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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방정신과 전문성 의심하지 않을 수 없어…”

<인터뷰> 자신의 글 한의사에 무단도용 당한 정신과 원장

최근 소아정신과의 홈페이지에 원장이 ADHD에 관한 글을 올린 것을 한의사가 무단으로 도용해 마치 자신이 쓴 글인양 한의원을 홍보한 것으로 드러나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결국 해당 한의사는 정신과 원장에게 손해배상을 해줘야했고 이 사연은 공중파 메인 뉴스를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메디포뉴스는 이 사건의 당사자인 김태훈(사랑샘터 정신과 의원) 원장을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 원장은 10년 전 개원했을 당시부터 홈페이지를 운영했고, 2006년부터는 임상에 관한 글을 올리기 시작해 홈페이지와 블로그 등에 약 600여건의 글을 올렸다.

김 원장에 따르면 그의 홈페이지에 직접 방문하는 누리꾼만 하루 약 300여명 정도를 기록하며 각종 포털 블로그를 통해서도 약 400여명 정도 방문한다.

왜 한의사가 무단도용을 했나?

해당 한의사가 정신과에 대한 지식과 컨텐츠가 없어 베낀 것이라 생각한다. 한의사다운 정신과 임상에 대한 지식이 있었다면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복지부에서 인정한 정신과 전문의다. (그는 연세의대를 나와 정신과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1년간 연구 강사를 하다 2004년 개원했다) 그러나 한방정신과의 경우 우리랑 똑같은 형태인데 비보험 항목으로 임상심리사를 고용해 검사결과를 보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트레이닝 과정 차이에서 봤을 때 정신과에 대한 전문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임상심리사의 검사 결과에 의존해 제대로 접근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또 의료법상 한의사는 전문 과목을 간판으로 내걸어 영업할 수 없고 한의원으로만 표시할 수 있다.

사건을 보도한 SBS 8시 뉴스를 보면 해당 한의사가 “나는 원래 침이나 놓는 사람이었는데 홈페이지를 새로 만들면서 들어갈 내용이 없다보니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말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 “홈페이지 제작 당시 내 전문이 아니었고 노인들 침놓을 때였다. 직원이 홈페이지를 만들다가 (김태훈 원장의 글을)끌어다 쓴 거죠”라고 말한다.

그전까지는 보통 한의원이었다가 홈페이지를 개편하면서 뇌전문 한의원이 됐다는 것인데 어떻게 뇌가 그렇게 하루아침에 전문과목이 될 수 있나? 나로서는 어이가 없을 뿐이다.

무단 도용한 한의사가 지방 대도시 한의사회 회장이라고 들었다

그렇다. 그래서 이번 일을 계기로 한의사들의 도덕성을 의심하게 됐고 이 문제를 고발해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 사실 손해배상 뿐만 아니라 고소까지 하려고 했다. (그는 민사 손해배상만 했을 뿐 형사고소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다른 사람이 나타나 자기가 베꼈다고 하더라. 내 글을 도용한 사람이 두 한의사가 되는 것이다. 더 이상 소송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그만뒀다.

왜 한의사들로 하여금 이러한 일이 자꾸 일어난다고 생각하나?

한의사가 최근 상당히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다보니 뭔가 만들어서 위기를 돌파해야겠다는 생각에 이런 식으로 남의 글을 허락도 없이 도용한 것이라 생각한다.

이 일은 엄연히 지적재산권 침해문제이다. 우리나라는 사실 무형의 지적재산권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풍토가 있다. 그래서 남의 허락없이 지식을 도용해도 된다는 인식이 만연된 것 같다.

비단 한의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도 한의원이나 아동상담센터 등이 글을 많이 도용하고 있다. 특히 블로그가 많이 도용됐다.

그나마 보면 출처를 밝히는 곳은 나은 편이다. 하지만 무단 도용은 정말 문제있다. 블로그에 업적을 올리기 위해 엄청나게 스크랩을 하는 것이다. 이번에 다른 한의원에도 직접 전화해 항의한 적이 있다. 없애라고 하니까 그제서야 없애더라.

그런데 문제는 한의원 직원들이 마구 스크랩한 글들이 지금도 인터넷 상에서 계속 떠다닌다는 것이다.

더 웃긴 것은 한눈에 보아도 직원이나 지인이 의도적으로 칭찬해주는 티가 나는 댓글까지 달려 마치 대단한 블로그인양 포장된다는 것이다. 댓글 다는 사람의 아이디 뿐만 아니라 댓글 다는 순서까지 똑같은 경우도 있다.

한의사의 정신과적 치료가 무엇이 문제인지 좀 더 자세히 듣고 싶다.

한의사들이 틱이나 ADHD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대부분 근본적인 치료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난 그게 무슨 근거를 갖고 말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특히 틱 치료는 증상학적으로 접근하고 틱에 대한 보호자들의 이해도를 높여 오히려 틱이 있더라도 괜찮다는 인식을 시키고 접근하는 것이 맞는데 그런 것도 없이 무턱대고 근본적인 치료를 할 수 있다고 현혹하는 것이다,

그들이 정말 틱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지조차 의심스럽다.

의료인들간 지적재산권 침해 문제는 같은 의사들끼리도 일어난다. 치과의사의 경우도 있고, 비단 한의사들만의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내 경우에는 특히 한의사가 많았다. 돈이 되는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사실 대부분의 의사들은 직접 블로그 운영을 잘 하지 않는다. 대부분이 본인이 글을 쓰고 업체나 병원 직원들이 한다.

