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전문병원 미즈메디병원이 올해 심사평가원이 실시한 유방암 적정성 평가에서 1등급을 받아 의료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전국 185개 병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평가에서 총 80개 기관이 1등급에 랭크됐는데, 미즈메디병원을 제외하곤 대부분 상급종합병원이거나 대학병원, 아니면 수십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지역거점 국공립병원들이다.
개원 14년의 길지 않은 역사를 가진 서울 변두리 지역의 중소병원이 당당히 전국 유수의 대학병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노하우는 무엇일까?
윤민영 메즈메디병원(강서) 유방암센터장(사진, 외과 과장)을 최근 그의 진료실에서 만나 그 비결에 대해 들어봤다.
“지난 2000년 개원 이후 지난 14년 동안 어지간한 대학병원보다 많은 유방암환자를 치료하며 더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했습니다. 이번 결과는 이런 노력에 따른 성과라고 생각해요.”
그는 전국의 중소병원 중 미즈메디병원이 거의 유일하게 심평원 2차 유방암 적정성 평가에서 1등급을 받은 배경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실제로 국내 최대의 여성전문 의료진을 자랑하는 미즈메디병원은 개원할 때부터 유방암 진단 및 치료를 위해 외과, 마취통증의학과, 병리과, 소아청소년과 등의 다학제진료체제와 환자 내원시 진단에서 치료까지 한번에 가능케하는 ‘원스톱서비스’를 구축하고 실행에 옮겼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에 와서야 일부 대학병원들이 시도하고 있는 다학제진료와 원스톱서비스 등의 개념을 미즈메디병원은 이미 14년 전부터 구상하고 실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동네병원이라는 장점으로 대학병원이 할 수 없는 서비스도 가능하다. ‘가족 주치의’와 같은 개념으로 환자 개개인에게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가 개인별 특성을 파악하고 맞춤형 치료관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유방암 환자차트만 보더라도 다른 병원에서는 볼 수 없는 미즈메디병원만의 고유한 차별성이 있다.
윤민영 센터장은 미즈메디병원 유방암 환자차트에 대해 “크게 환자관리와 결과관리로 나뉜다”고 설명했다.
환자의 초경시기, 월경주기, 결혼여부, 가족력 등 개인사항은 물론 환자가 지금까지 병원에서 무슨 검사를 받아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세심한 추적관리가 가능케 한 것.
그는 “환자들이 우리병원을 방문하면 의무적으로 문진표를 자세하게 작성하게 해 이를 데이터베이스화했다”면서 “14년 전 종이차트 시절부터 이렇게 환자의 개인사항을 세세하게 기록해 관리하는 병원은 미즈메디가 유일할 것”이라고 밝혔다.
어느 질병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유방암 치료에 있어 개인력은 특히 중요하다. 이 때문에 메즈메디병원은 환자와 더 긴밀히 접촉할 수 있는 지역병원이라는 장점을 잘 살려 환자에 대해 세심한 추적관리가 용이할 수 있도록 고유한 체계를 갖춰놓은 것이다.
사실 미즈메디병원은 심평원이 지난해 실시한 1차 유방암 적정성 평가에서는 2등급을 받았다. 그런데 윤민영 센터장은 이에 대해 할 말이 많은 듯 보였다.
“당시 모든 항목에서 만점을 받았는데 유일하게 전문의 인력구성에서 점수가 모자라 2등급을 받았어요. 치료방사선사 자격이 있는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지난 2000년 개원 때부터 근무하고 있었는데 마침 2012년에만 개인적 사정으로 부재중이어서 그게 평가에 반영된 거죠.”
윤 센터장은 “다른 건 다 만점인데 단지 그 항목 때문에 2등급을 받았다고 하니까 많이 속상했다”고 당시 억울했던 심정을 솔직히 전했다.
더 나아가 이로 인해 심평원 적정성 평가 자체에 의문이 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적정성 평가항목이 지나치게 구조적인 것에만 치중해 본질을 흐리는 면이 있지 않은가’라는 의문을 품게됐다는 것.
윤민영 센터장은 “유방암 치료에 있어 치료방사선 개념이 매우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모든 병원이 다 갖춰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이를 모든 병원에 일률적으로 강제한다면 평가기준이 지나치게 경직되고 대형병원에만 유리하게 맞춰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심평원 유방암 적정성 평가는 한해 동안 10건 이상의 유방암 수술을 한 전국의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기준에 부합하는 모든 병원을 줄을 세우면서까지 의료의 질을 객관화시키려는 것은 날로 심각해져만 가는 대형병원 쏠림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도 있는데 이런 식의 평가기준이라면 정부가 오히려 대형병원 쏠림을 부채질하는 것이나 다름없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유방암 적정성 평가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다른 질환에도 해당되는 이야기일 것이다.
대형병원에 비해 인력이나 시설 면에서 아무래도 부족할 수밖에 없는 중소병원 현실. 윤민영 센터장은 이번 심평원 적정성 평가를 위해 필요한 입력작업도 자신이 직접 했다고 말했다. 아무리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이라지만 그가 이토록 애착을 보이는 이유도 짐작이 간다.
윤민영 센터장은 “미즈메디병원이 중소병원으로서 2년전 JCI(국제의료평가위원회) 인증을 받는 과정은 물론 보건복지부로부터 전문병원 인증 획득 과정도 결코 쉽지 않았지만 결국 해냈다”면서 “병원직원들 모두에게 정도관리나 질관리가 완전히 생활화되어있다”고 자부심을 나타냈다.
끝으로 그는 “아직 우리나라에 유방암전문병원이 없는데, 미즈메디가 공유하는 ‘환자중심’ 철학을 바탕으로 앞으로 우리 병원이 최초의 유방암전문병원으로 자리매김해 환자들에게 더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