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정신과 환자들
정신과 환자의 증상은 미묘하고 신기하다. 필자의 군의관 시절, 한 사병이 군대 훈련 중 갑자기 정신을 잃고 야전병원으로 실려 왔다. 그런데 여러 가지 통증 자극이나 어떠한 자극에도 반응이 없어, 현장에 있던 다수의 군의관들은 환자의 뇌에 이상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응급 헬기로 수송해 환자를 통합병원으로 보내자 했다. 정신과 군의관인 필자가 보기엔 환자의 눈꺼풀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필자는 다른 군의관들에게 후송하기 전에 정신과적 진찰을 하겠노라며 잠시 자리를 비켜주기를 청했다. 둘만 남은 상황에서 필자는 아무런 반응이 없던 환자의 귀에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네가 힘든 상황에 있는 거 다 이해해. 근데 지금 다른 군의관들이 네가 어떤 자극에도 감각반응이 없어서 뇌기능에 이상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 이대로 통합병원 가서 뇌수술을 받으면 너 수술 후유증으로 평생 고생할 수 있어. 지금 일어나 앉으면 야전병원에서 네가 원하는 대로 얼마든지 쉬게 해줄게!” 필자의 속삭임 후 환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고, 다행이 후송되지 않고 정신과에 입원하게 됐다. 그런데 입원 후 말을 못하는 증상이 생긴 것이다. 꼭 ‘꾀병’ 같았다. 어떤 치료도 효과가 없었다. 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