직원들이 블로그에 무언가를 채워 넣기 위해 애쓰다 보니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이다. 제대로 된 의학지식을 전달하는 블로그가 사실 별로 없다.

다른 이야기로 화제를 돌려보겠다. 세브란스에 있다가 개원했는데, 진료환경과 환자 스타일 등에 있어 달라진 점이 무엇인가? 또 우리나라 정신과 환경의 문제점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우리나라는 아직도 정신과에 대한 편견이 너무 많다. 그런데 우리나라만큼 정신과 의사의 역할이 중요한 나라도 없다. 우리나라 자살율이 OECD 국가 중 1위인데 그 중 자살 원인 1위가 우울증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우울증 치료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다.

다시 말해 잘못된 편견으로 인해 선진국에 비해 정신과에 내원해 진료하는 문화가 잘 형성돼있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사람들이 정신과 진료기록이 남는 것에 대해 굉장히 예민하다. 취업 시 불이익을 당한다던지 각종 안 좋은 인식이 난무해있는 상태다.

하지만 의료법에 따르면 진료기록이 모두 오픈되는 것은 아니다. 병명코드 약품코드만 건강보험공단에 넘어가는 것이며 코드자체도 본인 아니면 절대 열람할 수 없다.

그러나 취업이나 사보험 가입 시 정신과 진료경험을 물어본다던지 하는 관행이 있어 불이익이 있지 않나?

그렇다. 사보험의 경우 정신과 진료기록이 있으면 보험회사에서 차단을 시켜버린다. 그러나 현재 정신보건법이 입법예고 돼 곧 시행 예정이다. 이 법이 시행되면 1-2년 이내에 많은 면에서 환경이 좋아질 것이라 확신한다. 취업이나 사보험 가입에 지장받는 어이없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다시 한의사 이야기를 해야겠다. 그런 편견을 한의사들이 조장하기도 한다. 한의사들이 흔히들 하는 말이 정신과 약이 독하다고 먹지 말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아무런 근거가 없는 이야기다.

사실 정신과약처럼 안전한 약이 없다. 그런데 내과 등 다른 진료과목의 의사들도 정신과 약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는 경우를 보기도 한다.

하지만 정신과에서 처방하는 약들의 성분을 살펴 보면 주의할 게 별로 없다. 일례로 항우울제의 경우 중독성이 없는데 중독성이 있다고 알려졌다.

어떤 한의사는 트위터를 통해 마치 항정신성 의약품처럼 이야기해 나와 논쟁을 벌였다.

그 한의사는 우울증 약이 오히려 자살위험성이 높인다는 어이없는 주장을 했는데, 표본 자체에 오류가 있었다.

왜 정신과 약이 독하다는 편견이 있는건가?

약전에 있는 일부에 국한된 설명을 보고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독한 약이라고 신경을 더 쇠약시키니 절대 먹지 말라고 하는 한의사들을 가끔 보는데, 분명히 잘못됐다. 정신과 약은 수면제를 제외하면 주의해야 할 사항이 그리 많지 않다.

정신보건법이 개정되면 획기적으로 좋아질 것이라고 보는가? 법에 미진한 점이 있다면?

그렇게 생각한다. 법 개정취지나 방향 등 다 좋은데 다만 타의에 의한 입원기준을 너무 엄격히 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신과 환자 입원에 앞서 다른 병원 정신과 전문의와 심리학자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공청회를 거쳐 타의에 의해 입원할 수 있도록 돼있는데 너무 비효율적이다.

정신질환 입원 대상자의 범위를 너무 좁혀 가볍게 정신과 외래만 다니면서 치료제를 복용하는 사람들을 제한했다. 그러나 정신과적 입원치료를 해야 할 사람은 따로 있다. 중증인 경우까지 가서나 입원치료를 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다.

사실 신속하게 정신병동에 입원을 요하는 환자들 중 대부분은 환자 자신이 정신병환자라고 인지하지 못하거나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중증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 대해 신속한 치료를 하지않으면 자해나 타해 위험성도 높아질텐데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지금까지 책을 두 권 냈는데 (‘산만한 우리 아이 혹시 ADHD’, ‘시계의 원리’) ‘산만한 우리 아이 혹시 ADHD’의 경우 인세를 모두 공익재단에 기부한다고 들었다. 특별한 계기가 있나?

시중에 나와있는 ADHD 관련책자 중 정신과 의사가 쓴 책은 거의 없고 대부분은 외국 심리학자 등이 쓴 책을 번역한 것이다.

의사가 아닌 사람들이 개인적 의견을 이야기한 것으로 오히려 치료제 복용을 반대한다는 등 소수의견에 치중한 내용이 더 많다.

그 책을 보는 어머니들은 ADHD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어 보는 것인데 오히려 책을 읽음으로써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다.

돈을 벌 목적이 아니라 그런 인식을 개선하고 싶은 생각에 인세를 전부 기부하게 됐다. 가장 기본적인 정신과 치료는 당연히 정신과 의사가 하는 게 맞다.

한가지 더 덧붙이자면 그 책에 있는 내용을 한의사가 마치 자기 지식처럼 무단 도용한 것이 더 화가 난다. 같은 내용을 15회 이상 반복해 올려 네이버 다음 블로그 카페 등 합치면 20개가 넘는다.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