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집행부와 대의원회의 갈등의 골이 깊어져만 가고 있는 가운데 대한의원협회 윤용선 회장(사진)은 “현 의협 대의원회의 구조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근 제2대 대한의원협회 회장에 선출되어 1대 회장에 이어 연임하게 된 그는 의협과 대의원회간의 갈등과 관련해 “10만명이 넘는 의사회원들의 의견을 일일이 취합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의원회는 분명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대의원회의 구성이 얼마나 잘 민주적으로 되어있고 민초의사들의 의견을 잘 수렴할 수 있냐가 관건”이라며 “그런 점에서 현 대의원회의 구조는 엉망이다”라고 비판했다.
윤 회장은 “마치 대의원직을 벼슬처럼 생각하는 이들이 문제다”라며 “심지어 20년 동안 대의원을 맡아왔다고 자랑하는 대의원들도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그는 “대의원회의 개혁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지역의사회 회장선거를 직선제로 전환하고 지역의사회장이 대의원을 할 수 없게 겸임을 금지하며 연임에도 횟수제한을 두는 등의 개혁조치를 단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지금도 전국의 많은 지역의사회에서는 몇몇 친한 사람들끼리 투표를 진행해 그 구성원 중에 회장을 뽑는 이른 바 호선(互先)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면서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시시각각 변하는 회원들의 민의를 수렴하기 위해서는 이런 낡은 구습을 타파해 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회장은 “직선제가 기술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있지만 최근 발전한 IT기술 등을 잘 활용하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며 “대의원회가 이런 식으로 바뀌려는 의지를 보이면 회원들도 더 이상 회무에 무관심하지 않고 차츰 의지를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사원총회에는 찬성하지만 노환규 의협 회장에 대한 대의원회의 불신임은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윤용선 회장은 “사원총회 개최는 찬성하지만 이것이 회원들의 분열을 야기하거나 개인이나 집단의 정치적 도구가 되어서는 절대 안된다”며 “임시대의원총회를 통한 탄핵 역시 이 같은 이유로 분명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노 회장에 대한 불신임안은 분명 잘못됐다”고 거듭 강조하며 “노 회장이 탄핵당할 만큼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손으로 뽑은 회장인 만큼 회장임기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현재 지난 3월10일 의사 총파업에 참여한 의사회원들에 대해 법적처분을 검토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정부의 입장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고 밝히는 한편 오히려 이를 계기로 전회원이 다시 봉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도 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윤용선 회장은 “정부입장에서 파업을 주도하거나 참여한 의사들의 죄를 전혀 묻지 않겠다고 밝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만약 처벌을 한다면 최소한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또한 최근 노환규 회장이 ‘의사회원들에게 처벌을 내리면 할복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회장으로서 결연한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생각한다”며 “다만 개인의 그런 극단적인 행동보다 이런 상황이 터졌을 때 다시 전회원이 봉기해 일어나 밑바닥 역량까지 이끌어내면 좋은데 그러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지난 3월 의사총파업에 29%의 휴진율이 나타났고 지난해 말 여의도 의사궐기대회에 약 2만명의 회원이 참여한 것에 대해 “생각보다 참여율이 좋았다. 여러 제약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 성과를 낸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라고 평가하면서 “이는 대한민국 의사들이 분노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밝혔다.
또한 “앞으로 의사협회가 투쟁역량을 더 키우기 위해서는 회원들이 투쟁할 수밖에 없게 하는 의식화 작업과 조직화 작업이 전제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용선 회장은 “사실 개원의들의 단체인 대한의원협회가 의사협회 대의원회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마땅치 않다”며 의사협회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하고 의원협회 회무에 대한 내용으로 화제를 돌렸다.
대한의원협회 법인화 통해 개원의만의 목소리 확실히 내야
윤 회장은 두 번째 임기동안 이전부터 강조해 온 대한의원협회의 독립 법인화를 반드시 이룰 것이라고 밝혔다.
의원협회의 캐치프레이즈는 ‘개원가만의 목소리를 내고 개원의의 권익을 위하는 것’ 이 두 가지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병원경영자들의 독립단체인 대한병원협회처럼 의협과 분리된 의원급의료기관의 단체가 있어야 개원의들만의 독자적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의료법 개정이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병원급의료기관만 단체를 설립할 수 있게 하고 있는 의료법 52조에 ‘의원급’이라는 세 글자만 넣으면 법적근거가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도 회원들의 컨센서스만 이뤄지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의원협회가 의협과 별개의 독립법인이 되기 위해서는 현재 의협 산하에 있는 대한개원의협의회의 역할이 재정립돼야 함은 두말 할 나위없을 것이다.
윤용선 회장은 “대개협과 의원협회 모두 독립 법인을 세우길 원하지만 다만 차이가 나는 것은 대개협은 의협 산하에서 활동하고 싶어한다는 것이고 우리는 분리를 하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윤 회장은 의원협회와 의협를 분리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의협 산하에서 개원의만의 목소리를 내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면서 “그렇게 된다면 당장 외부에서 누구도 의원협회를 독립단체인 병원협회와 동급의 단체로 인정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위상저하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의원협회 독립법인화를 위해서는 회원들의 지지와 신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일단 이를 위해 당장 회원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세무 ▲법률 ▲노무 ▲실사 등 다양한 애로사항 청취와 해결에 주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용선 회장은 그의 말대로 의원협회가 독립 법인화가 실현된다면 앞으로 의협은 의원협회와 병원협회를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의사 전문가단체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의원협회가 병원협회처럼 분리되면 의협의 위상은 자연스럽게 이익단체가 아닌 공익 전문가단체로 재정립될 것”이라며 “그렇게 된다면 지금처럼 의협이 개원가의 이익을 대변하면서 집단이기주의의 표상처럼 국민에게 비춰지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의료법 개정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의원협회는 출범초기 소수의 회원이었던 것과 달리 현재는 회원 수만 4700여명을 넘었다. 간사도 처음엔 1명이었지만 현재는 4명이나 더 확충할 정도로 성장했다.
윤용선 대한의원협회 회장은 “회원들이 내는 회비는 회무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한다. 헛되이 쓰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며 “앞으로 세일즈 정신으로 회무에 임하면 회원들도 만족할 것이라 생각한다. 계속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지켜 봐 달라”고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