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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의료기기 임상부터 인허가·상용화까지…“어려운 점 맡겨 주세요”

단국대학교병원 혁신광의료기기 실증지원센터 모지훈 부센터장

국내 의료기기 산업 성장에 따라 시장이 넓어지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개발·출시하려는 기업이 늘어났다. 하지만 해외 시장은커녕 국내 시장 진입부터 어려운 것이 현실. 제품 기획부터 비임상/임상시험, 인허가, 사용적합성 평가 등 회사 혼자 짊어지기에 복잡한 단계도 많고 상용화도 쉽지 않다.

이에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혁신성이 높은 의료기기의 신속한 상용화를 지원하고자 병원 내 인프라를 활용해 혁신적인 의료기기 연구개발 생태계를 마련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혁신의료기기 실증지원센터’를 선정했다. 단국대학교병원 혁신광의료기기 실증지원센터도 그중 하나로, 국산 의료기기의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국산 의료기기가 활성화되려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또 국내 및 해외 시장에 무사히 진출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모지훈 부센터장(단국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에게 조언을 구해봤다.


Q. 간단한 인사와 혁신광의료기기 실증지원센터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저는 단국대학교병원 혁신의료기기 실증지원센터 부센터장 모지훈이라고 합니다. 혁신의료기기 실증지원센터는 의료기기 산업의 발전을 위해 보건복지부 산하 보건산업진흥원에서 선정하는 기관으로, 의료기기의 인허가와 원활한 상용화를 도와주는 병원 내 기관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Q. 센터 개소 배경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A. 2001년부터 저희 단국대병원에서 광의료기기, 레이저 의료기기에 관심을 갖고 기초 실험을 쭉 해왔습니다. 그러다 2015년에 보건복지부 과제로 저희가 ‘레이저 의료기기 중개임상시험센터’로 선정되면서 의료기기 인허가 과정을 전주기에 걸쳐 도움을 주게 됐습니다. 그 이후 후속 사업으로 2020년에 ‘혁신의료기기 실증지원센터’로 발전해 지금까지 이어져 왔습니다.

Q. 시장 진입 단계부터 어려움을 겪는 중소 의료기기 회사들이 많습니다. 주로 어느 부분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나요?

A. 의사를 만나는 것부터 어려워 합니다. 컨택 포인트가 있으면 쉽게 접근할 수 있지만, 그 분야의 어떤 의사를 만나야 이후 과정이 원활히 진행될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해당 의료기기 분야에 관심이 있고 열심히 하는 의사를 만나야 임상시험도 잘 진행할 수 있습니다.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허가를 쉽게 받거나 못 받을 수도 있고, 비용 또한 달라질 수 있으므로 센터에서 적절한 의사를 매칭해주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Q. 센터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설명해주세요.

A. 전주기에 걸쳐 병원에서 해 줄 수 있는 여러 가지, 예를 들어 임상시험이나 비임상시험, 사용적합성, 인허가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저희 단국대병원은 주로 광의료기기와 레이저 의료기기 쪽에 특화돼 그 분야의 회사들과 많이 협력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특히 센터에서는 레이저 광의료기기의 효용성을 보는 전임상을 많이 해왔습니다. 

필요하다면 의료기기 회사와 CRO(임상시험수탁기관) 업체를 연결해주기도 합니다. 회사에서 저희에게 연결 요청이 오거나, 자문을 구하면 각 분야에 맞는 담당 교수님과 먼저 매칭해 줍니다. 이후 회의를 통해 회사에서 필요한 사항이 무엇인지 파악해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경험이 많은 회사들은 무엇이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요구하지만, 영세한 회사는 그런 개념이 없는 경우가 많아 예산과 플랜에 대해 조언해 주기도 합니다.

자문 인력의 경우 저희 병원 내 광의료기기나 레이저 의료기기에 관심이 있는 교수님들로 꾸려진 자문단이 있습니다. 저희 센터에서는 주로 피부과, 성형외과 분야에서 협조를 많이 구하고 있고, 요즘에는 안과 분야에서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회사에서 제품을 만들면 저희가 잘 되는지, 안 되는지 실질적인 임상 데이터를 만들어 제공합니다.

이외에도 허가를 받거나 임상시험을 할 때 식약처와 많이 접촉해야 하는데, 그 과정을 빨리 처리할 수 있는 노하우를 제공하는 등 다방면으로 도와주고 있습니다.

