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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희귀난치성질환 치료제의 ‘선급여후평가’ 제도, 정부는 열린 태도 가져야

“커억커억! 세미나가 진행되는 내내 행사장 여기저기서 아기들 가래 뽑아내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어요.”


지난 3월 14일 개최된 ‘희귀질환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에 대한 세미나’를 다녀온 제약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영유아 사망을 야기하는 가장 대표적인 유전질환인 '척수성 근위축증'은 척수와 뇌간의 운동신경세포 손상으로 근육이 점차 위축되는 신경근육계 희귀질환이다.


6개월 미만 신생아에서 증상이 나타나는 1형 척수성 근위축증의 경우에는 근육의 미발달로 자체 호흡이나 침삼킴 등이 불가해, 호흡기에 의존하거나 정기적으로 가래를 뽑아주지 않으면 질식사할 가능성이 있어 2년 내 사망할 확률이 높다.


치료제가 전무하던 이 질환에 최근 유전자치료제가 개발되어 국내에도 도입된 상태지만, 고가의 약가 탓에 대부분의 환자들은 약제를 사용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희귀질환치료제로 급여 신청서가 제출된 상태지만 통상 법적 검토기간인 150일이 소요된다. 심평원 측은 약제의 대체제 여부 혹은 질환의 위중함에 따라 중요한 약제라면 최대한 조속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3~5개월의 기간도 치사율이 높은 1형 척수성 근위축증 환자와 가족에겐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니다.


일부 의료전문가들은 암질환이나 희귀질환 치료제의 경우 혁신 신약의 개발 시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을 향상하기 위해 ‘선급여후평가’ 제도의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고가인 혁신 신약은 급여를 적용 받기 전엔 환자들의 사용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생사를 가를 수 있는 급여 평가기간은 환자나 가족에게 피를 말리는 시간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 측은 ‘선급여후평가’는 오히려 환자의 지속적인 약제 사용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어, 제도 도입이 불가하고 못박고 있다.


선급여 후 정부의 평가에 대해 제약사가 수긍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으며, 그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약제의 도입 취하 등이 오히려 환자에 더 큰 위험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치사율이 높은 희귀질환에 경우에는 제약사 측이 무료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시급한 환자를 선별하여 지원하고 있다지만, 선정되지 못한 환자나 가족들은 상대적 박탈감이란 이중의 고통을 겪게 된다.


게다가 희귀질환의 대부분이 유전질환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환자 부모의 죄책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환자의 연령이 어릴수록 보호자나 가족의 고통은 더욱 가중된다.


떄문에 희귀질환을 치료하는 의료전문가들은 환자의 치료는 물론 보호자에 대한 죄책감 덜기 등 심리적인 지원에도 노력을 기하고 있으며, 혁신적인 치료제가 개발되어 국내에 도입되면 우선 급여를 주장하는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은 유전자치료제가 개발될 것이다. 유전질환의 원인을 규명할 수 있는 유전자 정보는 점차 증가할 것이고, 따라서 희귀질환 환자의 사망률을 혁신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는 약제 또한 개발되어 국내에도 빠르게 도입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의료전문가들이 모든 치료제에서 ‘선급여후평가’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니만큼 정부는 열린 마음으로 제도 도입 혹은 그에 준하는 제도 개발에 힘써야 할 것이다.


약값을 감당할 수 없어 치료제가 존재하는데도 눈앞에서 죽어가는 자식을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현실은 더이상 지속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