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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산부인과, 현 분만수가 병원유지 어려워…수가·병상 정비해야”

대한산부인과학회 박중신 이사장

보건복지부가 8월 12일 필수의료 분야별 연속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간담회는 최근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 중인 간호사가 출근 이후 두통을 호소하고 원내로 입원했으나, 병원 내에서 수술을 받지 못하고 다른 병원으로 전원됐다가 수술 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중증소아 ▲산부인과 ▲중환자 ▲감염 분야 등 주요 필수의료 분야별로 의료현장 점검 및 지원이 필요한 사항 등을 검토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개최된 간담회에는 대한산부인과학회가 참석해 복지부와 분만을 비롯한 산부인과 의료현장 지원·개선 등에 대해 논의했다. 실효성 있는 의견 도출 여부 등을 알아보고자 박중신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Q. 지난 8월 12일 필수의료 분야별 연속간담회에서 주로 어떤 내용들이 논의됐나?

A. 새로운 것은 없었다. 똑같은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우리 학회 측이 건의하는 형태의 논의가 되풀이됐을 뿐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이번에는 아산병원의 간호사 사망 사고도 있었기 때문에 좀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해결 의지도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Q. 간담회에서 복지부에 건의한 방안 중 가장 필요하고 도입이 시급하다고 생각하는 방안으로 무엇이 있나?

A. 분만 건수가 줄어들고 있는 현 상황을 고려해 수가를 최소 2배 이상으로 보정할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분만 특성상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24시간 간호사와 의사 등의 분만 인력과 장비, 시설 등이 항상 대기 및 개방돼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상은 월 분만 건수가 100건인 병원과 10건인 병원 모두 유지 비용은 똑같이 드는 반면, 분만 시행 건수는 차이가 나 분만 건수가 100건인 병원은 현행 분만 수가로 유지가 가능하다면 분만 건수가 10건인 병원은 병원 유지비 조차 따라갈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경제적인 논리로 따진다면 분만 건수가 월 10건인 의료기관은 문을 닫아야만 하는데, 그러면 분만취약지 등의 산부인과는 모두 폐업해야 함을 의미한다. 분만취약지를 중심으로 수도권 외 지방에서 사는 국민들은 인근에 분만할 의료기관이 모두 없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대학·대형병원과 거점병원 빼고는 산부인과가 없어 출산과 산부인과 진료를 받기 위해 도시로 이동해야만 하는 현실이 펼쳐진다는 것을 과연 우리는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와 같은 상황을 막으려면 현행 분만 관련 수가 등을 최소 응급실 진료에 준하는 수가로 조정해야 한다.


Q. 수가 현실화 외 시급한 방안은 또 있는지, 있다면 어떤 부분의 개선 등이 필요한지 등을 말해 달라.

A. 병상 기준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다. 지금 의료기관은 다인실 비중이 50% 이상을 넘겨야 한다. 물론, 경제적으로 어려워 1~2인실 비용을 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고려한다면 다인실은 꼭 필요하나, 분만을 중심으로 진료 등이 이뤄지는 산부인과의 경우 다인실 비중 50% 이상은 과한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결정적으로 옛날과 달리 평생 아기를 1명당 1~2명 출산하는 것이 대다수이며, 신생아 수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고, 무엇보다 환자들이 ‘프라이버시’ 등을 이유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방을 쓰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특히 개원가 입장에서 볼 때에 ‘다인실’은 계륵이라 할 수 있는데, 규정상 다인실 비중을 50% 이상으로 해놔야 하지만, 실제로 환자들은 대다수가 1인실을 선호해 다인실을 창고로 사용하거나 환자 1명만 입원시키는 형태로 진료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환자들을 최대한 많이 받게 하려는 규제 목적은 이해하나 환자들이 선호하는 니즈에 맞춰 병실 비율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Q. 이외에도 필수의료 중 하나인 산부인과 진료환경 개선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이 드는 방안 등이 있다면?

A.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 ‘의료분쟁조정법’이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개선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분만 관련 의료사고는 기본적으로 타 의료사고와 달리 태아와 산모 모두 고려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 배상 액수가 큰 편이다. 보통 억 단위의 배상액이 나오는데, 불가항력 의료사고에도 의사가 30%를 보상하는 것은 매우 불합리한 처사라 할 수 있다.

과실이 있으면 배상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과실이 없으면서도 30%를 배상하라는 것은 자동차 사고 발생 시 무조건 쌍방과실이라면서 피해자에게도 30% 배상을 요구하는 것과 같은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불가항력 의료사고 발생 시 피해자(환자)에게 지급하는 보상 액수가 적어 합의 등으로 끝낼 수 있는 일을 소송으로 가도록 만들고 있는 환경도 고칠 필요가 있다. 

현행 법에 따르면 불가항력 의료사고 관련 보상 액수로 최대 3000만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소송에서는 승소 시 환자가 이보다 더 많은 금액을 배상받을 수 있어 기껏 무분별한 소송을 최소화하기 위해 마련한 ‘의료분쟁조정법’은 사문화돼 전혀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료분쟁조정법’을 개정해 불가항력 의료사고 부문을 현실화해 의사들이 진료에만 전념할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Q. 그 밖에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A. 필수의료가 살아나려면 어떤 사람들은 의사 수를 늘려야 된다고 하는데, 의사 수를 늘리는 것보다 실제로 필수의료과를 원해서 지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취업난·구인난과 똑같다. 현재 많은 청년들이 취업 시 전공과 관련된 직종에 취업하는 사람은 많지 않으며, 기업들은 구직자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구인난’을 겪고 있다. 

그 이유는 기업들이 제시하는 근로 조건·환경 중 취업생·구직자들을 만족시키는 양질의 일자리가 없기 때문에 ‘취업난’이 생기는 것이고, 사람들이 근로 조건·환경이 좋은 것으로 가려고 하니까 이를 맞추지 못하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구인난’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보건의료계도 마찬가지다. 우리 서울대학교병원도 직원을 뽑을 일이 있어 직원 모집 공고를 냈는데, 공고에 지원한 지원자 수가 많지 않는 실정이다.

아울러 최근 사회 분위기가 자꾸 의사 공급을 늘리면 늘어나는 공급에 의해 밀려나는 보건의료인력들이 근무환경이 열악하더라도 빈 자리를 찾아 취직해 근무하겠거니 생각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나 그러한 발상은 최저시급도 안되거나 근무환경이 열악해 타 직종으로 진로를 변경하거나 백수되는 것을 선택하는 사람들만 늘릴 뿐이므로 근무환경 개선 문제 등부터 해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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