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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최신지견


암 치료의 최근 발전 (경구 표적치료제를 중심으로)

조요한 (건국대학교병원 종양혈액내과)









암 치료의 최근 발전

- 경구 표적치료제를 중심으로 -


항암요법은 1970년대에 소아 백혈병의 치료에 도입된 이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나타내었고, 곧 성인의 고형암에도 널리 시도되었다. 그러나, 치료의 효과는 생각했던 것만큼 좋지 못했고, 부작용도 꽤 있었다. 질병에 따라서는 어느 정도 효과를 보인 경우가 있었으나 무엇보다도 각 약제의 정확한 기전을 알지 못했고, 각 약제가 잘 듣는 개별 질환군과 관련지을 만한 만족스러운 설명도 할 수 없었다.


그 후, 2000년대 들어 소위 ‘표적치료제’가 도입되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는 암의 생물학적 특성에 맞추어 치료를 시도하게 된 것으로서, 종양생물학의 발전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또한 치료제의 발전과 함께 암이 단일 질환이 아니라 다양한 유전적 특성을 지닌 질환들의 군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즉, 같은 종류의 암에서도 몇몇 유전적인 아형(subtype)이 존재한다는 것인데, 이후 이런 아형에 대한 몇몇 특이적인 치료제들이 개발되어 소위 ‘개인별 맞춤치료’라는 개념의 단서를 가지게 되었다.


본고에서는 최근 약 10여 년간 이루어진 경구 표적치료제의 발전을 개괄적으로 살펴보고, 그 의의를 고찰해보고자 한다.



대표적인 경구 표적치료제


1. 이레사(IressaTM, gefitinib) - 폐암 치료제
성장인자 수용체인 EGFR (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은 많은 암세포에서 과발현되어 있다. 이레사는 이 EGFR을 억제하는 약제로 개발되었는데, 더 구체적으로는 수용체 말단의 타이로신 키나제(tyrosine kinase)를 억제함으로써 성장신호가 증폭 전달되는 것을 차단한다. 현재까지 개발된 대부분의 경구 표적치료제는 모두 타이로신 키나제 억제제로서 흔히 ‘TKI (tyrosine kinase inhibitor)’란 이름으로 불린다.


이레사는 초기 임상시험에서 폐암의 일부(10%)에서만 반응이 있었으나, 그 반응이 빠르고 극적인 점 때문에 곧 폐암의 3차 이상의 치료제로 승인을 받았다. 그런데, 이런 좋은 반응은 폐암의 일부 하위그룹 - 선암(adenocarcinoma), 비흡연자, 여성, 동양인 - 에서 주로 관찰된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2004년에 Lynch 등이 이런 반응이 좋았던 환자들의 폐암 조직을 분석한 결과, 이들 모두에서 암세포의 EGFR 유전자 서열 중 타이로신 키나제 - 즉 이레사가 작용하는 부분 - 에 몇몇 특정 돌연변이(주로 L858R, exon 19 deletion)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반면, 이레사에 반응이 없었던 환자의 폐암 조직에서는 이런 돌연변이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이 돌연변이는 위에 언급한 특징적인 하위그룹 - 선암(adenocarcinoma), 비흡연자, 여성 - 에서 주로 발견되고, 특히 한·중·일 3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인(East Asian)의 경우는 폐선암의 35~50% 정도에서 이 돌연변이를 가진 것으로 밝혀져 10% 정도에 불과한 서구의 환자들과 뚜렷한 대조를 보여주었다. 이 사실은 폐암의 발생기전에 있어서 지역별 또는 민족별로 차이가 있음을 엿보게 해 준다.


