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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갑상선암 로봇수술, 미용효과 높아요”

중앙대병원 로봇수술 500례 주역 강경호 교수


“갑상선암 로봇수술에 대한 여러 의견이 분분하지만 수술 후 흉터가 거의 남지 않아 삶의 질 측면에서 우수하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중앙대학교병원이 다빈치Si 도입 만 3년 10개월 만에 로봇수술 500례를 돌파해 주목받고 있다. 앞서 로봇수술 장비를 도입한 병원들의 실적이 100례 이하인 것과 비교해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단 기간 동안 높은 성과를 이뤘다는 평가다.

중앙대병원 로봇수술 500례의 주역 강경호 교수를 최근 만나 단기간 성과를 이룰 수 있었던 노하우에 대해 들어봤다. 강 교수는 중앙대병원 로봇수술 500례 중 340례에 이르는 갑상선암 수술을 시술했다.

그는 갑상선암 로봇수술의 장점에 대해 무엇보다 수술 후 흉터가 남지 않아 미용적인 면에서 효과가 탁월하다고 강조했다.

“전통적 방식의 경부 절제술을 하면 목 앞쪽에 가로 5~6cm 내외의 상처가 남지만 로봇수술은 겨드랑이 가슴 부위의 미세한 절개를 통해 갑상선에 접근하기 때문에 목에 흉터가 남지 않습니다.”

강경호 교수에 따르면 갑상선암 로봇수술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나뉘는데, 첫 번째는 겨드랑이 부위를 5~7cm 정도 절개한 후 견인기(절개 부위를 넓게 벌려주는 기구)를 사용해 로봇장비를 목 앞쪽 갑상선까지 접근시키는 방식.

두 번째는 양쪽 겨드랑이 및 가슴의 유륜(유두 주위의 둥글고 흑갈색인 부위) 부위를 1cm정도 절개해 이산화탄소를 주입한 후 피부 아래 터널을 만들어 갑상선까지 들어가는 방식이다.

중앙대병원 갑상선센터가 시행하는 수술은 바로 두 번째 방식으로 강경호 교수는 “보이지 않는 부위에 매우 작은 흉터만 남아 미용적으로 가장 우수하고 팔의 움직임 제한 등의 후유증이 없다”고 설명했다.

림프절에 전이된 갑상선암도 로봇으로 수술하는 강 교수만의 노하우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 경우 대체적으로 로봇수술을 하지 않지만 우리 수술팀은 수많은 트레이닝을 통해 환자의 자세와 로봇장비의 팔 결합 각도를 조정해 독자적인 방식의 수술법을 모색했다”고 말했다.

이 덕분에 암이 외측 림프절까지 전이되어 광범위한 임프절 절제가 필요한 경우에도 미세한 구멍 4개를 뚫어 흉터를 남기지 않는 로봇수술 기법을 사용하는 쾌거를 이룬 것.

강경호 교수는 “다른 병원에서는 로봇수술을 하지 않는 ‘외측 림프절 전이를 동반한 갑상선암’ 환자 총 13명에게 모두 합병증이나 부작용 없이 성공적인 로봇수술을 시행해 해외학회에서 치료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런 환자들의 경우 경부 절제술로 수술하면 외측으로 절개가 매우 길기 때문에 로봇 수술의 장점이 극대화된다는 설명이다.



지금은 갑상선암 로봇수술 분야에서 대내외적으로 탁월한 성과를 인정받는 강 교수이지만 그도 갑상선암 로봇수술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고 고민하던 초기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특별한 계기를 통해 지금의 그가 만들어졌다.

“몇년전 제 친구의 부인이 저에게 갑상선암 환자로 왔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로봇수술에 대한 확신이 없어 해야 할 지 고민하던 중이었습니다. 하지만 환자가 저의 설명을 충분히 듣고 믿어줘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어요. 그 후부터 자신감을 갖고 수술 영역을 조금씩 확장해나갔죠.”

강경호 교수는 “로봇수술을 처음 시작할 당시에는 초기 암 단계에서 많이 시술했지만 이후 7~8년 정도 지속하면서 점점 자신감이 생기고 적응증도 넓어져 이제 암의 크기가 제법 크고 주변을 침범하며 림프절 전이가 된 케이스에서도 로봇수술을 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고 말했다.

특히 “림프절 전이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진 경우에도 적응증을 적극적으로 넓히는 수술을 최초로 시행해 지금은 이 성과를 인정한 다른 병원 의사들의 초청을 받고 원정을 나가 수술을 도와주기도 한다”고 은근한 자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강경호 교수가 짧은 시간 동안 탁월한 성과를 낸 것은 중앙대병원이 지난 2009년부터 갑상선센터를 척추센터, 심장혈관센터, 소화기센터와 함께 특성화센터로 지정․육성해온 이유도 매우 크다.

중앙대병원 갑상선센터는 지난 2009년 갑상선 분야 명의로 알려진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조보연 교수를 센터장으로 영입해 본격 출범했다. 이후 조 교수를 중심으로 여러 진료과의 의료진이 협진시스템을 갖추고 환자를 위한 ‘원스톱서비스’를 제공해 환자들에게 큰 호응을 받았다. 당시 대부분의 대형병원이 갑상선검사에서 암진단, 수술까지 최소 2개월에서 최대 6개월 이상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중앙대병원 갑상선센터는 이 기간을 1~2주로 줄인 것이다.

특히 ‘젊은 우수 의료진’ 영입 및 발굴에 큰 공을 들였는데,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병원 외과에서 전공의 과정을 마친 후 당시 한림대병원 갑상선외과에서 교수로 재직하던 강경호 교수도 이때 중앙대병원 갑상선센터에 새롭게 합류했다.

지난해 의료계를 강타한 ‘갑상선암 조기과잉진단 논란’에 대해 강경호 교수는 갑상선외과전문의로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그는 “솔직히 갑상선암을 치료하는 의사로서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며 “열심히 환자를 위해 가이드라인대로 치료하고 있었는데 마치 의사의 이익을 위해 환자를 희생시키는 것처럼 매도당해 억울한 마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통해 환자입장을 좀 더 이해하고, 환자에게 조금이라도 더 유리한 방법이 없는지를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갑상선암을 치료하는 의사라면 누구나 환자를 위한 최선의 치료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일 것입니다. 수술 이외에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이 역시 포함되겠죠. 앞으로 이 부분도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싶어요. 그런 면에서 ‘갑상선암 조기과잉진단 논란’은 결국 제 자신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중앙대병원은 로봇수술 500례 달성을 기념해 지난 2월 5일 오후 4시 병원 중앙관 4층 강의실에서 ‘2015 다빈치 로봇 수술 500례 달성 기념 심포지움’을 개최했다.

국내 대학병원에서 로봇수술을 선도하고 있는 외부 초청 연자들이 분야별 로봇수술 경험과 새로운 접근법 등에 대해 발표한 이날 행사에서 강경호 교수는 ‘중앙대병원 로봇수술 현황’에 대해 발표해 큰 호응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