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가정의 양립, 여성이 대부분인 간호사들에게는 여전히 요원하기만 한 것일까?
3교대의 고된 날들로 불안정하고 열악한 근무환경에 신음하다 임신과 출산, 육아의 생애 주기에서 어쩔 수 없이 일을 포기하거나 이직을 강행하는 간호사들. 이로 인해 병원들은 간호 인력의 적정수급을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이 같은 어려운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과감히 나서 고정근무제도를 성공궤도에 올리는 성과를 이뤄낸 주인공이 있다.
바로 올해의 간호인으로 선정된 강동경희대병원의 간호본부장 손인순 간호사다.
손인순 간호본부장은 3교대로 인해 간호사들의 생체리듬이 깨지고 결국 병원에서의 이직률까지 높아지는 악순환을 타파하기 위해 고정근무제도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고정근무제도는 11시부터 다음날 아침 7시까지 일하는 밤번 근무를 고정으로 담당하는 간호사를 고용해 본래 3교대를 2교대로 활용하는 제도다.
손인순 간호본부장은 “밤번을 원하는 사람들은 본인들의 목적이 있어 지원하므로 나머지 2교대의 사람들을 비롯해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이 고정근무제도의 장점”이라며 “이에 간호사들의 이직률도 타 병원에 비해 현저히 낮아졌다"고 성과를 밝혔다.
이 같은 고정근무제도가 정착하기까지는 병원의 전적인 지원도 주요 요소로 작용했다.
손인순 본부장에 따르면 병원입장에서는 고정근무제를 도입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 강동경희대병원은 개원 초기 고정근무제를 도입하기로 했었지만 비용적 문제와 같은 현실적 어려움이 많아 손을 놓았던 기간이 있었다.
손인순 본부장은 “처음에는 다시 3부교대로 가자는 의견들도 많아 굉장히 애를 먹었다. 고정근무제를 위해 채용해야 하는 밤번 간호사들은 근무시간이 주 40시간이 되지 않아 낮 근무 간호사들의 업무적 부담이 늘므로 더 많은 인력의 채용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결국 병원에서도 인력 채용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등을 장려해 간호사의 만족도 향상으로 이직률을 점차 낮춰가는 결과를 불러왔다는 것.
현재는 다른 병원들도 강동경희대병원의 정책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어 손 본부장은 이곳저곳 공청회와 강연 자리에 나서 제도를 알리는데도 바쁘다.
간호사들이 마음놓고 일 하며 가정을 잘 지킬 수 있는 환경을 위해서라면 앞으로도 더 노력할 것이라고 따뜻한 다짐을 하는 손 본부장. 앞으로 그가 구상하는 더 나은 근무환경은 무엇일까?
“그간 정부부처가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겠다고 했지만 현실적 여건이 좋지는 않다. 반면 출산과 육아 휴직으로 인해 간호 인력의 관리가 굉장히 어렵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외국처럼 본인이 원하는 시간에 근무를 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가 도입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