이 EGFR의 특정 돌연변이(주로 L858R, exon 19 deletion)는 이레사 치료의 반응을 예측하는 가장 강력한 인자이다. 이후에 실시된 임상시험에 의하면, 이러한 돌연변이를 갖는 4기 폐암 환자의 경우, 기존의 항암 치료에 비해 이레사 투여는 더 높은 반응률과 더 긴 반응 지속기간, 그리고 더 적은 부작용과 더 나은 삶의 질을 가져다주었다. 만일 4기 폐암에서 EGFR의 특정 돌연변이가 확인된다면 처음부터 EGFR-TKI인 이레사를 쓰는 것이 권장된다. 또 다른 EGFR TKI인 타세바(TarcevaTM, erlotinib)도 이레사와 거의 동일한 효능과 적응증을 가지고 있으며 현재 사용이 가능하다. 이 약제들은 물론 향후 내성이 생기는 문제점이 있지만(추후 언급) 폐암의 치료에 있어 큰 전기를 가져다 준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현재는 폐선암 환자에서 EGFR 돌연변이 검사는 치료를 결정하기 위한 필수적인 검사로 권장된다.


2. 잴코리(XalkoriTM, crizotinib) - 또 하나의 폐암 치료제
ALK (anaplastic large cell lymphoma kinase)는 원래 림프종에서 발견된 성장신호 전달단백 타이로신 키나제인데, 폐암의 5~7%에서 ALK의 활성화가 발견된다. ALK 활성화는 주로 비교적 젊은 비흡연 남성의 폐선암에서 발견된다. 이 ALK ‘양성’ 폐암은 일반적인 항암 치료에 반응이 좋지 않고 예후가 불량하다고 알려져 있다. 2008년 들어 이 타이로신 키나제에 대한 억제제가 개발되었고, 곧 임상적인 성공을 거두게 된다. 1세대 ALK- TKI로 잴코리(XalkoriTM, crizotinib)가 개발되었고, ALK ‘양성’ 폐암을 대상으로 한 3상 연구에서 잴코리를 투여했을 때의 종양 반응률이 74%였고, 반응 지속기간의 중앙값이 10.9개월이었다. 또한 대조군인 항암 치료에 비해 유의하게 나은 삶의 질과 암/치료 관련 증상을 보여 주었다.


현재는 잴코리보다 더 나은 효능을 보이는 2세대 ALK-TKI 약제들도 속속 개발되어 유망한 임상시험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따라서, ALK 활성화 변이도 EGFR 돌연변이 검사와 함께 폐선암에서는 필수적인 검사로 권장되고 있다.


이외에도 몇몇 중요한 유전자 변이가 폐암에서 추가로 발견되었다(ROS1, HER-2 과발현 등). 이상의 소견으로부터 중요한 사실은 폐암이 단일 질환이 아니고 분자생물학적으로 몇 가지 하위 그룹으로 나누어질 수 있고, 어떤 하위 그룹에는 매우 효과적인 치료법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특히 비흡연자인 경우에 이러한 사실이 매우 중요하다.


3. 글리벡(GlivecTM, imatinib)
만성 백혈병의 치료제로 잘 알려진 글리벡도 TKI의 일종인데 3가지의 타이로신 키나제를 억제한다(bcr-abl, platelet-derived growth factor receptor (PDGFR), c-kit). Bcr-abl은 만성 골수성 백혈병(chronic myeloid leukemia, CML)에서 발견되는 돌연변이 단백질로서 글리벡은 이 단백질을 억제함으로써 임상적 효능을 나타낸다.


글리벡은 위장관 기질육종(gastrointestinal stromal tumor, GIST)의 치료에도 매우 효과적이다. GIST는 소화기관의 가장 흔한 육종인데, 과거에 평활근육종(leiomyoma)으로 흔히 분류되었으나 현재는 별개의 질환으로 구분되어 진단되고 있다. GIST 세포는 성장신호를 전달, 증폭하는 c-kit 세포 표면 수용체 또는 소수에서는 PDGF (platelet-derived growth factor) 수용체가 돌연변이에 의해 과활성화되어 있는 사실이 알려져 있고, 글리벡은 이 두 가지 수용체 말단의 타이로신 키나제를 억제함으로써 종양이 증식하지 못하게 하는 효과를 나타낸다.


