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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새로운 의료정책 만들 때 탁상행정에서 벗어나야

보건복지부가 ▲비도덕적 진료행위 유형 ▲달빛어린이병원 제도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등 새로운 의료정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전문가 의견을 자세히 듣지 않아 탁상행정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의료인의 비도덕적 진료행위 유형을 정하는 문제에 있어 복지부가 최근 몇 년간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행정처분한 사례를 바탕으로 낙태 등 8개 비도덕적 진료행위 유형을 정했다. 그리고 이에 대해 일괄 12개월의 자격정지 처분하는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자 탁상행정 행정편의주의라는 비난을 받은 바 있다.

결국 차관이 나서서 의료계 전문가들과 간담회를 가진 후 비도덕적 진료행위 유형을 6개항으로 줄이고, 자격정지 기간도 1개월에서 12개월까지 세분화했다.

뒤늦은 소통행정이었지만 여전히 낙태를 빼지 않아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개원가 낙태 전면금지 여부’에 대한 회원투표를 진행하기로 했다. 역설적이지만 낙태가 비도덕적 진료행위이니 산부인과단체가 나서서 낙태를 금지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강경하게 대응하는 이유는 피치 못할 낙태에 대해 법원에서 의사를 과거에 무혐의 처분하던 것과 달리 최근 들어서는 선고유예 처분을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달빛어린이병원제도도 소아과전문의들이 반대하는 제도이다.

하지만 복지부는 달빛병원을 꾸준히 늘려 왔다. 이에 최근 대한소아청소년과개원의사회에서는 기자회견을 통해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처벌을 요구하는 이유는 혈세인 세금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달빛어린이병원에 낭비한다는 것이다. 특히 소청과의 주장은 보건의료정책실장 공공보건정책관 등 관계 고위공무원들이 달빛병원을 자신의 공적으로 삼기 위해 혈세를 낭비하면서 실패한 달빛병원 수자를 늘려 간다고도 비난했다.

소청과의사회는 무조건 비난만 하지는 않았다. 대안도 제시했다. 소청과의사회를 의료법인화하여 개별 개원 소청과병·의원들을 소청과의사회 의료법인 산하에 두자는 제안이었다. 의사 근무시간과 인력 배치 등을 합리적으로 운영하여 야간과 휴일에 발생하는 어린이 건강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것이다. 

지난 18일 복지부가 개최한 포럼에서도 원격의료를 정부가 아닌 민간이 주도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이날 토론 주제는 ‘ICT 기반 보건의료기술 확산 및 실행 방안’이었지만 참석한 토론자들은 입을 모아 정부 주도로 정책이 추진되는 현 상황을 지적했다. 토론자들은 △지금까지 원격의료 도입은 너무 환자 중심으로 해서 발전하지 못했으며 의료계 입장에서 보면 환자를 뺏기는 우려가 생길 수 밖에 없다거나 △의사들이 자발적으로 원격의료 패러다임에 들어올 수 있는 방안 마련과 함께 정부는 정보 유출 정도만 관리하고 나머지는 민간에 적극적으로 맡겨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이 나왔다.

이처럼 새로운 의료정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서 의사라는 전문가집단의 의견을 존중해야 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생각해 본다.

이유는 의사들은 ▲정책 수행의 주체이면서 ▲정책을 거부할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의료와 관련된 새로운 정책이 정착되려면 이를 실행하는 주체인 의사들이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그런데 복지부는 새로운 의료정책을 수립하면서 이들 의사단체들과 심도 있는 논의를 하지 않았다.

의사단체 구성원들은 각 시도지부 각 전문과단체 등으로 구성돼있다. 변호사단체와 함께 우리나라 직능단체를 대표하는 단체이기도 하다. 그런데 복지부가 정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 국민 건강과 의료인의 권익이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지 않았다. 

결국 원격의료는 국민건강보다는 산업적 마인드로 접근한 것이며, 달빛병원은 공직자의 성과를 입증하는 도구로 수자를 늘려 가는 것이며, 낙태는 사회적 합의를 도외시한 비도덕적 진료행위 유형의 규정 이라는 비난과 저항을 받게 된 것이다.

복지부는 새로운 의료정책을 만들 때 의사단체의 전문가적 입장을 반영해야 제도가 연착륙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