Q. 유럽·미국 등 국제 규격이 강화되면서 해외 인증과 수출이 어려워졌습니다. 앞으로 국내 의료기기 회사들이 어떤 부분을 신경 써서 준비해야 할지 조언해 주시자면?

A. 지난 2017년 유럽 의료기기 관리제도가 MDD(Medical Device Directive, 지침)에서 MDR(Medical Device Regulation, 규정)로 강화됐는데, 필수적으로 임상시험을 해야 하고 허가받은 이후에도 안전성, 부작용 여부 등을 보고하며 사후 검증을 받아야 합니다. 회사에서 출시된 제품을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주기적으로 받으면서 계속 유지해야 하는데, 다 인력과 비용이 드는 과정이라 굉장히 까다로워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국내 회사들의 경우 강화된 기준에 맞춰 외국에서 임상시험을 하려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비용에 부담 될 수 있습니다. 이제까지 CE 인증을 많이 받다가 MDR로 강화된 후 바뀐 프로토콜로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경우가 줄어든 것을 보면 회사에서도 답답한 상황인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럴수록 먼저 MDR 규격을 이해함으로써 놓칠 수 있는 문제를 사전에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회사와 관련 기관이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며 함께 MDR 인증에 대응할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 산하에 의료기기 관련 기관들이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혁신의료기기 실증지원센터도 저희를 포함해 국내에 총 다섯 곳이 있으니 센터나 복지부 산하 기관, 기타 CRO 업체와 접촉하면 많은 정보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나하나씩 풀어가는 과정이 필요할 테니 문턱이 높다고 어려워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Q. 해외 인증과 수출 관련해서 센터에서는 어떤 부분을 도와줄 수 있나요?

A. 저희가 국제의료기기 임상시험 실시기관 인증(ISO14155)을 획득해, MDR에 맞는 임상시험을 직접 실시할 수 있습니다. 저희 국제의료기기임상시험센터에서 실시한 임상시험을 유럽에서도 인정해 준다는 뜻입니다. 국내 임상시험으로 국제 인증도 받을 수 있으니 임상시험 기간 단축과 비용 절감 측면에서 도움이 됩니다. 


Q. 센터 지원으로 좋은 성과를 낸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A. 저희가 레이저중개임상시험센터를 시작한 후 처음으로 도움을 준 회사가 레이저 란셋(LANCET)을 만든 회사입니다. 혈당 측정 시 바늘 대신 레이저로 미세한 홀을 만들어 소량의 혈액을 채취하는 레이저 채혈기를 임상시험 했는데, 운이 좋게 바로 허가를 받았습니다. 그 회사가 처음 시작할 땐 아주 작은 스타트업이었는데, 지금은 제품군을 늘리며 꽤 많이 커졌고 투자도 받아 상장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미용 분야에서는 최근 원텍의 ‘올리지오’라는 장비의 비임상과 CE 인증 등을 도왔는데, 지난해 매출이 많이 났다고 들었습니다. 원텍의 경우 사용적합성뿐만 아니라 전임상시험, 인허가 등으로 많이 협력하고 있고, 국책 과제와 연구도 같이 하며 상생하고 있습니다. 가끔 광고에서 저희가 지원한 제품을 보기도 하는데, 저희 센터를 거쳐 간 제품이 잘 팔리고, 또 회사도 잘 풀리는 걸 보면 괜히 뿌듯합니다. 

이외에도 저희 센터가 오래된 만큼 허가 품목도 많고 CE, FDA 등 해외 인증 케이스도 꽤 많습니다. 다방면으로 도와주며 회사들과의 관계도 잘 유지하고 있습니다.

Q. 반대로 센터에서 지원을 했지만 성과가 크게 나지 못한 경우도 있을까요?

A. 임상시험의 경우 성공 케이스보다 성공하지 못한 케이스가 더 많습니다. 임상시험 3건 중 1건꼴로 허가받고, 2건 정도는 허가받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임상시험을 하는 이유는 유효성을 증명하기 위함인데,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시행착오만 겪은 경우도 있습니다.

Q. 국산 의료기기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여러 제도와 법이 마련되고 있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만약 부족하다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어떤 부분이 더 필요할지 말씀해주세요.

A. 코로나 시기를 지나면서 의료기기 산업이 많이 발전하고 시장도 커졌지만, 아직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미용의료나 통증 치료, 결석 치료 등의 분야에서는 국산 제품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외의 분야에서는 대부분 수입 제품을 쓰고 있습니다.

그래도 요즘에는 정부와 병원에서 수입 제품 대신 국산 제품을 많이 사용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국산 제품들이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선두 회사를 빠르게 쫓아가는 전략)가 될 수밖에 없지만, 어느 정도 기술 경쟁력이 갖춰지면 이후로는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먼저 국산 제품에 대한 낮은 신뢰도를 회복하는 것부터 시작해 계속 지원이 들어가야 합니다. 그래도 요즘에는 조금씩 국산 제품을 인정하는 분위기지만, 아직 신용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회사가 몇 년 안에 사라지지 않고, 몇십 년 뒤에도 A/S를 해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신뢰가 있으면 제품을 구입하기 쉬워집니다. 의료기기는 10년 이상 사용할 것을 염두하고 사기 때문에 영세한 회사일수록 신뢰를 쌓기에 어려운 점이 많기는 하지만 중요한 과정입니다.


Q. 자국 의료기기를 일정 비율 이상 의무적으로 사용하게 하는 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그런 식으로 추진해야 국산 의료기기가 발전할 수가 있으니 도입해도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법으로 강제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는 등 잘 활용하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해서라도 국산 의료기기가 더 많이 사용되는 날이 오기를 희망합니다.

Q. 마지막으로 국내 의료기기 회사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A. 전국에 여러 의료기기 지원센터가 있고, 또 보건복지부 산하나 중소벤처기업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의료기기 관련 단체들이 많이 있으니 도움이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접근하시길 바랍니다. 앞으로 국산 의료기기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회사 차원에서도 다각적으로 노력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