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 약품을 처방해주는 대가로 의사에게 제공되는 ‘제약회사 리베이트’는 어디까지 합당할까.
대한의사협회 중앙윤리위원회는 이에 대해 윤리적 측면에서는 의사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바람직하지 않지만, 법적으로는 여러 판례들에 비춰볼 때 사안에 따라 달라 논의가 필요하다는 해석을 내려 주목된다.
위원회는 ‘개원의를 위한 의료윤리사례집’을 통해 신제품에 대한 처방을 요청하고 관련학회 부부동반 초청, 골프접대, 투어스케줄 등 경비와 함께 백화점 상품권을 제공한 사례를 소개했다.
사례에 따르면, 내과의원 P원장에게 제약회사 영업부장 K씨가 찾아와 그동안 처방해온 고지질혈증, 심장병 환자의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는 M정을 대신하는 신제품 T정을 소개하고, T정을 처방해 주면 T정의 약효를 주로 다루는 학회에 P원장을 부부동반으로 초대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신제품 T정은 M정과 약효 차이가 크게 나지 않지만 가격이 30%정도 비싸고 부작용이 조금 덜했다.
P원장은 계속 M정을 처방하는 것이 낫겠다고 했으나 K부장은 여러 면에서 좋은 조건으로 해 줄 수 있는데다, 학회 공식일정이 끝나면 골프와 투어 스케줄이 별도로 마련돼 있고 항공권을 제외한 경비는 모두 제약사가 부담한다며 T정에 대한 다른 부작용이 있는지 여부를 검토해 달라고 부탁하고 30만원짜리 백화점 상품권을 놓고 돌아갔다.
이에 대해 윤리위는 판례를 근거로 “부당금품수수행위에 있어서의 부당성은 단순히 ‘의료인으로서의 일반적 의무나 그 직무상의 의무에 반하는 것’을 의미하거나 그러한 경우에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직무의 공공성, 신뢰성을 본질적·실질적으로 배반하거나 훼손하는 것’을 의미하거나 그러한 경우에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한 윤리위에 따르면, 판례에서는 당해 의료인의 구체적인 직무, 그 직무와 금품 제공자의 연관성의 정도, 금품의 액수, 금품이 수수된 경위, 다른 품위손상행위와의 비교평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회통념에 비춰 판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사례에 대해 법원은 제약회사로부터 골프접대를 받은 의사에게 면허정지 1개월을 처분한 것은 지나친 것이라며 취소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즉, 의료법 제53조의 품위손상이 되는 금품수수는 모든 금품수수가 다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직무의 공공성을 실질적으로 훼손해야 하며 그 판단은 사안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행 의료법은 제53조 제1항 제1호에서 ‘의료인으로서 심히 그 품위를 손상시키는 행위를 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의사면허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특히 그 범위는 대통령령인 시행령 제21조에서 ‘전공의 선발 등 직무와 관련해 부당하게 금품을 수수하는 행위’를 들고 있다.
이에 따라 윤리위는 P원장의 사례에 대해 “P원장이 K영업부장이 놓고 간 상품권을 사용했다면 윤리적으로는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법적으로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는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윤리위는 “K영업부장이 P원장에게 요구한 것은 T정을 환자들에게 써보고 다른 부작용이 있는지 여부를 검토해 달라는 제4상 임상시험”이라며 “임상시험은 정식 임상시험연구계획서에 의해 진행돼야 하며 대가를 제공받은 것 역시 의사로서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행동으로 윤리적으로는 비난받을 만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류장훈 기자(ppvge@medif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