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토요일 2시 국립발레단 대연습실. 4월에 공연되는 ‘해적 Le Corsaire’의 리허설이 한창이다. 2막의 리허설이 끝나고 잠시 쉬는 시간. 토슈즈 대신 운동화를, 타이즈 대신 트레이닝복 입은 낯익은 사람들이 연습실로 들어온다.
이들은 영국 낭만파 시인 바이런의 서사시 ‘The Pirate’를 토대로 만들어진 발레 ‘해적’ 1막에 터키 상인들로 등장하는 명사들. 해적의 국내초연이 이루어진 1994년에 명사들이 터키상인으로 나온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10명의 사회 명사들이 무대에 오른다.
이 명사들 사이에 심장내과 전문의 이종구 박사가 있다. 국립발레단 박인자 단장의 요청으로 무대에 오르는 이종구 박사는 올해 예술의전당 후원회장이 될만큼 문화를 사랑하고 즐기는 사람이다.
하지만 문화를 즐기는 것과 달리 직접 무대에 오르는 것, 그것도 움직임이 까다롭다는 발레무대에 서는 것은 어렵지 않을까?
“오래전부터 발레를 사랑하고, 많이 보러다녔죠. 전부터 박 단장은 물론 국립발레단 단원과 안면도 있었구요. 이런 인연으로 출연 요청에 응했지만, 사실 발레무대 뒤의 모습이 궁금한 것도 한가지 이유”라며 유쾌하게 웃는다.
무대에 오르는 명사들의 기본적인 동작은 정해져 있지만, 이 외의 동작은 자유롭게 할 수 있다. 그래서 이 박사를 비롯 명사들은 무대에서 선보일 동작은 물론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마임을 발레단원에게 배워가며 연습하고 있었다.
지난 수요일에 이어 2번째로 연습 하는 날이기에 아직까지는 기본적인 발레동작은 물론 모든 동작이 어색하지만, 이 박사의 얼굴에는 진지함과 즐거움이 가득하다. 특히 ‘얼굴이 아름답다’는 마임은 이 박사를 비롯 모든 명사들이 즐겨 반복했다.
리허설이 끝나고, 공연에서 입을 무대의상을 점검하는 시간. 처음으로 무대의상을 입는 시간이기에 자신의 의상에 대해 궁금한 눈치다.
그가 무대에서 입게 된 옷은 붉은색 터키의상. 이 붉은터키 옷을 입자 이 박사의 표정이 더욱 환해진다. 아직 길이며 장식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아서 완전한 모습은 아니였지만, 무대의상을 입으니 무대에 선다는 것이 더욱 실감이 나는 표정이다.
해적은 13일부터 17일까지 총 6회 공연을 하며, 이종구 박사는 대부분의 공연에 오른다. 여러가지로 바쁜 그가 일주일에 두번 있는 연습이며,실제 공연을 모두 소화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됐다.
“조금씩 시간을 내면 됩니다. 이렇게 직접 발레공연에 참여하는 기회를 가지게 되고, 연습하고 무대에 오르는 것이 즐겁습니다”며 하얀 가운 대신 붉은 터키상인의상을 입은 그가 다시 환한 웃음을 보인다.
이번 해적 공연에는 이종구 박사 외에 송자 대교 회장, 오세훈 변호사, 윤상구 국제로타리 3650지구 총재, 이종덕 성남문화재단 상임이사, 이진배 문화시민중앙회 사무총장, 조남호 서초구청장, 조영달 서울대교수, 허참 명지유통 회장, 최정환 변호사 등의 명사와 문화관광부 김영산 기초예술진흥과장과 인숙진씨 등 예술 분야를 맡고 있는 공무원 2명, 국립발레단 전 단원 이득효, 김종훈, 민병수, 백영태씨 등과 발레단 동호회 '정익는 발레마을' 회원 2명도 카메오로 출연한다.
[공연정보]
국립발레단 - ‘해적 Le Corsaire’
날 짜 : 4월 13일~17일
장 소 :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시 간 : 평일 7시 30분, 토요일 4시·7시 30분, 일요일 4시
문 의 : 국립발레단(http://www.kballet.org) 02-587-6181
조현미 기자(hyeonmi.cho@medifonews.com)
2005-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