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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전공의법’은 ‘합법적 과로사 허용 법’일까?

지난 21일 연속근무 후 사망한 가천대 길병원 소아청소년과 2년차 30A전공의의 사망 원인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길병원 관계자는 A전공의의 사인이 과로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우리 병원은 전공의법을 엄격하게 지키고 있다. A전공의의 지난달 노동시간 업무강도도 체크했는데 병원 파업 이전과 비교하면 환자가 그 이전보다 많지 않았다. 파업이 끝난 뒤여서 환자가 몰려 노동 강도가 셀 것으로 예상했지만, 확인 결과 환자도 줄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한전공의협의회 측은 A전공의의 과로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의료 최전선에서 밤샘 당직과 응급환자 중환자 진료를 감당하는 것이 대한민국 전공의의 현실이다. 전공의법 시행에도 대다수 병원에서 수련시간이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다. 병원 교육수련부에서 파악하는 근무 실태와 실제 전공의 근무시간에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양측 주장은 앞으로 A전공의 부검 결과와 경찰 수사 등으로 누구의 주장이 옳은지 가려질 것이다.

 

이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그나마 개선됐다는 전공의법의 수련시간이 일반인의 근로시간에 비해 과하다는 점이다. 전공의가 젊다고 하지만 슈퍼맨은 아니다. 그렇다고 특별법 성격인 전공의법이 약자인 전공의를 탄압해서 혹독한 수련을 시키기 위한 법도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일반인의 근로시간보다 터무니없이 길다.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약칭 전공의법)은 지난 20151222일 제정됐고, 20171223일부터 시행됐다.

 

전공의법에서는 수련시간과 관련, 수련병원 등의 장은 전공의에게 4주의 기간을 평균하여 1주일에 80시간을 초과하여 수련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교육적 목적을 위해 1주일에 8시간 연장이 가능하다. 수련병원 등의 장은 전공의에게 연속하여 36시간을 초과하게 수련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응급상황이 발생한 경우에는 연속하여 40시간까지 수련하도록 할 수 있다. 수련병원 등의 장은 전공의에게 대통령이 정하는 연속수련 후 최소 10시간의 휴식시간을 주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을 보면 1주 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1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근로시간을 산정함에 있어 작업을 위하여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시간 등은 근로시간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공의법과 근로기준법을 비교해 보면 전공의는 180시간을 초과하여 수련하게 하여서는 아니 되는 데 비해 근로자는 140시간을 초과하여 근로할 수 없다고 돼있다. 전공의가 근로자보다 1주에 2배 넘는 시간을 근무하는 셈이다.

 

연속수련시간과 연속근로시간도 보면 전공의법은 36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하고 있지만 근로기준법은 1일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돼있다.

 

지난 1일 연속근무 35시간 끝에 사망한 A전공의는 길병원 주장대로라면 연속근무 36시간을 초과하지 않았다. A전공의는 표면적으로는 지난 131일 오전 7시부터 21일 오전 6시까지 35시간 연속근무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공의법에 의한 전공의의 수련시간이 근로기준법에 의한 근로자의 근로 시간의 2배가 넘지만 전공의법을 지키면 면책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전공의법합법적 과로사 허용 법이라고 해도 큰 무리는 아닌 듯하다.

 

차제에 1주 수련시간과 연속수련시간을 더 단축하는 방향으로 전공의법을 재개정할 필요가 있겠다. 현행 전공의법은 지난 20153월에 마련됐던 초안에서 후퇴한 것을 보아도 재개정이 필요하다.

 

지난 2015년 초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해 마련돼 그해 312일 국회 입법공청회에서 발표된 전공의법 초안은 위 제정법보다 수련시간이 적었었다. 초안을 보면 1주 수련시간은 64시간이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1주 수련시간이 40시간을 넘지 않도록 하고, 교육 목적으로 24시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해서 64시간이었다.

 

초안 수준으로 전공의 수련시간을 단축하는 전공의법 개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면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는 의료 최전선에서 밤샘 당직과 응급환자 중환자 진료를 누가 감당 하느냐 일 것이다. 이는 임상의사와 입원전담전문의를 확충하는 등으로 해결해 나가야 하는 사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