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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BMI(Body Mass Index, 체질량지수)는 몸무게를 키 제곱으로 나눈 값으로, 19세기 폴랑드르(Flandre) 과학자 아돌프 께뜰레(Adolphe Quetelet)가 고안한 단순하고도 다소 구닥다리인 비만 측정 지표이다.

영국 심리치료사 수지 오바크는 이를 두고 영양과 비만 분야에서 활동하는 의료계 인사 중에는 실제 BMI를 유용한 기준으로 여기는 사람이 거의 없다면서, 심장질환이나 당뇨를 예측하는 기준이라면 BMI보다 '몸통둘레'를 중점적으로 보는 기준들이 더 정확하다고 했다.

2000년 WHO 서태평양지역회의에서는 아시아인들의 경우 BMI 25 이상에서 고혈압, 당뇨병, 고콜레스테롤혈증의 유병률이 높게 나타나는 점 등을 고려해 아시아인들의 BMI 기준을 재정의하고 BMI 25 이상을 비만으로 제시했으며, 대한비만학회는 이 기준을 바로 수용해 우리나라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2015년도 11월에 개최된 대한임상건강증진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한림대학교의과대학 가정의학교실 조정진 교수는 '한국인의 비만 기준의 문제점과 대안'을 발표하며, "국내 비만 기준인 BMI 25를 국제기준 수준인 'BMI 30'으로 상향 조정하면 사망률도 낮고, 질병 발생위험도 낮은 경도비만 그룹들이 불필요하게 체형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가능성이 줄어들게 된다. 또, 체중에 대한 사람들의 과도한 집착을 줄이고, 불필요하게 쓰이고 있는 비만치료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2월 발간된 월간 정보지 고령화리뷰 제6호 '한국인 비만지수 관련 표준 통계 개발의 의의'에서 보험연구원 김미화 연구원은 "BMI 25 이상을 비만으로 규정할 경우 우리나라는 성인 남자의 39.7%가 비만이라는 결과가 나오는데, 이는 전 세계에서 비만 정도가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인 미국의 성인 남성 비만율 35.5%보다 높은 수준이다."라면서, "한국인의 경우 BMI가 정상이거나 정상에 가깝더라도 대사증후군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이는 내장지방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결과를 토대로 볼 때 한국인은 BMI보다 '허리둘레'가 대사증후군을 더 잘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했다.

비만을 측정하는 지표는 다양하다. 지표와 관련해 타당성을 두고 이견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사실 BMI보다는 허리 · 키의 비 혹은 허리둘레가 비만 합병 질환 예측에 있어서 더 타당하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BMI가 정상이라도 허리둘레가 높으면 당뇨병이나 심혈관계질환, 대사증후군 등의 유병률이 증가한다.

또, 미국 비만 기준인 BMI 30을 적용하면 근육질의 몸을 자랑하는 조지 클루니와 러셀 크로우는 비만이 된다. 그런데 이들은 몸을 꾸준히 관리해온 연예인이지 일반인은 아니다. 비만은 과도하게 지방이 많은 상태로, 연예인, 운동선수 등을 제외한 대다수 일반인은 체중이 늘어나면 지방도 그만큼 늘어나며, 통상 허리둘레를 포함한 몸통둘레도 늘어나게 된다.

BMI는 국제적으로 가장 널리 이용되며, 질환율과 비만의 상관관계를 두고 비만을 평가하기에 가장 좋은 지표임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또, 어느 지표가 대표가 됐든 예외는 항상 존재한다. BMI만으로 부족하다면 이와 더불어 허리둘레, 체성분분석 등을 비만 참조 기준으로 사용하면 개인 건강 관리에 있어 도움이 될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발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 남성의 2명 중 1명이 비만인으로 분류된다. 이는 개인의 건강 차원에서도 문제가 되지만, 진료비 급증 원인으로도 작용한다. 공단이 발표한 '2017 비만백서'에서는 비만의 사회경제적 비용은 2015년 9조 1천억 원 이상으로 2006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으며, 이 중 비만과 관련 발생한 의료비는 2015년 5조 4천억 원으로 흡연 · 음주와 관련한 의료비의 증가 폭보다 더욱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다소 불만스럽겠지만 BMI 25 기준은, 건강한 사람을 억울하게 비만으로 몰아 다이어트 산업으로 밀어 넣는 취지가 아니라 여러 연구 논문들을 취합해 만든, 비만으로 야기되는 관련 질병 유병률을 낮추기 위해 제시된 지표이다. 새해에는 이 배려심 깊은 BMI 기준에 맞춰 체중을 감량해 진료비를 줄이고 건강도 챙겨보는 게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