에 나오는 REM은 15~40분 정도 지속된다. 보통 하루 밤에 4~5회의 REM 수면이 나타나며 전체 잠자는 시간의 대개 1시간 30분 정도이기 때문에 짧은 시간이다. REM 수면에서 깨는 경우 60~90%에서 꿈을 보고하는데, 꿈을 많이 꾸는 REM 수면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잠을 푹 못 잤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나이는 수면장애와 관련된 아주 중요한 요소인데, 특히 고령으로 갈수록 나이가 수면장애의 발생에 영향을 많이 미친다. 서파 수면 등이 줄어들고, REM 수면의 길이가 감소하는 대신 REM 횟수가 증가하기 때문에 꿈이 많아졌다고 느끼게 된다. 수면 직후 각성 또한 증가하게 되어 쉽게 잠에서 깨어나고 총 수면시간(sleep time)이 감소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낮 동안 졸리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 낮잠을 습관처럼 자게 된다. 또한 수면-각성 주기(sleep-wake cycle)가 짧아지기 때문에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게 된다. 노인에서 흔하게 초저녁에 잠깐 1~2시간 깊이 잠이 들었다가 밤새도록 자다 깨다를 반복하게 되는 것도 수면-각성 주기가 짧아진 것이 원인이 된다. 이러한 생리적인 변화 이외에도 노인의 경우 수면제 사용이 젊은 사람보다 빈번하고 호흡과 관련된 수면장애, 약물로 초래된 운동장애 등이 흔하기 때문에 수면의 방해를 더 자주 받게 된다.



불면증 진단과 원인 분석


우리가 흔히 말하는 수면장애 중 불면증(insomnia)은 3명 중 1명이 경험할 정도로 빈도가 높다. 불면증은 스스로 잠을 잘 못 잤다는 주관적인 수면 부족, 좋은 환경에서 잠을 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면 문제가 있을 때, 그리고 잠이 모자라 낮 동안 피로나 짜증, 집중력 저하, 주간 졸리움을 경험하는 것이다.


불면증 진단 시에 물어봐야 될 사항은 첫째, 잠들기가 얼마나 어려운가이다. 베개에 머리를 대고 입면이 30분 이내에 이루어진다면 입면장애는 없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수면의 유지가 잘 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자주 깨거나 한번 잠에서 깨어나면 다시 잠들기 어려운 경우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셋째, 자신이 원래 일어나는 시간보다 1~2시간 정도 일찍 깨어나 다시 잠들기 어려운 경우이다. 이 중 1가지 이상의 증상과 함께 낮 동안의 업무나 학업, 운전 등에서 집중력 저하나 피로, 졸리움 등의 증상이 1주에 최소 3회, 최소한 3달 동안 지속된다면 불면증 진단이 가능하다. 물론 불면증을 일으킬 수 있는 다른 정신과적 질병이나 신체 상태가 없어야 되고, 알코올이나 다른 약물의 생리적인 효과가 있는 경우에도 불면증이 이차적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경우는 원인 질환부터 개선해야 한다.


불면증 발생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하는데, 무엇보다 개인마다 가지고 있는 다양한 성향이나 소인이 불면증의 시작에 중요한 작용을 한다. 작은 소음이나 빛, 육체적 피로, 마음의 상태 등에 남들보다 더 예민한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은 수면을 방해하는 사소한 자극들에도 곧바로 잠에서 깨고, 피로하고 졸려도 쉽게 잠에 들지 못한다. 높은 생리적 각성 또는 인지적 각성 수준을 갖고 있기 때문에 불면증에 취약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함께 자는 사람과 수면리듬이 맞지 않거나 늦게 귀가하는 가족이 있는 경우, 주야간 교대 근무를 하는 경우에 수면리듬이 어긋나게 되고 작은 주위 환경의 변화, 걱정, 고민에도 쉽게 잠을 설치게 된다.


이렇게 불면증 경향이 있는 사람이라면 잠들기를 방해하고 자꾸 잠을 깨우는 문제를 경험하게 되었을 때 갑작스러운 불면증을 겪을 수 있다. 특히 노인의 경우 건강 문제, 신체 질환으로 인한 통증 등이 문제가 될 수 있고, 젊은 사람보다 교대 근무 시에 불면증에 더 쉽게 노출이 될 수 있다. 그 외에 급성 스트레스나 우울증 같은 정신건강 문제가 있을 때도 불면증이 발생할 수 있다.