과거에는 재발이나 전이성 GIST 환자의 경우, 수술 외에는 특별한 치료법이 없고 특히 항암 치료에 반응이 없어 2년 내에 거의 사망하였다. 글리벡의 도입 이후에 재발성, 전이성 GIST의 중앙 생존기간이 5년 정도를 보일 정도로 치료 성적이 개선되었다.


또한 고위험군 GIST는 수술 후 약 50%에서 재발하는데, 수술 후 글리벡의 투여로 재발을 줄이는 효과도 증명되었다. 현재 고위험군 GIST 환자는 수술 후 3년간 글리벡을 복용하는 것이 표준 치료로 되어 있고, 건강보험에서 급여도 인정된다.


4. 기타 TKI - 다표적(multi-target) TKIs, 혈관생성 억제제
위에 소개한 약제들의 성공 이후 많은 TKI 계열 약제들이 개발되었다. 이후의 약제들은 대부분 여러 가지의 타이로신 키나제를 동시에 억제하고 공통적으로 암의 (신생)혈관 생성을 차단하는 기전을 가지고 있다(Table 1). 앞에서 언급된 폐암이나 GIST 치료제들과 달리 그 표적이 비특이적이고 효과면에서도 앞의 약제들에는 미치지 못한다. 새로운 약제들이 계속 나오고 있으나 임상에서 비교적 많이 쓰이는 약제 3가지만을 정리하였다.



1) 수텐(SuteneTM, sunitinib)
현재 전이성 신장암의 주요 치료제이다. 또한, 췌장의 신경내분비 종양의 치료제와 GIST의 이차 약제로도 허가를 받았다. 수텐 이전에는 전이성 신장암의 치료는 수술 외에는 효과적인 방법이 없었다. 즉, 항암 치료는 거의 효과가 없었고 싸이토카인(인터페론, 인터류킨) 치료가 간혹 쓰이던 상황이었다. 수텐의 도입으로 새로운 전신적인 치료법이 생긴 것에 그 의미가 있다. 그러나 반응률은 30% 전후, 반응 지속기간은 11개월 정도로 기존의 면역 치료에 비해 약간 더 나은 정도의 효능을 보인다. 또한 치료에 따르는 독성도 문제가 된다(추후 언급).


2) 넥사바(NexavarTM, sorafenib)
역시 여러 가지의 타이로신 키나제를 동시에 억제하는 약제로서 혈관생성 억제가 주된 기전으로 생각된다. 간암의 전신 치료제로서 처음으로 허가를 받은 약제이다. 한 임상시험에서 간기능이 유지되어 있는 간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넥사바는 위약 대비 생존기간의 증가(중앙값: 10.7개월 대 7.9개월)를 보였다. 또한, 최근 방사성 요오드 불응성 갑상선암에서도 위약 대비 질병 조절 효과를 보여 치료제로서 승인을 받았다. 부작용 면에서는 다른 TKI와 비슷하거나 더 경미한 편이다.


3) 보트리엔트(VotrientTM, pazopanib)
또 하나의 다표적 TKI로서 전이성 신장암과 연부조직육종(soft tissue sarcoma)의 치료제로 승인을 받았다. 전이성 신장암의 1차 약제로서 수텐과의 비교 임상에서 비열등성(non-inferiority)을 보였고 상대적으로 적은 부작용을 보였다. 현재 수텐과 더불어 전이성 신장암의 1차 치료제로 널리 쓰이고 있다.