한번 불면증이 발생하면 사람들은 누구나 잠에 집착하게 되고, 잠에 대한 지나친 걱정을 하게 된다. 잠을 더 자보려고 일찍 잠자리에 들고 늦게 일어나려고 하며, 낮잠으로 부족한 잠을 보충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러한 시도를 할수록 잠에 대해 좌절하게 되고, 고통이 심해지는데다 잠은 더욱 쉽게 도망가고 만다. 또한 잠잘 때만 사용해야 되는 잠자리에서 습관적으로 하는 핸드폰, TV 보기, 독서, 간식 섭취 등도 잠을 멀리 쫓아버린다.


불면증의 원인을 살펴보면 일차성(primary)보다는 75%가 이차성 불면증(secondary insomnia)이다. 이차성 불면증의 대부분 원인은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같은 정신과적 문제이고, 신체적 원인, 알코올, 기타 다른 약물 등이 나머지를 차지한다. 이차성 불면증은 무엇보다 그 원인을 치료하는 것이 우선이다. 겉으로 드러난 불면증만 치료하기 위해 수면제만 복용하는 경우 원인 질환 및 불면증 모두 악화되기 때문에 반드시 기저 질환을 먼저 치료하여야 한다.


노인의 경우는 정신과적 원인보다 신체적 원인이 더 많은 편이기 때문에 불면증 호소 시 수면을 방해하는 신체적 질환, 통증, 기존 질환의 악화 여부, 약물 변경 등을 꼭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 지속적인 통증이 있거나 중추신경계 병변이 있을 경우 입면의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노인에서 흔한 수면무호흡증(sleepapnea)이나 야뇨증(nocturia), 하지불안 증후군(restless legs syndrome), 알코올 문제, 대사나 내분비 질환, 암성 통증 등은 수면 유지를 방해할 수 있으므로 원인을 제거하고 치료하는 것이 수면제를 복용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물론 일차성 불면증과 마찬가지로 적극적인 인지 행동 치료를 병행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일차성과 이차성 불면증 모두에서 비약물학적 치료에 대한 충분한 증거들이 있기 때문에 노인의 경우 약물치료에 앞서 비약물치료를 시도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불면증의 비약물학적 치료


1. 인지치료(cognitive therapy)
수면에 대한 집착과 불면의 결과에 대한 과장된 지각이 각성을 오히려 강화시켜 불면증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를 교정하는 것이다. 잠을 잘 자게 하는 것보다는 잠에 대해 신경을 덜 쓰도록 하는 것이 치료의 목표가 된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약을 먹고 자는가 혹은 얼마나 많이 먹는가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약이 없어서 못 자거나 하면 대단히 실망하기 때문에 잠을 얼마나 잘 자느냐에 너무 몰두하게 하면 안 된다. 또한 치료 자체에 대한 비현실적인 기대도 교정되어야 한다. 오랜 불면증이 바로 좋아지지 않는다는 점과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처음에 잘 설명해줘야 치료 도중 탈락되지 않는다. 그러기 위해선 잠에 대한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해주고 자는 것을 지나치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억지로 자려고 하거나 하루만 못 자도 다 망했다고 생각하는 태도를 버릴 수 있도록 하면서 불면증에 대한 내성을 키우도록 도와준다.


2. 수면위생
교육적 요소를 포함한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행동요법(behavior therapy)이다. 취침 수시간 전부터 카페인, 니코틴 같은 흥분제나 알코올 등을 제한한다. 불면증 초반에 잠을 자기 위해 알코올을 흔히 섭취하는데, 비록 입면에 조금 도움이 될지라도 수면 분절이 초래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수면의 질 저하와 알코올 문제가 같이 수반된다. 잠자기 전에 몸을 피로하게 만들면 잠을 푹 잘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잠자기 직전 격렬한 운동을 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 지나친 피로와 운동으로 인한 각성 효과 때문에 수면이 더 어려울 수 있다. 운동은 최소한 잠자기 5~6시간 전에 하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규칙적인 수면 스케쥴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기상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모든 환자에게 수면위생을 자세히 알려주어도 지키기 못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환자별로 각자 지킬 수 있는 수면위생부터 지켜보도록 한다. 또한 수면위생을 잘 지킨다고 하더라도 만성화되거나 중증 불면증의 경우엔 효과가 불충분하니 반드시 다른 치료법도 병행해야 한다.


3. 자극조절(stimulus control)
잠이 오다가도 침대에만 누우면 잠이 달아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 이 경우 몸이 피곤하다거나 다른 이유로 침대에 눕지 말고 오직 잠이 올 때만 잠자리에 눕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잠이 와서 잠자리에 누웠을지라도 15~20분 내로 잠이 오지 않으면 바로 잠자리에서 일어나 원하는 시간만큼 나가 있다가 다시 졸음이 올 때 잠자리에 들도록 한다. 또한 잠자리에서 잠을 자는 것과 성생활 이외에 수면을 방해하는 독서, 스마트폰, TV, 라디오, 계획 짜기 등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4. 이완요법(relaxation training)
잠에 대한 걱정으로 밤만 되면 잠을 못 잘까 봐 긴장이 되고 미리 걱정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 특히 습관처럼 잠자리에 누워 내일 일을 생각하거나 하루의 일을 곱씹는 경우, 그러한 생각들이 자꾸 교감신경을 자극해 각성을 일으키게 된다. 이때 마음을 편안하게 먹는 것이 좀처럼 쉽지 않기 때문에 몸을 이완시키는 근육이완법이나 복식호흡, 명상, 요가 등을 반복해서 시행한다. 이 중 복식호흡은 코로 천천히 배가 불룩하도록 숨을 들이쉬고 입으로 배가 홀쭉해질 때까지 천천히 내뱉는 호흡이다. 복식호흡은 부교감 신경을 자극시켜 이완감을 느끼게 하고 언제 어디에서든 사용하기 쉬워 환자들에게 도움이 된다.


수면시간이 이전의 깨어 있는 시간에 비례한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불면증 환자가 잠자리 시간을 늘림으로써 자신에게 수면의 기회를 더 부여하려는 경향은 오히려 수면 분절을 초래하고 수면의 질을 낮춘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경도의 수면 박탈을 통해 수면의 연속성을 높일 수 있으며, 잠자리에 누워 있는 시간과 실제 수면시간을 맞추어 나간다면 수면의 질 또한 높일 수 있다. 15분 이상의 낮잠은 밤 수면에 문제를 일으키므로 불면증 환자의 경우 낮잠으로 부족한 잠을 보충하는 것을 삼가야 한다. 잠을 못 자는 것이 불쾌하지만 단기적일 경우 건강에 위험하지 않으므로 불면증의 영향을 어느 정도 감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불면증의 약물학적 치료


약물치료는 수면 cycle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을 고려하여 사용하도록 한다.


세로토닌(serotonin)은 NREM 수면에 관여하고 수면시간을 증가시킨다. 세로토닌 전구물질인 트립토판(tryptophan)의 섭취 시 수면 잠복기(sleep latency)가 감소하고, 수면 분절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다.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은 REM 수면을 감소시키고 각성을 증가시켜 수면을 방해한다. 아세틸콜린(Acetylcholine)은 REM 수면을 증가시키는데, 이와 관련된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REM 수면이 감소하고 서파 수면도 감소를 보인다. 우울증의 경우 아세틸콜린의 과민성으로 인해 REM 수면의 증가가 관찰되어 수면의 질이 좋지 않고, 항우울제는 반대로 REM 수면을 줄이는 효과가 있으므로 수면 향상에 도움이 된다.


송과체(pineal gland)에서 분비되는 멜라토닌(melatonin)은 빛에 의해 분비가 억제되고, 낮에는 낮은 농도를 유지하다 밤이 되면 분비가 증가한다. 그렇기 때문에 저녁 시간에 너무 밝은 조도는 멜라토닌의 분비를 저해하므로 저녁 8시가 넘어가면 집안의 조도를 서서히 낮추는 것이 수면에 도움이 된다. 도파민(dopamine)은 각성 효과가 있기 때문에 도파민 차단체(dopamine blocker)는 수면시간을 증가시킨다.


불면증에 사용되는 몇 가지 약물을 살펴보면 벤조다이아제핀(benzodiazepine)의 경우 잠을 빨리 들게 하지만 얕은 수면이 증가하고 깊은 수면은 저하되는 단점이 있다. 또한 전향성 기억상실(anterograde amnesia) 및 낮 동안 졸림으로 인한 낙상의 위험이 있으므로 노인의 경우 소량으로 써야 되며, 늘 낙상에 대한 주의를 줘야 한다. 몸에 축적되는 경향이 있어 독성(toxicity) 반응이 약물 사용 7~10일 후에도 발생할 수 있으므로 초기 2~3일이 괜찮았다고 하여서 약물을 증량하면 안 된다.


특히 high potency에서 기억상실이 심하고 반동 불안(rebound anxiety) 및 심각한 행동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트리아졸람(triazolam) 같은 약물 사용 시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장기간 복용 시 내성(tolerance)이나 의존(dependence)도 있기 때문에 단기간 사용하고, 중단 시 금단(withdrawal)으로 인한 수면장애가 재발생할 수 있으니 최소 10일에 걸쳐 천천히 감량해야 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이외의 과에서 많이 쓰는 스틸녹스(zolpidem)는 입면에 효과적이며 의존성이 낮은 약물이지만, 기억상실 및 심리적 의존성이 높은 약물이다. 노인에서 사용할 경우 인지기능의 저하 및 낙상의 위험이 있으므로 장기간 사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트라조돈(trazodone)의 경우 입면 잠복기를 감소시켜 입면을 수월하게 하며 수면의 연속성을 증가시키는 장점 및 서파 수면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 내성이나 의존 경향이 적으므로 입면의 어려움이나 수면 분절을 호소하는 경우 사용 가능하다.