5. 경구 표적치료제의 부작용
초창기의 약제인 이레사나 타세바, 글리벡 같은 약제들은 비교적 부작용이 적은 편이다. 또한 전통적인 항암제의 부작용인 백혈구감소증, 탈모, 감염증 대신 피로감, 오심 등의 비특이적인 증상이 흔하며, 특징적으로 피부의 발진, 부종, 수족증후군(Fig. 1A) 등이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대부분 환자가 부작용을 잘 견디며 큰 문제는 되지 않는 편이다. 필요하면 국소 연고나 피부과의 진료가 필요할 수 있다. 다만, 간혹 심한 부작용이 있는 경우도 있어 약제의 용량을 조절하거나 약제를 중단/변경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이레사/타세바의 경우는 치료 초기에 약 1% 정도에서 치명적인 간질성 폐렴이 생길 수 있어 주의를 요한다.



반면, 초창기 이후에 개발된 수텐, 보트리엔트, 넥사바 등 여러 개의 타이로신 키나제를 동시에 억제하는 약제들은 부작용의 정도가 더 심한 편이다. 여러 표적을 동시에 억제하기 때문일 수 있고 혈관 생성 억제제의 특성일 수도 있다. 상대적으로 더 심한 수족증후군(Fig. 1B), 피부 발진, 부종, 피로감 등이 경도 또는 중등도로 나타날 수 있고 갑상선기능저하증, 고혈당, 고혈압, 단백뇨, 황달 같은 부작용에도 주의해야 한다. 특히, 수텐은 부작용이 심한 편으로 많은 경우에서 용량 감량이 필요하며 종종 약제를 중단하게 된다. 보트리엔트는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적은 편이며, 특징적인 머리카락 색깔 변화(hair color change) 부작용이 있고, 드물지만 치명적인 간독성이 있을 수 있어 주의를 요한다.


6. TKI 치료 후 내성(resistance)의 문제
이레사나 잴코리를 해당되는 돌연변이를 가진 폐암 환자에게 투여하면 대부분에서 좋은 반응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 좋은 반응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약 8~14개월(중앙값 약 1년)이 지나면 대부분의 환자에서 약제에 대한 내성을 지닌 암세포가 출현하게 되어 환자의 폐암은 다시 악화된다. 또한 GIST의 경우도 글리벡을 쓴 후 2~2.5년 정도 지나면 질병이 다시 진행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이런 약제들의 장기 투여를 통해 해당 질환의 완치 또는 영구한 억제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내성이 생기는 분자생물학적 기전들이 상당수 밝혀져 있으며 이를 극복하는 이차 약제도 연구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이차 약제를 쓰더라도 얼마 후에는 또 다시 내성이 생긴다는 사실은 여전히 문제이다.



요약 및 결론


2000년대 초반부터 도입된 소위 ‘표적치료제’와 그 직후 이루어진 주요 폐암 유전자 돌연변이의 발견은 폐암 치료의 많은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즉, 환자별 암 유전자의 특성에 맞는 효과적인 치료 전략 - 소위 ‘맞춤치료’ -의 단서를 갖게 되었다. 또한 GIST나 만성 백혈병 같은 단일한 유전자 변이를 가진 질환의 치료에도 극적인 변화가 초래되었다. 이보다는 못하지만 전이성 신장암이나 간암, 갑상선암, 육종 등 치료가 어려웠던 질환들에서도 새로운 치료법이 생겨나 치료 성적이 전반적으로 향상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치료법들은 아직 완치의 가능성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고 일정한 기간 후 내성이 생기는 문제점이 있다. 내성을 극복하는 후속 약제의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아직까지도 만족스러운 결과는 얻지 못하고 있다. 또한, 약제에 따라서는 부작용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또한, 여전히 많은 암환자들은 이런 ‘치료가 되는 하위그룹’에 포함되지 않는다. 예를 들면, 폐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흡연에 의한 폐암 환자의 경우는 아직도 효과적인 표적치료제가 없다. 위암, 대장암 등에서도 상황이 비슷하다. 향후 더 많은 환자들에서 새로운 치료 전략 개발을 위한 활발한 분자생물학적인 연구가 더욱더 진행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출처: 디아트리트 VOL. 16 NO. 3 (p6408-6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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