그 이외에 흔하게 사용하지는 않지만 도파민 차단 효과가 있는 항정신병 약물인 올란자핀(olanzapine)이나 쿼티아핀(quetiapine)의 경우도 불면증에 사용할 수 있다. 입면을 도와주며 수면분절을 줄이는 효과가 있고, 깊은 수면에 도움을 준다. 그러나 소량에도 노인의 경우는 추체외로 증상(extrapyramidal symptoms)으로 근긴장이상(dystonia)이나 떨림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사용 시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다.


모든 약물이 하나의 신경전달물질만 조절하는 것이 아니므로 위에서 언급한 효과를 모두 기대하는 것은 금물이며, 개인마다 약물의 효과도 매우 다를 수 있다. 환자의 불면증 증상에 따른 약물의 선택 및 치료 유지 및 치료 종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노인성 수면장애 원인에 따른 치료 방법


치료가 필요한 노인성 수면장애의 주요 원인을 몇 가지 살펴보면, 먼저 하지불안 증후군(restless legs syndrome)이 있다. 하지불안 증후군은 앉거나 누울 때마다 종아리 깊은 곳에서 이상한 감각이나 불쾌한 느낌이 일어나 다리를 움직이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질환이다. 통증이 동반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움직이거나 마사지를 하면 증상이 호전되기 때문에 수면에 방해가 된다. 중년에 가장 많이 나타나지만 고령에서도 자주 관찰된다. 다리뿐만 아니라 팔에도 50% 정도는 증상이 나타나므로 팔의 이상감각 호소 시에도 하지불안 증후군을 고려해야 한다. 빈혈이나 임신, 요독증(uremia), 야간 근간대성 경련(nocturnal myoclonus), 말기 신부전, 류마티스관절염에서 잘 동반되므로 iron battery 같은 검사를 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치료 시 초기에 벤조다이아제핀 중 클로나제팜(clonazepam) 등을 시도해 보지만 비효과적이므로 도파민 수용체 작용제를 일차로 사용하여야 한다.


두 번째는 REM 수면 행동장애(REM sleep behavior disorder)이다. REM 수면에서 발생하는 발성 및 복합 운동 행동을 동반하는 반복적인 각성이 특징이다. 꿈대로 행동하기 때문에 공격적인 꿈을 꾸거나 하면 배우자를 때리거나, 벽이나 방바닥을 손이나 발로 치는 바람에 골절이나 타박상을 경험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다. 또한 노인이나 파킨슨병에서 호발하는 점과 파킨슨병 초기에도 REM 수면 행동장애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이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치료는 클로나제팜(clonazepam)이 일차 선택약으로 대부분 좋은 효과를 보인다.


세 번째는 일주기 리듬 수면장애(circadian rhythm sleep disorder) 중 하나인 수면 전진형(advanced sleep phase type)이다. 이것은 일단 잠에 들면 수면 유지에는 문제가 없으나 자고 깨는 시간이 지나치게 이르다는 것이 특징이다. 통상적으로 잠자리에 드는 시간보다 대개 2시간 이상 이른 수면-각성 주기를 보인다. 노인에서는 정상적으로 수면-각성 주기에서 1시간 정도 위상 전진(phase advance)가 있기 때문에 더 흔하게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연령 대비 정상적인 수면의 질과 수면 양을 보이기 때문에 달리 낮 동안 직업기능이나 일상생활을 크게 방해하지는 않는다.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이 문제라고 판단하고 늦게 자도록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일어나는 시간은 일정하므로 오히려 수면 양이 줄어들어 낮 동안 졸리거나 피곤해 하므로 좋은 방법이 아니다.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다면 치료가 필요 없지만 불편감을 호소한다면 초저녁에 밝은 빛을 1시간 가량 쐬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외에도 노인에서 다양한 원인으로 인한 불면증이 나타날 수 있다. 모든 불면증을 효과적으로 치료하기는 어려우며, 비약물학적 치료 및 약물치료의 병합, 반복적인 교육과 지지가 있어야만 한다. 불면증으로 인한 약물 남용 및 내성, 의존의 문제와 더불어 노인의 경우 인지기능의 저하와 낙상의 위험이 있으므로 꼭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상의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출처: 디아트리트 VOL. 16 NO. 1 (p6240-6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